나이 들어도 늘 보고 싶은 사람, 엄마
간밤에 친구랑 마음 다스리는 각자의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요즘 나는 시를 읽으니 좋더라' 했더니
친구가 신기해하며, 자기도 그렇다고
근데 왠지 '시 읽는다' 하면 굉장히 문학에 조예가 깊어야 할 것 같고
시인도 많이 알고 있어야 할 것 같고 그런 느낌이라
쉽게 누군가에게 말하기 힘들다고 그랬다.
공감 갔던 게,
사실
취미가 뭐예요? 물어보는 말에
"저 시 읽어요" 하면 뭔가 내숭 떠는 느낌이고,
괜히 안 어울리게 고고한 척하는 것 같아 보일 것 같다.
거기다가 친구 말마따나,
시 읽는 것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왠지 꼭
어느 시인 좋아하세요, 하는 말에
최소 세네 명의 시인 이름과 그네들의 작품을 읊으며
이 시는 이래서 내 마음을 울리고,
이 시인의 이런 표현이 맘에 든다고
추천해 줄 수 있어야 할 것 같은데
그게 프로라면
나는 아마추어 중에 상 아마다.
그냥 말 그대로 시가 좋은 거다.
가리지 않고 그냥 내가 읽고 와 닿으면 좋다.
내가 품고 있던 생각과
놀랍도록 닮아있다면 한결 더 감동이 온다.
마치 내 마음속 고민을 가만히 읽어주는 듯한
그 기분이 따뜻해서
그래서 그냥 뭣도 모르면서 시를 읽는다.
그렇게 친구랑 둘이서
서로 좋아하는 시를 나눴다.
친구는 기형도 시인의 '엄마 걱정' 이란 시를
내게 추천해 주었다.
어릴 적 우리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셨다.
다섯 살 터울의 여동생과 둘이서
집을 지키며 아빠 엄마를 기다리다가
평소 시간보다 조금만 귀가가 늦어져도
불안한 마음에 밥도 잘 못 먹었고
밖에서 엠뷸런스 소리라도 들리는 날엔
심장이 쿵쾅거리고 겁이 나서 참을 수가 없었다.
모든 집에서 부모님을 기다리는 아이들은
같은 마음이었나, 싶다.
내가 30살이 되어도, 40살이 되어도,
내가 내 아이의 엄마가 되어도
엄마는 내게 존재만으로도
마음의 안식을 주는 존재...
아 엄마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