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크리스마스 즈음이면
조용한 카페에 마주 앉아
손수 쓴 카드와 만원 이하의 선물을 교환하는
우리만의 소소한 기념식을 가진다.
지금보다 어릴 적엔,
우린 편지를 참 많이도 주고받았다.
거의 매일 보면서도 무슨 할 말이 그리 많은지
아까 미처 하지 못했던 말이며,
담아뒀던 별 시답지도 않은 생각들을
손바닥만 한 쪽지부터 큰 편지지에 이르기까지
쌀알만 한 글자 가득 할 말들을 꾹꾹 눌러 담았었지만
나이가 들고, 일을 시작하면서
또... 잠깐의 시간과 엄지손가락 두개만 있으면
금세 할 말을 전할 수 있게 되면서부터
펜촉으로 마음을 전달하는 일이 드물게 되었다.
물론 지금의 우리 역시
변한 세상에 발맞춰
자주 만나지 못하는 대신 메신저를 통해
각자의 공간에서 각자의 일을 하면서
하루에도 몇십 가지나 되는 화제들에 대해
시시각각 생각을 나누며 대화하지만
편지만이 줄 수 있는 그 묵직한 감동을
주기적으로 맛봐줘야 힘이 나는 법.
날로 높아지는 물가 때문에
사실 만원 밑으론 살게 변변찮다.
하지만 그 가격 안에서
내 친구에게 가장 의미 있게 쓰일,
혹은 간직되어질 무언가를 찾는 일은
생각보다 재밌고 설렌다.
마치 첩보원이나 된 듯이
서로 뭘 준비했는지 철저히 비밀로 하고
혹시 마음에 들어하지 않으면 어쩌지 하는
약간의 걱정을 안은 채 마주 앉은 모양새는
실로 비장하기까지 하다.
올해의 만남은 아직이다.
아마 다음 주쯤이겠지.
친구가 준비한 선물은
무척 궁금하긴 하지만
딱히 무엇이어도 상관은 없다.
분명 맘에 들 테니까.
날 위해 고민하고
기뻐할 내 모습을 상상하며 준비한
친구의 마음이 담겨있으니까,
그걸로 됐다.
꼬부랑 할머니가 되어서도
각자 손자 손녀의 손을 잡고 만나
선물을 나눠 갖고 싶다.
손에 힘이 없어 글자가 조금 못나져도
그건 그거대로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