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강박 완화기]

아팠던 22년과 그 이후(23.02.02 작성)

by Gabrielkim

“XX 씨 확실히 처음에 오셨을 때보다 마음이 많이 편안해지셨다는 느낌이 드네요.” 지난 생일, 의사 선생님이 상담이 끝나갈 무렵 하신 말씀이었다.


군대에서의 시간은 내 잠재력을 키우는 시간이라 여겼다. 나와서 열심히 살겠다는 이야기를 입에 달고 살았다. 전역 후 관심도 없던 회계를 공부하기도 하고, 영어 실력을 시험하기 위해 토익을 따고, 운동을 입대 전과 같이 헬스장에 주 6일 가며 열심히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에 잠겼다. 뭐를 해도 머릿속 생각은 ‘빨리 끝내고, 쉬고 싶다.’였다.


학기가 시작되었다. 오전 운동에 대한 집착은 내가 새벽에 일어나 아침 식사를 입에 욱여넣고, 운동을 서둘러하고 학교에 가게 하였다. 한 달 정도가 지나자 몸에 이상 신호가 왔다. 점심을 먹던 도중 쓰러지겠다 싶어 택시를 타고, 병원에 갔다. 체온을 재자 39.5도가 나왔다. 불주사를 맞고 열이 내려 집에 와 밀린 레포트를 쓰고 쉬었다. 한동안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목이 쿡쿡 쑤셨다. 다시 병원에 찾아가니 내 목에는 마치 벚꽃처럼 수포가 잔뜩 피어올라 있었다. 의사 선생님은 당분간 몸을 진정시키라 하셨다. 망가진 몸 상태는 나를 허무주의에 빠뜨렸다. ‘열심히 해봤자 무슨 소용인가. 이렇게 나를 망가뜨리는 의미 없는 삶인데.’


이대로 가다간 내가 망가지겠다 싶어 나는 도움받자고 마음먹었다. 의사 선생님께 모든 걸 말씀드렸다. 내게 어떤 고통이 있는지, 무엇이 나를 계속 괴롭히는지. 나는 강박이 있었다. 부정적인 사고에 빠져 스스로한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데, 이를 지키지 못하면 더 높은 기준을 세워 스스로 괴롭히는 굴레에 빠져 있던 것이다.


의사 선생님은 내가 생각하기에 강박과 불안을 완화하기 위해 좋다고 생각하면 무엇이든 해보라 하셨다. 나는 사소한 것부터 내려놓기 시작했다. 매일 같이 바르던 선크림을 안 바르고, 눈썹도 손질 안 하고, 머리도 대충 말리고 나가는 등 불편을 감내하며 비워냈다. 정말 신기하게도, 그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병원에 다닌 지 이제 한 달 정도가 지났다. 의사 선생님은 좀 빠르지만, 좋아진 것이 다행이라는 말씀을 건네셨다. 확실히 내 삶은 더 편안해졌다. 더 웃게 되고 기분도 좋다. 매번 힘들 때마다 감사함을 나에게 강요했는데, 정말로 일상이 감사하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찰리 채플린의 유명한 명언이다. 우리의 일상은 고통으로 가득 차 있다. 할 일이 밀려오고, 이를 겪는 과정에서 힘들어 지친다.


하지만 고통을 극복한 후의 행복이 우리의 긴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의 강박을 인정하고, 완화하기까지 한 달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강박이 2022년을 고통스럽게 만들었지만, 이는 내가 감사함을 느끼게 해 주었다. 나는 찰리 채플린의 명언을 살짝 틀어보고 싶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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