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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방위비 잠정 합의

한국 안보의 냉엄한 현실 속 찾아야 하는 실리

by Jason Lee
RTX68RN0.jpg 예상됐던 합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미국이 동맹과의 관계 복원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유력 매체를 필두로 미 소식에 따르면, 지난 8일(이하 한국시간) 한국과 미국이 주한미군 방위비 협상을 두고 잠정 합의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통령선거 때부터 동맹관계를 미 중심 국제질서 복원을 위한 핵심으로 거듭 거론했다. 미국은 민주국가 중심의 동맹 복원을 통한 다자체제 복귀를 전격 선언했으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이는 당연히 예상된, 예고된 행보였다. 다만, 미국내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대내적인 혼선이 많았던 만큼, 본격적인 외교 무대 등장은 시간이 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에서도 확진자 수가 줄어들고 있는 만큼, 서서히 외교를 통한 관계 회복에 나서고 있으며, 구체적인 계약기간과 금액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한미 양국이 미군 주둔의 방위비에 대한 큰 틀은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부임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한미 양국은 상호방위조약에 입거해 5년 계약을 꾸준히 추진해 왔으며, 한국의 경제성장이 동반된 이후 방위비는 꾸준히 늘었다. 그러나 소다자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여전히 미국이 한국을 지켜주고 있다고 발언하는 등 한국에 미군의 기여에 상응하지 않는 방위비를 지불하지 않을 경우 철군도 불사하겠다는 의사를 거듭 내비쳤다. 그러나 지전략적 위치상 미군이 한국을 떠날 이유는 없었던 만큼, 미 정부는 줄곧 한국의 합리적이면서 미국의 위신을 세울 수 있는 금액을 줄곧 거절했다. 반면,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동맹 관계 복원을 기치로 내세웠기에 방위비 협정이 이내 타결될 것으로 예상됐고, 예상대로 우선은 큰 틀에서 방위비 합의를 이끌어내면서 미국이 한국과의 군사 부문에서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것을 피했다.


한국도 그간 많은 비용을 미군 주둔에 투입했던 만큼, 더 이상의 비용 지불을 원치 않았다. 다만, 이번 타결이 진행된 것으로 봐서는 한국이 미국이 요구하는 증액을 받아들이는 대신 종전처럼 다년 계약을 체결을 염두에 둔 것으로 이해된다. 또한, 인상률에 대한 기본적인 합의까지 진행이 됐는 지 파악은 어려우나 한국이 추후 방위비를 두고 지나치게 미국에 이끌려 다니지 않을 여지를 마련한 것이 중요하다. 더는 트럼프 대통령처럼 방위비를 두고 관계의 가늠자로 거론할 대통령이 나올 가능성은 없겠지만, 한국이 상대적인 약자인 입장인 점을 고려하면, 이에 대한 방어장치를 만들어야 하며, 얼마나 효과적인 접근이 이뤄졌는 지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향후 불확실성을 떠나 종전 다년 계약 체제를 유지했다면, 한국으로서는 나쁘지 않은 협상에 도달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로써 미국을 상대하는 가장 큰 요소를 조기에 타결하면서 한국도 대미 외교 부담을 낮출 수 있게 됐다.


미국이 이번 문제에 신속하게 접근한 이유는 중국 견제를 위한 보다 적극적인 행보에 나서기 위함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서명했던 주독미군 철수를 철회했으며, 곧바로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곧바로 협상에 돌입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코로나19로 인한 내부적인 사안이 많았던 점을 고려하면, 방위비로 한국의 이른바 이탈을 막았다고 볼 수 있다. 주한미군을 매개로 한미 양국이 다시금 이전과 같은 꾸준하게 다져진 관계를 유지하면서 중국을 바라보겠다는 뜻이다. 물론 미일동맹을 우선적인 기조로 하되 한미동맹을 부속으로 여길 것이 확실해보이며, 이를 통해 동아시아의 미 동맹국들의 방위비 협정을 조기에 매듭지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 동맹, 다자'를 핵심 안건으로 대중견제에 나서고 있는 만큼 일본을 중심으로 동아시아 질서 수립에 돌입이 유력하다.


종합하면, 오바마 행정부 때처럼 한미일 구도를 보다 적극적으로 되돌리길 바라는 것으로 보이며, 이에 한일 관계 중재를 자처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미국의 내부 문제가 일단락 된다면, 우선 일본의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가장 먼저 방미에 나설 것으로 보이며, 이후에 유럽 국가들과의 정상회담 이후 한미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높다. 또한, 1년 내에 한미일 정상회담이 열릴 수도 있으며, 늦어도 내년 초에는 한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바이든 행정부의 동아시아 외교 전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외교부 장관, 동아태 차관보가 한국과 일본을 찾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를 두고 한미일 구도와 대중 관계와 북핵 문제에 대해 두루 언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분명한 것은 헌정 이후 처음 야기된 남북미 구도는 이미 깨졌으며, 다시금 한미일 구도가 공고해질 경우 한반도를 전면으로 둔 이른 바 해양 세력과 대륙 세력의 대치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즉, 미 민주당 정부와 일 정부의 의도대로 우리가 외교에서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구도가 다시금 만들어진 것이다.


한국은 반대로 한미일 구조에 순응(해야 한다면)하되 4자 안보기구(Qudrilateral Security Dialogue)의 가입을 피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토대로 대중관계를 위한 지렛대 확보가 중요하다. 한국은 중국과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미국의 동맹이자 선진국인 점을 고려하면, 반대로 우리는 우리의 실익을 우선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 이전처럼 미국의 압박으로 인한 일본에 굴종이 원칙 없이 자행된다면, 가뜩이나 대중관계 악화로 피해를 입은 경제 쪽의 위험도가 더 커질 수도 있다. 물론, 중국도 더는 한국을 이전처럼 무차별한 제재로 관계를 단절하지 못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대한민국정부가 내줄 것은 내주되 취할 수 있는 것은 취하는 외교와 협상을 펼쳐야 한다. 이를 통해 우리가 안을 수 있는 위험부담을 최대한 내려놓는 것이 중요하다. 더는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거나 남북미 구조가 다시 만들어질 가능성은 없는 점을 고려하면 미중관계에서 야기되는 기준점을 확보하고, 한미일 구조에서 안을 수밖에 없는 약점의 절충을 통해 위험부담을 줄이고 우리의 이익을 먼저 살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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