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의 북대서양조약기구
미일이 주도하는 4자 안보기구(Quadrilateral Security Dialogue; Quad or QSD; 이하 쿼드) 정상회담(2021 Quad Summit)이 처음으로 열렸다. 쿼드는 일본이 주도해 만든 거대 민주 진영 국가들로 중국을 견제하는데 1차적인 목적이 있는 다자기구다. 그간 쿼드에서는 주로 외무장관들이 모여 회담을 가졌으나, 그간 호주가 다소 애매한 입장을 보였다. 호주는 대중교역이 많은 국가로 철저하게 반중으로 돌아서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안보에서는 미국과 5자 혈맹(Five Eyes)에 속해 있으나, 무역에 대한 중국 의존도가 실로 컸기에 쿼드에 적극 참여하지 않았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이후 호주가 중국인 출입을 금지하자 중국은 호주와의 무역을 중단하는 제재를 시도했고, 이로 인해 중국-호주 관계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았다. 결국, 호주는 중국의 무차별적인 제재에 심한 불편함을 드러냈고, 중국도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호주의 선택이 잘 못됐음을 엄중하게 경고했다. 이로 인해 호주가 쿼드에 적극 참여하기로 하면서 초기에 구성됐던 미일을 중심으로 호주와 인도까지 더해지면서 4국 체제가 보다 공고해졌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코로나19로 인해 중국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가운데 중국정부가 미온적인 태도를 넘어 지구촌에 사과는 커녕 오히려 유일하게 2021년에 경제성장을 이룩하면서 전혀 답답할 것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기존에 중국을 의심스럽게 바라보는 국가들의 태세가 보다 확실하게 전환됐다. 심지어, 인도는 중국과 국경 충돌로 인해 약 20 명의 자국 병력이 사살되는 피해를 입었으며, 추후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반중 노선을 택할 것임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미 쿼드의 적극적인 회원국이었던 인도가 반중을 넘어서는 태도로 일관하면서 미일은 기구 내 큰 우군을 확보했다. 여기에 미국과 혈맹인 호주까지 본격적으로 가세하면서 쿼드의 회원국은 모두 반중 노선을 택하기로 적극 결의한 셈이다.
중국은 적어도 호주와 인도는 '적대'는 아니더라도 '균형'을 맞추게끔 하면서 대외관계 위험도를 줄일 수 있었으나, 중국은 (특히 시진핑 주석 부임 이후) 자국에 조금이라도 흠이 잡힐 여지가 있을 만한 언사를 택한 국가에게 단순 적대를 넘어 제재를 가하는 등 상대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입장을 끝까지 고수해왔다. 아니나 다를까, 이로 인해 호주와 인도가 중국에서 확실하게 돌아서면서 중국은 상당한 위력을 가진 국가들을 모두 적대시한 결과를 나았다. 그리고 이 4개국은 2021년에 정상 간 정상회담을 열어 본격적으로 연례 정상회담으로 도약을 알렸다. 쿼드 출범 이후 각 국의 정상이 모두 모여 정상회담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제 본격적으로 중국 견제의 시작을 당연하게 알렸다. 비록 코로나19로 인해 특정 개최지에서 회담이 개최되지 않았고, 화상으로 회담이 대체됐지만, 우선적으로 4국 정상들은 미국의 의도에 발을 맞추기로 전격 합의했다.
이로써 쿼드는 동아시아와 아태지역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로 격상됐다고 봐야 한다. 이전에는 일종의 대화통로에 불과했으나 이제 정례화, 연례화된 회담으로 자리매김하면서 NATO처럼 목적성을 띈 초국가적 안보기구로 재탄생했다. NATO는 소련의 붕괴로 인해 공동의 목적성을 상실하면서 오히려 역내 테러나 불특정한 공격을 보완함과 동시 다자기구로 역할을 한 것을 고려하면 이제 미국의 무게는 북대서양조약기구보다 4자안보기구에 좀 더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 현존하는 최고의 위협이고, 소련과 달리 엄청난 경제력을 갖추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으로서도 직접 대결하기 쉽지 않다. 게다가 자유무역과 다자체제 등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냉전 당시 소련과 다른 점을 고려하면 여간 까다로운 것은 아니다. 새로 출범한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는 협력(cooperation), 경쟁(competition), 대결(confrontation)로 세분해서 협력할 것과 적대할 것을 구분하겠다는 이상적인 답변을 내놓았지만, 실질적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지속한 것 이상의 견제에 나설 것이 유력하다.
첫 회담에서는 중국을 적극 직접적인 적대국으로 거론하기보다는 우선적으로 국제사회가 풀어가야 하는 기후위기, 코로나19 퇴치, 이에 따른 백신 수급 등 각 국의 현안에 좀 더 연관이 되어 있으며, 회담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현재 당면한 한 사안들을 거론했다. 그러나 해가 거듭될수록 중국을 의식하거나 혹은 견제하기 위한 발언과 행동강령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당연히 정상 간 연례회담인 점을 고려하면 여느 국제기구처럼 장관급 회담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외무장관끼리 모여 보다 현실적인 중국에 대한 외교 방식을 수립하고 만들어 갈 것으로 짐작된다. 아직 회담 이후 중국의 공식적인 발표는 뒤따르지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내심 긴장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분명한 것은,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중국이 지나치게 적을 많이 만든 경향이 상당하며, 이로 인해 바이든 행정부가 강조하는 가치, 이념 중심의 결집을 높였다는 점이다.
민주당 정부는 그간 가치를 중시해왔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취임 이전부터 동맹관계 복원, 다자체제 복귀, 민주주의 강조를 핵심 안건으로 거듭 거론하면서 국제사회에서 미국이 이전처럼 이른 바 경찰국가로 역할을 할 것임을 확언했다. 이는 미국이 다시금 최강국으로서 위용을 뽐내겠다는 뜻이기도 하겠지만, 이에 앞서 경쟁국으로 자리매김해 버린 중국을 보다 본격적으로 견제하겠다는 뜻이다. 공화당 정부가 소위 국익을 우선한다면, 민주당은 명분을 우선시 하는 척하면서 실익을 택하는 양상을 택해왔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 당시 낸시 팰로시 하원의장 등 상원의 유력 의원들도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때리기를 적극 지지한 것을 고려하면, 이번에도 바이든 행정부의 중국 견제에 미 정가가 동조할 것은 당연하다. 미국이 중국 견제라는 확실한 명분을 공고히 이어가면서 중국과 껄끄로운 고정 국가인 일본에 최근에 가세한 호주와 인도까지 더해 막강한 진영을 꾸렸다.
여기에 해를 거듭하면 세를 불릴 것으로 예상되며, 같은 정치체제를 고수하고 있는 선진국이나 중국과 뜻을 달리하는 국가를 해당 채널로 불러들일 것이 유력하다. 당연히 대한민국의 가입도 추후 미국이 호명할 것으로 예상되며, 중국과 궤를 달리하는 베트남이나 다른 국가들도 차례로 회원국으로 불러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현재 상당한 경제력이나 군사력을 유지하고 있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한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한국을 불러들이는 선에서 확장을 멈출 수도 있다. 그 외 베트남이나 뉴질랜드 등이 거론될 수 있으나 베트남은 지리적으로 인접해 부담이 크며, 뉴질랜드는 자국 안보와 거리가 먼 만큼 굳이 동참할 이유가 없다. 그 외 대부분의 역내 국가들은 선진국이 아닌 점을 고려하면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물론, 회원국 확보 차원에서 동남아 국가들이나 태평양의 다른 도서 국가를 불러들일 만하나 대부분이 중국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만큼, 회원 확대는 쉽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일본, 호주, 인도 모두 경제력과 군사력에서 각각 대국인 점을 고려하면 굳이 회원을 늘릴 필요가 없기도 하다.
분명한 것은 미 주도로 국제사회가 다시 움직이고 있으며, 여기에 역내 거대국가들이 모두 힘을 규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미국의 때늦은 견제가 원인이 되고 있으나 중국이 자초한 결과다. 이로 인해 다자기구에서 중국의 고립도는 생각보다 짙어질 수도 있다. 물론 동남아, 아프리카, 파키스탄 등 중국이 우군으로 확보할 국가들이 있지만, 현재 이들의 경제력이나 군사력을 거론하면 상당히 미약한 수준이며 향후 20년 내에 이들이 성장할 확률은 더욱 낮다. 이에 세계 4위의 군사대국인 인도와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지닌 호주의 태세 전환은 중국에게 시사하는 바가 결코 적지 않을 전망이다. 이제 서방민주진영의 중국 견제가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학자들이 전망하는 새로운 냉전이 도래하고 있으며(엄밀히 미중이 얽히고설킨 문제가 많은 점을 고려하면 미소가 양립해온 냉전과는 결이 다르다.), 특히, 아태지역에서는 편가르기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며, 역외 국가들도 서서히 줄을 서야 할 때가 다가올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