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하가 갖는 파급력
최근 수에즈 운하가 대형 선박으로 인해 통로가 막히면서 물자 이동 및 선박 통과에 큰 지장을 초래했다. 수에즈 운하는 약 200km에 달하는 협로로 대형 선박이 통과하기에 최적의 요건을 자랑하고 있다. 수에즈를 지나지 않을 경우 아프리카 대륙 전체를 우회해야 하며, 이와 같을 경우 시간, 연료, 비용적인 측면에서 엄청난 지출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약 닷새 동안 운하가 막히면서 당초 통과가 예상되어 도달해야 하는 물자들이 모두 적체되는 현상이 빚어졌다. 이로 인해 엄청난 물적 손실이 야기됐다. 물건이 정시에 도착하지 못했음은 물론 선박이 임시 정박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 연료 사용은 더 늘었다. 이로 인한 책임 공방으로 법적 쟁송까지 따질 경우 사안은 더 복잡해진다. 운하 중간에 좌초된 에버기븐호의 선주, 기존 선장, 운하 측 모두 책임 소재를 따지기 어려운 상황이며, 문제는 소송이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어느 규모의 금전을 누구에게 얼마나 배상해야 하는지 까지 구체적인 사안까지 결론이 나라면 상당히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수에즈 운하가 중요한 이유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아프리카를 경유하지 않아도 되는 데 있으며, 물자 이동의 대표적인 뇌관인 만큼 지전략적, 경제적인 입지가 상당히 탄탄하다. 말라카 해협과 함께 가장 많은 물품, 상품, 자원이 이동하는 것으로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물류 중심기지라 할 수 있다. 이에 근대화 이후 많은 서구 열강이 이곳을 차지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프랑스를 시작으로 영국을 거쳐 미국이 패권을 보다 결정적인 계기가 된 사건이 바로 수에즈 운하를 차지하는 것이었다. 이집트에서 소유권을 본격적으로 주장하면서 운하에 많은 강국들이 운집했고, 이 과정에서 영국이 결정적으로 패권국에서 밀려났다. 해당 사건을 언급한 이유는 그만큼, 수에즈 운하가 차지하는 비중이 국제사회에서 크며, 앞서 언급한 것처럼 국제 물류 및 항만 관련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가히 절대적이다. 즉, 이집트는 별다른 천연자원이 없다고 하더라도 수에즈 운하라는 손대지 않고 코를 풀 수 있는 운하를 통해 많은 자본을 축적할 수 있다. 그러나 정작 현실은 또한 그렇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운하는 근대화 이후 주로 유럽과 미국에 의해 개진이 됐다. 수에즈 운하는 물자 이동의 단순화를 위해 필요했던 유럽이 아시아의 자원을 보다 빠른 시간에 조달하기 위해 공사를 시작했다. 파나마 운하는 미국이 콜롬비아의 지역이었던 곳을 강제적으로 독립시켜 그 곳에 운하 착공을 시작했다. 서부의 자원을 동부로 이동하는데 철길을 활용할 경우 시간은 단축되나 양에서 제한적일 수밖에 없으며, 결정적으로 당시에는 동서를 횡단하는 철도 공사가 다변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선박으로 인한 이동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케이프혼(남미 최남단)을 지나지 않게 되면서 엄청난 경제적이 이득을 누렸다. 이처럼 서방 사회에 의해 시작된 운하는 어느덧 지역을 대표하며, 이제는 물자 이동에 없어서는 안 될 대표적인 항만이자 대표적인 기착지로 자리매김했다. 동서 이동이 많은 물자 교역에 확실한 곳에 자리하고 있어 지경학적 가치가 상당히 높으며, 이로 인해 차용할 수 있는 관련 산업군까지 미치는 여파는 어마어마하다.
즉, 운하가 막히거나 사고로 인해 지연될 경우 지구촌에 미치는 여파는 상당하다. 게다가, 이미 지구촌은 세계화가 진행된 이후 초연결 사회로 거듭나 있다. 많은 물건이 원산지를 제대로 규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국적이면서 다층적 이해가 얽혀 있다. 자동차와 전화기 등 다양한 물건 및 물품을 보더라도 기존 자원과 여러 부속이 각기 다른 곳에서 생산됐으며, 공정은 다른 국가에서, 포장 및 원산지 표기는 또 다른 나라에서 진행되는 만큼, 농수산품이 아니고서는 원산지 표기가 무의미한 시대에 살고 있다. 게다가, 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노동력 절감을 위해 중국을 거쳐 이제는 동남아시아로 공장을 이동하고 있으며, 그 외 자원생산 및 물자 이동의 용이를 위해 산업기지가 항만에 자리하고 있다. 이에 탈근대화인 이른 바 현대사회가 도래한 이후 많은 대도시가 특히 연안에 주로 자리하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며, 당연히 도시 발전 및 국가 계획에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다. 꼭, 국가 간 정치적 이해관계가 아닌 관련 산업군으로 국제사회를 바라볼 시, 이처럼 다양하고도 많은 관점이 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