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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son Lee Apr 09. 2021

한중 외교장관 회담

본격적으로 다듬어지고 있는 한중관계

복잡해진 역내현안

대한민국의 정의용 외교부장관이 지난주에 중국을 찾았다. 푸젠성 샤먼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정 장관은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을 만나 회담을 가졌다. 정 장관이 부임 후 중국과 장관회담을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한국의 외교부 장관이 방중에 나선 것은 3년 만에 있는 일이다. 왕 부장은 지난 해 말에 서울을 찾아 강경화 당시 외교부장관과 회담을 가졌으며,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했다. 연중에 시진핑 주석의 방한이 예고되어 있는 만큼, 의제 및 안건 조율은 물론 한중관계 강화와 역내 문제 해결에 입을 모으자는 의도였다. 역시나 왕 부장은 지각이 잦은 인물답게 서울에서 열린 행사에서도 시간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양국이 외교장관 회담에 나선 것은 최근 동북아 역내 국가들이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이후 잇따라 외교노선을 정비하고 있는 가운데 벌어졌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어 만 5개월 사이에 다시 양 측의 장관이 만나면서 한중관계를 다시금 확인했다. 특히, 미국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미국이 본격적인 외교행보에 돌입하면서 중국도 인접 국가와 외교 관계 확언 및 재구축을 위해 이번 장관 회담에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중국은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열린 미중 외교 고위급 회담 이후 러시아 외교장관을 만난 데 이어 정 장관까지 만나면서 주변 관계 정비에 나섰다. 이어 왕 부장은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외교부장관과도 잇따라 회담을 갖는 등 동북아 외의 아태 지역 전반으로 두루 회담에 나서면서 주변국과 협력관계를 거듭 강조하는 행보를 보였다.


지난 한중장관회담에서는 당연히 대북 문제가 거론이 됐으며, 그 밖에도 바이러스 관리,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을 지속할 뜻을 알렸다. 한국과 중국은 이미 양자 간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어 있으며, 지난해 말에는 아세안+3와 호주, 뉴질랜드까지 더해 15개국이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체결했다. 즉, 한중은 양자는 물론 다자 간 FTA를 통해 통상 환경 확대에 적극 합의했으며, 이에 양 시장은 이전보다 훨씬 더 큰 규모로 연결됐다. 이에 대해 현재 진행 중인 양자 간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추가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 한미, 미일이 그랬던 것 처럼 한중 양국이 외교안보 분야 장관과 2+2 회담을 상반기 안에 열기로 합의하는 등 포괄적이며 폭 넓은 의견이 두루 공유가 됐다.


무엇보다, 이번 회담을 통해 정 장관은 한국의 대중관계는 미국과의 군사안보동맹 위에 기초로 함을 알렸다. 미국이 동맹이자 최우방인 만큼, 한국은 미국을 상수로 고정하면서 외교관계에 나서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 모두 한국을 동반자로 포기할 수 없는 만큼, 이번에도 한국의 외교력이 돋보인 대목이다. 그럼에도, 한국은 중국과 현재 진행 중인 전략적 동반자관계를 더욱 다지기로로 하는 등 중국과의 외교를 통해 추가 안보회담과 함께 통상확대를 이끌어내기로 전격 합의했다. 또한, 2022년이면 한중수교 30주년인 만큼, 이에 대한 추가적인 행사 개최 및 축하를 위한 선결을 위해 '한중관계 미래발전위원회'를 출범하기로 약속했다.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는 역내 국가들과 평화적으로 협의할 뜻을 밝혔으나, 현실적으로 미국을 거치지 않고 이야기하는 것은 불가능한 만큼, 평화적으로는 진행될 수 있으나 협의가 잘 진행이 될 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한중 양국은 6자 회담 이후부터 꾸준히 평화적 해법을 통한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 적극 주장했고, 특히 현 정부 들어 대북관이 엇비슷한 만큼, 입을 맞춘 것으로 이해된다. 또한, 대한민국 외교부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해에 열리지 못한 한중일 정상회담 이른 개최와 함께 한중일 협력이 지속되어야 함을 확인했다고 알렸다. 현재 미일 외교-안보 회담 이후 중일 관계도 여전히 냉랭한 만큼, 현실적으로 한중일 정상회담이나 협력구조가 코로나 확산 이전처럼 진행될지는 의문이다.


중국도 한국이 미국의 대표적인 동맹국임을 모르지 않은 만큼, 미국과의 적극적인 단절 요구는 당연히 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미국과의 관계 약화를 모색하기 보다는 한국과 좀 더 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또한, 중국이 한국에게 가장 큰 시장이듯, 중국에게도 한국이 네 번째 수출국인 점을 고려하면, 결코, 한국과의 관계를 더는 악화시킬 수 없으며, 지난 해 중에 양제츠 국무위원과 지난 해 말에 왕 부장의 방문 등을 통해 관계 개선 및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선결 작업에 나선 것으로 이해된다. 즉, 미중 대립이 보다 점증하고 있는 가운데 역내 국가 중 유일하게 한국이 미중 양국과 외교장관 회담을 모두 열었으며, 한국이 추후 미중관계의 완충 역할을 할 수도 있는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일정 부분 진입했다고 볼 여지는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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