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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son Lee Apr 20. 2021

미, 아프간 철군 본격 시작

경제적 이유로 야기된 미 전력 재편

애매했던 작전전개의 결말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은 아프가니스탄을 직접 방문해 아프가니스탄의 대표급 정치인을 만나 철군에 대한 의견을 공유했다. 미국의 철군은 일찌감치 예견된 행보였다. 오바마 행정부 당시 탈레반의 수장인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하면서 철군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이 좀처럼 안정되지 않으면서 철군 작업은 미뤄지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철군에 속도를 가했으나 좀처럼 여유롭게 진행되지 않았다. 미군이 줄어들면서 탈레반의 영향력이 더욱 점증했기 때문. 설상가상으로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해 미 경제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재정 유지 및 군대 운영에 차질이 생겼다고 봐야 하며, 이에 블링컨 장관이 직접 아프가니스탄을 찾아 이번 철군의 당위와 필요성을 직접 말한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미국이 예산을 활용하기도 어려우며, 이대로 아프가니스탄을 방치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미국은 지난 2001년에 발생된 9-11 테러를 시작으로 아프간을 적극 침공했다. 당시 조지 부시 대통령은 아프간 공습을 명령하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함께 기동했다. 사실상 미 전력이라 봐야 하며, 미국의 잇따른 공습으로 인해 아프가니스탄은 피폐해졌다. 이미 1980년대에 구 소련의 침공으로 이미 외부의 거센 폭풍과 마주했던 아프가니스탄은 탈레반의 근거지라는 이유로 미국의 엄청난 폭격을 피하지 못했다. 동시에 파키스탄이 테러의 진범이 아니라는 것을 밝혀야 했기에 미국에 적극 협조했으며, 미 육군이 기동하도록 길을 열면서 미국과 파키스탄의 관계가 크게 호전됐다(최근에는 악화된 상황).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아프간 공격이 마무리되지 않은 가운데 잇따른 전쟁을 일으켰다. 생화학무기를 빌미로 이라크 공습도 감행한 것. 아프간에서의 군사작전이 마무리 되지 않은 데 이라크를 치면서 미국의 군비 부담은 더 늘었으며, 이는 재정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이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아프간 철군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를 위해 군대를 적극 투입해 탈레반 소탕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라덴이 피습된 것이다.


라덴을 제거하면서 미국은 본격적인 철군을 시도했다. 그러나 순차적으로 군대가 빠져나오는 가운데 탈레반의 영향력은 더욱 커졌으며, 미국의 지원으로 민주정을 꾸리고자 했으나 아프간 정치인들의 부정부패가 겹치면서 엄청난 혼선이 야기됐다. 아프가니스탄은 탈레반과 기존 아프간 정부의 대립이 심해지며 대내 안보 위기가 크게 치솟은 가운데 지도층의 무능과 부패로 인해 정치적인 혼선까지 더해졌다. 결국, 아프간의 경제사회는 가뜩이나 공습 이후 제대로 유지가 어려운 가운데 정치 위기까지 촉발되면서 크게 흐트러졌으며, 국제사회 기준으로 최빈국으로 급락하고 말았다. 이미 소련의 침공으로 엄청난 피해를 떠안아야 했던 아프가니스탄으로서는 20년 뒤 감행된 미군의 대량 폭격으로 인해 국가가 마비되는 것을 넘어서 전소됐다. 지구촌에서 미군의 공습을 당하고 삭제되지 않을 지역이 없음을 고려하면, 대내 방어력과 경제력을 갖추지 못한 아프가니스탄이 마주하기에는 지나칠 정도로 처참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2기에 들어섰고, 라덴 피격이 진행될 당시 미 관료를 보면 현 국무부 장관인 블링컨 장관과 현 백악관 안보보좌관인 제이크 설리번 보좌관이 모두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당시에도 이미 실질적 국장급 이상의 관료로 작전 이행에 영향을 끼쳤던 인물로 이번에 외교-안보 1선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보다 적극적인 철군에 서두르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무리한 부채를 원치 않았으며, 설상가상으로 미국발 금융위기 탓에 국가경제가 크게 요동쳤다. 이에 철군을 서두르기 위해 군대를 증강해 완연하게 탈레반을 소탕을 뜻을 보였고, 탈레반을 제거한 이후 철군에 나서고자 한 것이었으나 여의치 않았고, 정권이 교체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노골적으로 타국의 재건을 돕지 않을 뜻을 보였고, 순차적인 철군 작업이 본격화됐다. 이후 바이든 행정부는 이를 이어받아 본격적으로 군대를 물릴 것을 알렸으며, 이미 진행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만약, 미군이 모두 발을 빼게 된다면, 아프간 사회가 안게 되는 부담은 실로 더 커질 예정이다. 이미 다수의 아프간 시민들이 불안을 표출하고 있다. 무장한 탈레반이 다시금 정권을 탈취한다면, 아프가니스탄에 야기될 혼란은 예측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그러나, 이미 민주정 안착도 실질적으로 성공하지 못했다고 봐야 하는 가운데 탈레반이 다시금 국가를 이끌어 간다면, 아프간은 다시금 되돌릴 수 없는 길과 마주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나마 구성되어 있는 정부가 실각하게 될 경우 엄청난 정치적 혼선과 사회적인 불안이 크게 치솟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이에 미 정치권 내에서도 아프간 철군이 다소 이르다는 시각을 표출하고 있으며, 자칫 탈레반이 더욱 커질 경우 미국이 다시금 엄청난 테러와 마주하게 될 확률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장 비용 충당이 쉽지 않고, 이미 어마어마한 예산이 투입된 것에 비해 좀처럼 성공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한 만큼, 바이든 행정부도 전임 정부의 뜻을 그대로 이어가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즉, 미국적 사고방식이 어떤지를 다시 한 번 더 적나라하게 보인 셈이다.


참고로, 아프가니스탄은 중국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국가 중 하나다. 미군이 철군할 경우, 중국이 역으로 아프가니스탄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 물론, 이미 미소의 침공으로 모두가 버리는 땅으로 전락했고, 지전략적 이점이 전혀 없는 점을 고려하면 굳이 어느 누가 관심을 가지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미국도 중국을 견제하는 대전략의 측면과 테러 방지를 위해 주둔을 고려할 수 있으나 당장의 예산 문제와 함께 현재 아프간에서 지형적인 요인으로 탈레반 완전 소탕이 어렵고, 군대 유지로 인한 피해가 적지 않은 만큼, 철군을 전격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프간에 군이 주둔할 경우 친중을 넘어 종중을 택하고 있는 파키스탄을 적극 견제할 수 있는 이점이 있으나, 인도가 자리하고 있는 만큼, 굳이 망가진 땅이 된 아프가니스탄에 굳이 군대를 둘 이유가 없어졌다. 이미 인도도 적극적인 반중 노선을 택하고 있어 이미 연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중국 견제와 테러 방지를 저울질한 것으로 보이며, 종국적인 철군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블링컨 장관은 3월에 동아시아 순방을 통해 한중일 고위급과 접촉한데 이어 4월 초에는 유럽연합 및 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의 장관들과 만나 회담을 가졌다. 서방사회의 결집을 도모한 것으로 보이며, 연말에 열릴 예정인 NATO 정상회담을 위한 것이다. 동시에 트럼프 행정부 들어 상당히 소원했던 동맹과 우방의 관계를 전격 복원하기 위한 첫 행보에 돌입한 것이며, 이에 서방과의 관계가 일정 부분 매듭지어진 이후 숙제이자 숙원인 아프간 내 미군 철군을 위해 전격적으로 카불로  향한 것으로 보인다. 분명한 것은 코로나19로 인해 미국도 대내적인 투자 및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하는 만큼, 더는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에 군대 주둔을 원치 않고 있으며, 유럽을 통한 러시아 대치와 일본과 인도를 통한 중국 견제에 나서고 있으며, 대한민국을 통한 북한과의 관계를 유지하려는 것으로 이해된다. 더욱 분명한 것은, 다들 간과하고 있으나, 미국의 외교적인 논법은 협상이 아닌 질서로 이해를 해야 제대로 바라볼 수 있다. 종합하면, 아프간은 리비아처럼 돌이킬 수 없는 수준인 삭제된 땅으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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