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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son Lee Apr 23. 2021

2021 미일정상회담

시작된 안보전략과 암묵적인 한국의 성과

대비된 미일의 온도차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첫 정상회담이 백악관에서 열렸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일본의 스가 요시히데 총리를 만나 정상회담을 가졌다. 동북아 외교현안과 일본의 오염수 방류 등 여러 현안이 공유가 된 것으로 보이며, 2020 도쿄 올림픽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바랐던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은 대중 견제의 기치를 한 번 더 확인하면서 일단은 관망하는 어조로 외교 현안에 대한 대담이 나왔다. 북한에 대한 문제는 상대적으로 유화적인 입장이 언급이 된 것. 예상대로 스가 총리가 북한에 대한 다소 무자비한 입장을 내놓은 것과는 사뭇 달랐다. 이를 보면, 대북 접근법에 일정 부분 이견이 있으며, 이는 지난 외교장관회담을 통해 대한민국이 미국에 충분한 설득과 설명에 나섰고, 미 국무부가 이를 잘 수렴해 외교정책 반영에 나서려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이에 대한 소식은 아주 당연하게도 국내에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일본이 이번 회담을 서두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올림픽 유치도 중요하겠지만, 첫째, 자국 입장에서는 오염수 방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와 외교무대에서 전방위적인 로비를 자랑하고 있는 일본은 이번에도 적극적인 자세로 미국을 확실한 우군으로 두면서 오염수 방류를 두고 큰 타격을 입지 않았다. 냉정하게 언급하면, 국제적으로는 최악의 결정이지만, 일본만 보면 충분히 이해가 가능한 행동이다. 이를 통해 일 정치권은 자국민들에게 좀 더 사회적으로 안전한 곳임을 공표한 셈이다. 실질적으로 국제법 위에 군림하는 미국의 지지를 받으면서 어느 국가도 일본의 오염수 무단 방류에 대해 제재 및 조치를 하지 못하고 있다. 존 케리 기후변화 특사가 중국과 한국을 찾아 이야기를 나눴고, 이에 대해 보고할 뜻을 밝혔으나 냉정하게 실효성이 아주 떨어진다. 일본은 이번 회담을 통해 자국의 영향력을 다시금 알리면서 대내 결집을 도모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외교적인 성과는 크게 뒤떨어졌다. 거의 없다고 하더라도 이상하지 않다. 전형적인 가치 공유에 대한 언급이 판을 쳤을 뿐, 좋은 점수를 받을 만한 것은 없었다. 특히, 일본은 북한의 비핵화와 무기 규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견지했다. 스가 총리는 회담 이후 가진 공동발표자리에서 완전한 비핵화(CVID)는 물론 중단거리 미사일도 규제해야 함을 적극 거론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의 발표를 보면 이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즉, 일본이 여전히 북한을 두고 역내 안보 상황의 경중을 높이길 바라고 있으며, 이를 통해 정권 유지 및 지지 결집을 바라는 것이 확인이 됐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미국은 이에 대해 크게 언급하지 않았으며, 서울에서 열린 2+2 회담을 통해 알려졌듯 다소 부드러운 대답이 나왔다(물론, 북한 입장에서는 전혀 부드럽지 않으며, 최근 북한은 다시 고난의 행군에 돌입하기로 선언했다.).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일본의 의도대로 강경한 입장이 전혀 관철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일본은 그간 북한 문제를 크게 부풀려 자국 대내 결집에 나섰으며, 이를 통해 자민당 정권 재창출을 꾸준히 유지했다. 특히, 아베 신조 당시 총리가 이를 아주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이에 스가 총리도 해당 전략에 편승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일본도 북한과 관련된 납치자 문제 등 해결해야 하는 사안들이 남아 있다. 그러나 여허진 역내 평화와 안정보다는 자국 이익 및 영향력 확대에 골몰하고 있다. 놀랍게도, 바이든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과 달리 아직은 일본을 좀 더 적극적인 상수로 활용하는 발언을 하지 않았다. 물론, 내부적으로는 미일동맹의 기치 아래 쿼드와 한미일 삼국협력을 활용해 중국 견제에 나서겠지만, 현재로서는 아직 우리가 치고 들어갈 여지가 남아 있는 부분은 긍정적이다. 이를 통해 한국이 좀 더 한일 사이의 균형을 맞춘다면, 미국이 적극적으로 한미일 구도를 요청할 시, 더 이상 종속변수에만 국한되는 일은 생각만큼 크지 않을 여지가 생긴 셈이다.


이번 정상회담의 내용을 보면, 곧, 한미정상회담도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미 대통령이 일본 수장을 먼저 만나는 것은 그간 당연했다. 그러나 여러 동맹과 우방 중 한국 정상과 두 번째로 만나는 것으 사뭇 이례적이다. 그만큼, 한국의 외교적 가치가 적지 않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전략적으로 볼 때 무역점유를 이유로 한국이 중국으로 쏠리는 것을 막고, 동맹인 만큼 적극 협력해 북한 문제에 접근하겠다는 의도로 봐야 한다. 물론, 북핵 문제는 굳이 미국 입장에서 급한 사안이 아니긴 하나 한국을 통해 북한을 관리하고, 일본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해 보이는 만큼, 우리로 하여금 대중 문제 언급이 많지 않은 점은 여러모로 긍정적인 부분이 많다. 뿐만 아니라, 일본의 뻔한 의도가 좀처럼 통과되지 않은 점을 보면, 한미일 구도에서도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구도 또한 많아진 점은 당연히 간과할 수 없다. 


종합하면, 미일정상회담을 통해 한일 양국의 외교적 역량 차이를 엿볼 수 있었다. 일본은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다시금 이전처럼 중일관계가 회복될 여지는 없어졌다(한중일 정상회담이 열리기도 어려워진 셈이다). 그러나 한국은 역내 국가 중 유일하게 미중 양국과 장관급 회담에 나선 국가이다. 연중 한미정상회담과 한중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많은 점을 고려하면, 한국이 완전하게는 아니지만 균형자 역할을 할 수 있다(독립변수라는 것이 아니라 상호변수로 해석하는 것이 맞다). 이에 반해, 일본은 중국과 척을 지면서 미국에 적극 편승하는 고전적인 전술로 일관하고 있어 오히려 한국의 전략적 가치가 급등했다고 봐야 한다. 물론, 로비력을 비롯한 자본에 기반한 전방위적 외교에서는 여전히 일본에 한참 밀리지만, 제한적인 조건 속에서 이와 같은 성과를 만들었다고 하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구성해 가고 있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볼 여지가 많아졌다는 부분은 결코 간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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