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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son Lee May 23. 2021

2021 한미정상회담

역대 최고 한미정상회담

지상 최고 양자 동맹 관계

대한민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나흘 간 방미에 나섰다. 지난 22일(이하 한국시간)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나서기 위함이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외교, 경제, 보건 등 많은 분야에서 다각도의 협력이 최종 확인이 됐으며, 이를  통해 양국이 기존 군사 동맹을 넘어 다분야로 포괄적 협력관계를 동시에 구축했음을 확인했다. 특히, 이번 회담을 앞두고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백신 확보, 반도체 기술 협력, 대북 문제가 폭넓게 거론됐다. 대개 한미가 정상회담에 마주할 경우, 통상적으로 무기 구입을 비롯한 안보 분야에 국한된 문제가 거론이 되며 이를 통해 군사 분야 동맹관계를 거듭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는 보건, 경제, 외교까지 폭넓은 분야에 협력과 합의가 완성되었으며, 무엇보다, 한국은 동맹이라는 족쇠로 인해 갖지 못했던 미사일 사거리 제한에서 벗어나게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일본의 스가 요시히데 총리와 먼저 회담에 나섰을 때와 달랐다. 문 대통령의 입장을 고려한 오찬에 나섰으며, 비공개 양자대화와 소인수 회담(정의용 외교부 장관,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 서훈 안보실장,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배석), 이후 공개회담까지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일본과의 회담이 상대적으로 빨리 끝난 것과는 아주 대조적이었으나, 전직 대통령이 방미에 나설 때는 복색부터 칭찬 일색이었으나, 당연히 현직 대통령의 방미에 언론은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심지어 일본과의 회담보다 훨씬 더 농밀한 관계 확인과 이익 공유가 뒤따랐음에도 언급은 최소한에 그쳤다. 그만큼, 미국이 한국을 중요한 동반자로 생각하고 있으며, 결정적으로 종미에만 국한되어 있는 일본보다 이른 바 한미동맹 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택하고 있는 한국이 더 중요함을 모르지 않은 것으로 이해된다. 이게 다가 아니다. 카멜라 해리스 부통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 다른 고위 인사들이 문 대통령을 직접 맞은 것까지 일 정상의 방미와는 확연한 온도 차가 감지됐다.


1. 보건 협력

보건 분야 합의가 가장 돋보였다. 이번 회담에서 가장 중요한 사안이기도 했다. 한국은 이미 자발적 능력으로 백신 확보에 나서고 있으며, 순차적으로 접종 대상을 추려 연중 접종 완성 계획을 수립해 차분하게 진행하고 있다. 또한, 외부 기술이지만, 백신을 일정 부분 생산하면서 수출에도 나서면서 백신 공장으로서의 역할까지 하고 있다. 그런 만큼, 이번 회담에서 한국이 미국의 백신을 지원받기로 할 경우 이른 바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한국이 다른 국가의 백신을 우선 취득할 경우 격에 맞지 않을 여지가 많았다. 그러나 미국은 우리 국군에 55만 개의 백신을 지원하기로 했다. 기존 군사동맹에 의거해 군인을 지원할 경우 크게 이견이 나올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을 위한 행위이기도 하다. 주한미군은 동북아 균형자 역할을 하고 있으며, 당연히 우리 군과 접촉 및 대면 훈련이 많다. 이에 자국 군 보호와 함께 역내 관여의 명분을 모두 얻어냈다. 한국은 미 지원으로 55만 개의 백신을 확보하면서 기존 장병에게 접종하고자 했던 백신을 민간 분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게다가, 확보한 백신의 질은 당연히 의심할 여지가 없다. 현재 국내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는 가운데 이마저도 일정 부분 잠재웠다. 미국이 지원하는 백신은 화이자 백신이며, 이에 국군은 안정 검증이 보다 확실하게 마련된 백신 접종을 받게 된다. 뿐만 아니라, 코바백스 백신의 공장을 한국에 설립하기로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의 코바백스와 합작해 위탁생산하기로 했다.이에 한국이 기술을 습득하고, 이를 통해 백신 양산에 돌입할 여지를 마련했다. 코로나 백신은 최소 1~2년 동안 꾸준히 생산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아직 개발도상국이 백신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전지구적인 접종에 나서려면 엄청난 생산이 뒤따라야 한다. 한국이 이제 기존 방역을 넘어 백신 생산에도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되면서, 코로나 이후 정국에서 빠질 수 없는 국가가 됐다. 


이재갑 교수(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에 따르면, 기존 백신 확보와 함께 기술 제휴를 통해 얻어낸 백신을 통해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범용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국내 접종이 속도를 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후 양산을 통해 보건 분야의 선진국 진입을 눈앞에 두게 됐다. 그간, 한국은 자본력 부족은 물론 기술력의 한계로 인해 보건 영역에서는 뒤로 밀려나 있었다. 반대로 미국, 일본, 독일이 쥐고 있는 영역이 독보적이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영국과 프랑스와 같은 기존 유럽 선진국의 입지도 있기에 한국이 진입하기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 미국이 해당 분야에 전격적으로 협조 및 협력하기로 하면서 한국이 보건 분야의 위상을 끌어 올릴 발판을 확실하게 마련했다.


2. 경제 투자

한국이 백신 확보 및 양산 체제 구축을 위해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이 이뤄진 이면에는 기업 투자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한국에서는 삼성,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 SK, LG가 총 35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한화로 약 45조에 달하는 엄청난 금액이다. 미국이 한국 기업의 이와 같은 대규모 투자를 받아들인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이는 코로나19 영향이 컸다. 그간 국제사회는 세계적인 연결망(Global SCM)을 통해 생산기지가 노동임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국가에 위치하고 있었다. 또한 해운을 통한 물자 이동이 원활해 지면서 노동력과 시장성을 갖춘 중국과 동남아시아에 공장이 밀집됐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해 연결망이 이전처럼 가동되지 않았고, 미국도 더는 중국이 경제 분야 최강국으로 떠오르길 원치 않기 때문에 기업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시행했던 것을 이어받아 자국 제조업 확산과 함께 노동력 확충에 나서기 위함이다.


이에 대해 한국에 투자하지 않고 미국에 투자한 것에 대해 대내적인 불만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최병일 교수(이화여자대학교 국제대학원)는 한국 시장과 미국의 시장이 규제를 비롯한 여러 분야에 접목이 다르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충분히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대미 공략에 나선 것이라 논평했다. 한국은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이에 한국 기업의 역량을 통해 국가가 보건 분야 이익을 얻어낸 것이다. 또한, 기업이 미국에서 야기되는 이익을 바탕으로 대내 투자에 나설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선순환적인 구조를 만들었다고 평가할 만하다. 삼성과 SK 하이닉스는 반도체 현대차와 LG는 배터리 분야에서 전문성을 발휘하고 있는 만큼, 이를 통해 한국 기업이 미국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활보할 수 있는 여지도 마련했다.  


즉, 기업인들의 공격적인 대미 투자로 인해 우리가 미국으로부터 백신 확보와 기술 제휴를 동시에 얻어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상회담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국내 기업의 대미 투자에 대해 혀를 내두르며 기업인들을 직접 호명했다. 이는 경제가 크게 얼어붙은 미국에 활력이 되는 것이기도 하며 대외적으로는 중국을 겨냥한 행보로 이해된다. 즉, 한국 기업의 투자로 인해 한국이 좀 더 미국과 긴밀함을 다시금 과시했으며, 중국은 사드 배치로 인해 국내 기업을 아주 경시한 경험이 있어 한국 기업의 진출이 용이하지 않은 상황을 보면 더욱 대조적이다. 종합하면,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정부와 기업이 잘 공조한 결과이기도 하며 이를 통해 국익이 극대화되는 결과물을 도출했다. 이른 바 상국인 미국을 상대로 우리가 갖고 있는 기술을 일정 부분 내줘야 하는 부분은 아쉽기도 하지만, 보건 영역이 실질적으로 안보 분야에 들어온 이 시국에 기업의 투자로 백신의 확보에 성공했고, 이를 매개로 한미 관계가 기존 군사 동맹을 넘어 경제 및 보건 분야까지 두루 탄탄해졌음을 확실하게 공언했다.


3. 대북 정책

대북 정책도 단연 눈길을 끈다. 이미 월중에 블링컨 장관은 영국의 도미닉 랍 외교부장관과의 외무장관 회담에서 대북 정책 검토가 끝났음을 알렸다. 영국에서 열린 G7 장관회담에서 블링컨 장관 주재 하에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이 열렸으며, 이 때 동맹이자 미국의 좌우날개인 한국과 일본에 대북정책 검토에 따른 의견을 공유한 것으로 이해된다. 블링컨 장관은 랍 장관과의 회담 이후 가징 공동기자회견에서 파이낸셜타임즈(Financial Times) 기자의 질문에 답했다. 답변 내용은 크게 두가지다. 첫째, 미국은 외교적으로 해결할 뜻을 밝힌 것이며, 둘째, 단계적으로 접근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오길 바라며, 미국은 당연히 한미일 공조 속에서 북핵 협상에 나설 뜻을 보였다. 그러나 완전한 비핵화를 거듭 바라다 못해 미국의 바지를 붙잡고 있는 일본을 북한이 원할리 없다. 이에 난관은 예상이 되나, 협상 기조를 밝힌 것은 싱가포르 선언에서 협상이 시작될 여지를 남겨둔 셈이다.


개인적으로 여기에 대한 확답은 내릴 수 없었다. 그러나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이 부분에 대한 원만한 답변이 나왔다. 싱가포르 회담을 기점으로 대북 협상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당시 미국과 북한 양국 정상은 적대 관계 청산을 내걸었다. 즉, 미국이 북한을 완연한 적성국가로 분류하지 않고 협상의 대상으로 여기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는 오바마 행정부 3기라고 보면 크게 한미일 구조 속에서 결국 실무 협상을 내걸 가능성이 높았고, 즉, 이는 북한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면이 많았다. 게다가, 민주당은 북한을 기존 보통 국가로 대하지 않았던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남북미 구조의 종언은 물론 북핵 문제에 더는 우리가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고 여겼다. 그러나 블링컨 장관의 정책 검토와 이번 정상회담에 따르면 협상에 거듭 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 김 외교관을 대북 특별대표부로 선임했다. 김 대표부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처음으로 만난 싱가포르 회담의 협상 대표로 나선 인물이다. 이에 미국의 북핵 셈법 찾기가 시작된 것이라고 봐야 한다.


이 대목에서도 일본의 외교는 빛을 잃었다. 그간 전방위적 대미 로비를 통해 한국을 하대하는 여건을 거듭 만든 일본이었다. 여기에 한국 정부는 보수성은 물론 자주성도 보이지 않았으며, 결론적으로 종속 구조에 늘 응해야만 했다. 그러나 이 정부 들어 보수성은 물론 자주성이 상당히 돋보인다. 일 총리가 급히 방미에 나선 것도 미일 관계 재확인도 있지만,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의제화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드러난 것처럼 미국은 단계적 접근에 나설 것을 확약했다. 국장 및 실장급에서 시작되는 실무 접촉에서 단계적 접근이 진행되더라도 궁극적으로 북미 양국의 교환 조건이 맞아질 일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협상에 따라 제재 완화 및 안전 보장의 여부가 생긴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블링컨 장관도 대북 정책 검토 과정에서 한국의 외교진 역할이 큰 도움이 됐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우리 외교가 한 번 더 빛을 발휘한 아주 큰 성과이며, 이는 그간 외교적 속국으로 하대해왔던 일본을 이긴 아주 통쾌한 장면이라 할 수 있다.


4. 안보 분야

하나 더 있다. 문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서 직접 미사일 사거리 해제를 알렸다. 그간 한국은 동맹이라는 족쇄로 인해 군사 분야 개발에서 늘 뒷전에 머무를 수 없었으며, 미 무기 강매에 나서야 하는 아주 종속적인 입장이었다. 그러나 역대 정부 들어 단 두 번에 그쳤던 미사일 사거리 제한을 이번 정부 들어 세 번이나 나섰다. 지난 2019년에 800km 제한이 풀린 데 이어 완연한 사거리 제한을 풀어냈다. 이미 KF-21이라는 자체 전투기 개발을 완료했으며 이제 양산 체제 진입을 앞두고 있는 한국은 미사일 제한을 풀면서 이제 중거리 이상의 미사일을 보유할 수 있는 국가가 됐다. 이제 가능하다면 베이징, 상하이, 도쿄가지 타격이 가능한 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 중국이 꾸준히 국방비 증액을 통해 군사력 과시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이번 한국의 미사일 독립 선언은 안보 분야의 그간 불완전한 종속을 넘어 완연하게 자립할 수 있게 됐다.


또한, 한미 양국은 전시작전권(이하 전작권) 환수에도 속도감 있게 접근하기로 했다. 얼마나 구체적인 사안으로 정리가 됐는 지 확인이 되지 않지만, 전작권이 돌아올 경우 비로소 완전 독립에 나서게 된다. 자주 국방을 통해 우리가 적극적으로 북한을 압박하거나 위협할 수도 있으며, 당연히 중국과 일본도 긴장할 수밖에 없다. 특히, 군대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일본은 우리 자체 기술로 만들어진 전투기 생산을 부러워할 수밖에 없다. 일본이 그간 꾸준한 극우화를 통해 혐한 정서를 더는 활용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가능하다면 2030년 이전에 한국이 군사력에서 일본을 뛰어넘을 가능성도 여러 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현 정부 들어 군인들의 월급을 대폭 올리는 등 대대적인 국방비 증액을 통한 자체 무기 개발과 미국 무입 매매를 통해 돋보이는 국방력을 구축하고 있는 한국은 여기에 주한미군과 꾸준히 기동할 수 있는 전력을 갖추고 있다. 이에 한국은 안보에서 서방을 제외하고 가장 안전한 지역으로 거듭나 있다.


자주 국방의 기치를 마련하는 가운데 주한미군과 협력을 꾸준히 지속한다면 한국이 유지하는 국방력은 기존 순위 이상의 군사력을 지니게 된다. 현실적으로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 수준으로 따라가긴 어렵겟지만, 주변 강국에 둘러 쌓인 입장을 고려하면, 한국이 이처럼 경제력과 국방력을 동시에 끌어올린 경우는 지구촌에서 전무하다. 한국이 완전한 군사력을 갖추면서 미국과의 동맹을 공고히 하고 있는 중국도 이제 경제력을 위시로 함부로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거듭 말하지만, 국군은 북한에 지지 않는 전력이다. 마치 미군이 없으면 지는 것처럼 말하는 정치인과 언론이 지나치게 많아 국군의 전력이 늘 폄하되기 일쑤였으나, 절대 그렇지 않다. 설사 지는 전력이라 하더라도 당연히 이긴다는 일념이 있어야 되는 것이 맞는 것 같은데 늘 국군의 전력은 형편없기 때문에 미국을 절대자로 추종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물론, 미국은 한국의 아주 훌륭한 상국이자 동반자이다. 무시할 수 없다. 당연히 같이 간다. 그러나 이번에 좀 더 자주성을 갖고 같이 갈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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