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관계에 대한 전후본말
코로나바이러스로 한중관계가 대중들의 도마 위에 올랐다. 대한민국에서는 민주 정권이 행정부 최고수장으로 있을 시, 중국과 만나면 반미라고 치켜세워왔다. 이는 이번에도 변함이 없다. 참여정부 때도 한국은 미국 중심의 외교통상 일변도에서 벗어나 중국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하면서 중국과 외교 강화에 나섰다. 이윽고 언론과 대중에서는 당시 대통령을 두고 반미주의자로 몰아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한미관계는 지난 정부 때보다 훨씬 더 양호한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사태를 비롯하여 이른 바 중국 눈치를 본다며, 친중주의자와 반미주의자로 색깔을 입히려 들고 있다.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월 말에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미동맹의 진전을 알렸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당연히 동조했다. 중국이라는 위협에 한국은 미국을 안보 동맹으로 두면서 미중 사이에서 살길을 모색해야 한다. 그 와중에 (당연히) 미국에 중심을 두는 외교정책을 취해왔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동맹을 단순 군사동맹을 넘어서는 포괄적 동맹으로 확대 발족시켰다. 동맹에 의거해 한국은 호르무즈 해협에 당연히 파병했으며, 동맹국에 대한 당연한 전력 교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를 빌미로 중국의 눈치를 본다며, 어김없이 지금 정부와 대한민국을 반미로 몰아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다들 생각해 보자. 개인 관계에서도 사과나 배를 자르듯이 싹둘 잘라서 무조건 좋고, 무조건 싫은 점이 있던가? 그럼 왜 수많은 부부들이 이혼도장을 찍기 위해 애를 쓰고 있으며, 왜 많은 연인과 친구들이 유통기한이 끝나 다시는 보지 않게 되던가. 잘잘못을 떠나 저마다의 사정이 있기 때문이다. 하물며 국가 간의 관계에서는 더더욱 재단하기 어려운 것이 많다. 단순 안보, 외교, 통상처럼 굵직굵직한 사안 외에도 관광, 문화 교류, 교육 등 다른 이유들까지 수도 없이 차고 넘친다. 민간 교류와 비정부기구들 간의 협력까지 고려할 경우 특정 양국이 마주하게 되는 상황들이 상당히 많다.
중국인 입국자를 막지 않은 것에 분노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중국인들을 막았을 경우, 안심이 되는데다 확진을 피할 수 있다고 여길 수 있어서다. 그러나 추이를 보면, 중국인을 빨리 막은 편이다. 한국보다 체급이 몇 십배나 큰 일본이나 몇 천배나 큰 미국도 중국인을 섣불리 막지 않았다. 아니 막았다간 이후 관계를 되돌리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외교적 현실이 그렇다. 게다가 한국은 중국과 인접하고 있어 일본이나 미국보다 위험부담이 더 크다. 이에 정부는 검열과 방역에 최선을 다하면서 중국을 통한 입국자를 철저하게 관리하기로 택했다.
그러나 코로나가 정작 특정인에 의해 증폭됐음에도 중국인을 막지 않은 것을 꾸준히 언급한다면 프레임 전환을 시도하는 것으로 밖에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무리 정부가 싫다고 하더라도, 이해하는 측면이 다양할 수 있더라도, 사실관계와 전후사정이 훤하게 나와 있다. 혹, 만약, 중국인 입국을 막았다고 하면 이후 통상과 무역에서 야기되는 엄청난 손실과 대기업들은 위기를 맞게 된다. 하청업체와 협력업체들까지 고려한다면 그 피해규모는 더 커진다. 당연히 실업률은 늘 것이고 취업은 줄 것이다. 그럼에도 단순 중국인을 막지 않은 것에만 골몰한다면, 지나치게 편향적인 시각이다(현 31번발 파동으로 인해 국가경제는 위기를 맞았다).
안보와 건강이 우선인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는 한국과 같은 지정학적 위협요소를 안고 있는 국가로서는 (참으로 슬프게도) 어쩔 도리가 없다. 어김없이 외줄타기에 나서야 한다. 게다가 중국은 이미 한국의 사드 배치 이후 아직도 국가 간 정상 관계 구축에 나서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과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한중일 정상회담과 G20정상회담이 열릴 때마다 회담을 가졌지만, 정작 한국에서 회담이 열리지 않았다. 중국은 고위급 인사를 한국에 보내긴 했으나 시 주석은 방문하지 않았다. 시 주석은 아직 사드 배치 이후 관계 개선에 다소 소극적이며, 삐졌다고 해석해도 무방하다. 중국이 한국과의 사드 배치 국면을 해소한 이면에는 미국발 대형 통상관계 정립(미중무역분쟁)과 북핵 위기가 결정적이었다. 인접국들과 사이가 소원할 경우, 외교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한한령을 폐지하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사드 배치가 강행됐을 때, 많은 이들이 봤다. 중국발 쇼크로 인해 국가경제가 얼마나 휘청거렸는지를. 이를 목도한 사람들이 지금 버젓이 성인으로 자리하고 있을 텐데 어김없이 '무조건 중국탓'만 하는 것을 보면, 무엇을 봤는지 의심스럽다. 스스로도 한국이 중국 눈치를 보지 않는 국가이길 바란다. 하지만 21세기가 도래한 이후 한국의 대외교역에서 차지하는 중국 의존도는 더욱 높아졌다. 세계경제가 중국의 성장으로 버텼듯이 한국도 이에 편승할 수 있었기에 지금과 같은 경제력을 유지하고 있는 측면도 적지 않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 현 정부는 신남방정책을 통해 무역통상에서의 탈중국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만큼, 막상 힘을 받으려면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사드 배치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압박이 있었다지만, 정부는 중국에 제대로 이해관계를 주지시키지 않았다. 현 야당 대표인 전 총리는 중국에서 시 주석의 질문에 "결정된 바 없다"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열흘 뒤에 전격 사드 배치가 결정됐고, 중국 지도부는 한국을 향한 거센 불만을 드러냈다. 사실 미국 무기인데 미국에다 대고 따져야 하는 것이 맞으나, 중국은 늘 그렇듯 약자에게 강한 국가다. 이에 한국에게 모든 화살을 떠넘겼다. 마침 한국의 주요산업인 항만, 물류, 조선 분야에서 중국의 성장이 도드라지면서 국내총생산이 줄어드는 시기였기에 중국의 이른 다 대한국 제재는 한국에게 치명적이었다. 하다 못해 사드가 효용이 크지도 않았던 것을 고려하면, 한국은 무기 하나 잘 못 둬서 제 1 고객과의 관계를 그냥 끊어낸 것이나 다름이 없다. 즉, 한국이라는 개인은 장사를 잘 못 한 것이다.
그럼에도, 중국인을 막는 것이 상수라고 말하는 것은 더더욱 어불성설이다. 한국에서 코로나가 심화된 이후 중국 지방정부가 한국인들을 입국을 거부한 사례가 있긴 하다. 알고 있다. 속상하다. 그러나 감내해야 한다. 현 위치 한계와 체급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대로 한국이 코로나 발발 초기에 중국인을 막았다면, 중국의 여태껏 했던 행동과 시 주석의 행태를 고려할 때, 일대 큰 위기가 도래했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중국의 잠재 경제성장률이 하락 조정되고 있어, 중국도 이전처럼 대형 고객인 한국에게 이전처럼 대대적인 무역단절을 선포하긴 어려웠을 수 있다. 그러나 막대한 자본력을 갖추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방금 언급한 부분이 야기될 확률은 그리 높다고 보기 어렵다.
또, 중동급성호흡기증후군(메르스)가 창궐했을 때는 어땠는가. 당시 대통령은 그에 대한 구체적인 담화조차 제대로 내놓지 않았다. 현 야당대표인 당시 총리는 국정감사에서 어느 국회의원의 질문에 "국가가 어떻게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느냐"면서 오히려 되물었다. 그래놓고서는 지금에 들어와 모든 것을 정부탓으로 내몰고 있다. 정치적 이해관계는 이해한다. 그러나 31번발 대확산이 우선이었는지, 중국발 전염이 먼저였는지 선후관계는 확실히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BBC와 CNN을 비롯한 외신들도 한국의 방역 사례와 대처를 유례 없이 높이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자국민만 만족하지 않고 있으며, 가중된 업무환경에서도 여느 국가들보다 빨리 확진자를 찾고, 작은 의심환자들을 검사하고 있음에도 지금 정부의 대처를 형편없다고만 평가한다면,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정부로서도 난처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게 최선이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31번발 증폭이 없기 전까지 잘 제어한데다 중국인으로부터 야기됐던 환자는 6명에 불과했으며, 이중 네 명이 완치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여전히 대통령, 청와대, 정부가 싫은 이들을 포함해 다수의 일반 대중들이 무조건 대통령 탓을 하고 있다. 혹자는 "중국인을 막지 않았을 것이라면 이정도 예외는 예상했었어야 된다"고 한 이도 있다. 아... 거의 신과 같은 능력을 바라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렇다. 민주 정부(실질적 보수 정부)가 들어서면 늘 완벽해야 한다. 실수해서도 안 된다. 인정에 호소해서도 안 된다. 누군가는 각종 위법에 쉽게 언급이 되도, 민주 정부 인사는 무조건 고려조차 되어서도 안 된다. 그랬기에 이번 정부의 대책은 완벽한 실패다.
역사는 늘 반복된다는 말이 있다. 이는 사람 사는 이야기가 곧 별반 다를 바 없다는 큰 뜻임과 동시에 대중들과 권력층의 선택이 (잔인하게도) 늘 똑같다는 뜻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를 보면서 대중들은 다시 2004년부터 2009년 사이 그 때의 분노를 보내고 있다. 전직 대통령이 자신의 등을 떠밀어 눈을 감기로 했을 때, 국민 모두가 울었다. 개인적으로는 어이가 없었다. 아니, 오글거렸다. 경제부터 자이툰부대 파병부터 모든 것이 죄다 누구 때문이라 했던 이들 대부분이 울었기 때문이다. 그 때는 무지했던가? 그럼 지금은? 학습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또 반복하고 있다. 건방지게도 리처드 파인만 박사가 한 유명한 말이 떠오르면서도, 대중은 다시 똑같은 선택을 하려 드는 세상이 개탄스러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