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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son Lee Sep 29. 2021

호주의 공격적인 외교 행보

반중 전선 구축의 확실한 중간자

호주의 공세적인 외교 자세

호주가 외교안보에서 큰 행보를 이어갔다. 호주는 9월 들어 잇따라 유관국과 장관 회담을 열면서 외교를 통한 주변 정세 관리에 나섰다. 또한, 미국, 영국과 함께 안보 협정을 체결하면서 안보 위협도 확실하게 줄였다. 


호주는 2020년까지만 하더라도 지정학적 위기는 고사하고 외교 및 통상 분야에서 위협요소가 전혀 없었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 따라 중국산 물품 무역을 재고하는 과정에서 중국이 엄청난 제재로 반격하면서 중국-호주 관계가 크게 얼어 붙었으며, 이로 인해 호주 경제가 크게 휘청이게 됐다. 호주의 제 1교역국은 단연 중국이며, 호주의 수출 중 절반에 가까운 비율이 중국에 판매되고 있을 정도로 호주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가히 절대적이다. 즉, 중국의 대호주 제재로 인해 호주에 엄청난 타격이 됐으며, 이로 인해 중-호 관계는 되돌릴 수 없는 수준이다.


게다가, 호주 내부에서 중국인의 무분별한 자국법을 준수하는 기이한 행동을 벌이고 있고, 브리즈번대학교의 사안이 대내적인 정치사안으로 크게 번지면서 호주 도처에서 중국 및 중국인에 대한 시선이 상당히 냉담해진 상황이다. 이에 중국공산당이 강하게 호주의 태도를 비판하는 것을 넘어 내정간섭이나 다름이 없는 행태를 요구했다. 호주 정부가 이를 거부하면서 중국 정부의 제재는 지속되기로 결정이 됐다. 냉랭해진 중-호 관계는 호주에게도 상당히 치명적이다. 호주의 마리스 페인 외교부장관은 중국과 조건 없는 대화에 임할 뜻을 거듭 피력하고 있으나 중국이 거듭 반박하고 있는 상황이며, 실제로 중국이 내정간섭적인 조건 수용에 나서야 대화 요청을 수락할 의사를 보였다고 봐야 한다.


반면, 중국은 또 하나의 유력한 아태 지역 중견 국가를 미국 편으로 보내준 셈이라 외교적으로 자발적 고립을 자처한 셈이다. 그간 중국은 시진핑 주석이 부임 이후 호주를 우군으로 불러들였다. 호주도 당시 케빈 러드 총리가 중국과 통상 관계 구축이 중요했던 만큼,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다. 이에 호주는 미일 주도의 안보기구인 쿼드 참여를 자제했다. 창설 당시 함께 했으나 이후 형식적인 역할에 그쳤으며 사실상 참여하지 않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시 주석의 중국이 통상을 매개로 광폭 행보를 이어가는 가운데 호주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호주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에 호주의 애덤 모리슨 총리는 중국의 제재를 아주 강하게 규탄하면서 이후 외교 관계 수립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호주는 2021 G7 정상회담에 초청이 됐으며, 기존 서방 선진국과 관계 개선에 나섰다.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과의 관계도 거듭 확약했다.


이번 9월에 호주는 페인 장관과 피터스 더튼 국방부장관을 인접국과 유관국으로 보내 외교전에 나섰다. 월초에 인도네시아를 찾은 호주 장관단은 가장 가까운 이웃 중 하나인 인도네시아와 관계를 확인했다. 인도네시아는 성장하고 있는 국가이자 뉴질랜드, 파푸아뉴기니, 동티모르와 함께 가까운 곳이다. 이중 인도네시아는 호주에게 가장 중요한 이웃인 만큼, 우선 인도네시아를 찾았으며, 이후 쿼드를 통해 관계가 좀 더 다져진 뉴델리를 방문했다. 호주 장관단은 인도와 2+2 회담을 통해 외교 및 국방 분야에 두루 두루 협력하기로 했다. 호주는 태평양과 인도양을 모두 인접한 국가이자, 중국과의 관계 악화로 미국이 주도한 인도-태평양 전략(이하 인태전략)에 미국과 함께할 뜻을 거듭 밝혔다. 인도도 우방이나 다름이 없는 호주가 들어오게 될 경우 중국의 확장에 맞설 수 있는 만큼, 호주와 인도의 관계가 좀 더 강화됐다.


호주 장관단은 이어 서울을 찾았다. 호주 장관들은 2017년에 서울을 찾았을 당시 2+2 회담을 진행한 바 있다. 페인 장관을 비롯한 호주측 인사는 한국 장관과 회담에 앞서 청와대를 찾아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했다. 문 대통령은 G20 정상회담, G7 정상회담에서 잇따라 모리슨 총리와 약식 회담에 나서 관계를 다졌다. 페인 장관은 호주가 한국의 우방이자 좋은 친구임을 확인했으며, 문 대통령도 호주가 한국전쟁 참전국으로 나서준 것에 거듭 감사하면서도 금년이 한-호 수교 60주년을 맞은 만큼, 양국 관계를 다지는 것은 물론 기존 동반자 관계에서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양국 관계를 격상하기로 합의했다. 한국과 호주는 역내 확실한 중견 국가이자 민주주의를 유지하고 있는 구가로 공통점이 상당하다. 이어 페인 장관은 문 대통령에 호주 방문을 공식 요청했으며, 문 대통령은 실무진과 고위급 대화에 따라 일정이 정해진다면 방문할 뜻을 알렸다. 이어 페인 장관은 정의용 외교부장관, 더튼 장관은 서욱 국방부장관과 유관부서 장관 회담에 나섰으며, 이어 2+2 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 발전과 역내 문제를 비롯한 국제시사에 관한 여러 안건에 함께 임하기로 했다. 


이들은 끝으로 워싱턴 D.C.로 향했다. 방미에 나서 미국과 장관회담 및 2+2 회담(AUSMIN)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부장관은 미-영-호(AUKUS) 안보 협약을 공식적으로 체결될 것임을 알렸다. 이로 인해 미국과 호주의 안보 동맹은 더욱 든든해졌다. 또한 금년은 미국과 호주가 체결한 안보동맹(+뉴질랜드)인 ANZUS 조약 체결 70주년이다. 이에 미호 양국은 상호 안보와 역내 문제 해결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낼 뜻을 밝혔으며, 페인 장관은 미국의 리더십 하에 호주가 든든히 뒷받침할 뜻을 내비쳤다. 이어 페인 장관은 중국과 대화에 나설 수 있는 입장을 거듭 피력하면서도 더튼 국방부장관은 호주 안보에 대해 강경한 발언을 이어갔다. 블링컨 장관과 로이드 어스틴 국방부장관도 대중 견제 및 반중 전선 구축이 필요한 시기에 호주의 적극적 협력을 거듭 밝히면서도 미국이 기존의 질서를 확실하게 유지해 나갈 뜻을 거듭 언급했다.


그러나, 이번 미영호 조약(이른바 잠수함 협정)은 프랑스의 분기를 피하지 못했다. 호주는 그간 안보 분야에서 기술적 제한으로 제대로 된 잠수함 전력을 꾸리지 못했다. 이에 프랑스와 사업에 관한 구체적인 협력에 나섰으며 협정까지 체결했다. 핵추진 잠수함은 아니지만 경유로 움직이는 재래식 잠수함 기술 이전 및 구동에 대해 엄청난 합의에 나섰다. 하지만, 미국이 나서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호주와 혈맹인 영국과 미국이 핵추진 잠수함 기술 이전과 이후 협력을 내세우면서 호주가 프랑스와 체결한 협정을 취소했다. 이에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주프랑스 호주 대사를 긴급 초치했으며, 호주 정부에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 이어 미국에 대해서도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에 블링컨 장관은 호주 장관단과의  회담에서 기자의 질문과 공동선언문에서 프랑스의 역할이 여전히 중요하고 역내(대서양) 문제는 물론 역외(태펴양을 비롯한 세계적인) 사안에 대해서도 공유하고 협력하는 것이 당연하다면서 이른 바 프랑스 달래기에 나섰던 것이다.


우선, 호주는 잇따른 유관국과의 회담을 통해 호주의 외교적 지위를 거듭 확인하면서도 중국에 밀리지 않는 진영을 꾸릴 뜻을 알렸으며, 당연히 열린 마음으로 대화에 임할 뜻 또한 내비쳤다. 또한 미국과의 기존 동맹을 적극 확인했으며, 쿼드 회원국인 인도와의 관계는 물론 견실한 중견 국가로 동북아에 자리하고 있는 한국과의 관계 격상을 통해 다층적인 외교안보 체제를 구축했다. 결정적으로 프랑스와 외교 관계는 크게 틀어질 여지가 생겼으나 호주는 이제 국방 분야에 발을 들이고 있는 만큼, 미국산 핵추진 잠수함 도입은 물론 한국산 무기를 통해 호주 안보를 든든하게 다질 수 있게 됐다. 한국은 근래 호주에 K-9 자주포를 수출했으며, 인도네시아에도 전투기를 판매하는 등 방위산업 분야에서 서서히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호주가 한국과 더 가까워진 것은 호주가 한국의 좋은 동반자이자 무기 판매국이 될 수 있어 여러모로 긍정적이다.


호주는 그간 역내 문제와 전혀 동떨어져 있었으나 중국발 충격으로 인한 지정학적 위기를 몸소 실감하고 있다. 이에 쿼드 적극 참여와 기존 안보 동맹인 ANZUS 강화는 물론 한국과의 적극적인 외교를 통해 완충에 나서고자 한 것이다. 안보 전력 증강을 위해 프랑스와의 기존 합의 뒤엎을 만큼,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고 있으며, 호주의 공세적인 움직임이 계속된다면 이는 중국의 더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으며, 중국이 바라는 태평양 진출은 묘연해 질 수밖에 없다. 호주는 아태 지역에서 결코 적은 국가가 아니다. 여기에 미국, 인도와 함께 안보 전선을 구축하고 있으며, 미영과 혈맹관계를 구축해 군사정보공유(Five Eyes)까지 나서고 있다. 이미 영국은 보리스 존슨 총리가 인태 지역 관여를 적극 천명한 가운데 미영호 잠수함 협정으로 영국의 개입은 확정이 된 것이나 다름이 없다. 인도도 후방에 호주라는 중견 국가를 우방으로 두면서 반중 공세 나설 채비를 마련했으며, 아세안에서 가장 큰 국가라 할 수 있는 인도네시아는 중국보다 호주와 지리적으로 훨씬 더 인접하고 있어 호주와 관계를 무시할 수 없다. 


호주는 9월 중에 연이은 외교 순방을 통해 외교 및 안보 분야에서 성과가 단연 돋보인다. 호주의 개입으로 반중 노선과 인도양 안보 문제는 더 큰 시대적인 화두로 떠올랐다고 볼 여지가 아주 다분하다. 인태 지역 외교 안보가 더욱 다층적으로 복잡해지고 있으며, 이는 전적으로 중국이 적극 야기했다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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