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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son Lee Nov 25. 2021

2021 한미일 외교 차관 회담

정례적인 만남 속 확인 된 외교 관계

예상된 결합 속 한일 간 대립

한미일 외교부 차관이 워싱턴 D.C.에서 만났다. 


한미일 3국 차관이 11일(이하 한국시간)에 회담을 가졌다. 이번 회담은 북핵 위기를 비롯한 역내 현안에 대해 미국을 비롯한 아시아 주요 동맹인 한국, 일본과 의견 공유 및 향후 계획에 대해 논한 것이다. 지난 여름에 도쿄에서 3국 차관이 마주한 데 이어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두 번째로 3국 차관이 만난 것이다. 정상 간 회담이 이뤄지지 않고 있으나 연내 잇따른 삼자 간 차관 회담이 열리고 있는 것을 보면, 미국이 여전히 한미일 규합을 강력하게 원하는 의도가 드러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측에서도 미국에 전격 편승하고 있는 만큼, 3자 협력 구도를 바라고 있다.


3국 차관이 공식적으로 만난 것은 이번이 9번째다. 미 국무부 웬디 셔먼 부장관의 기자회견에 따르면, 한일 양국과 건설적인 대화에 나섰으며, 북핵 위기와 역내 현안에 대해 두루 공유했음을 밝혔다. 기자들의 질문에 특별한 답변이 없는 원론적인 회견이었으나 회담에서는 실무적인 내용이 충분히 오갔을 것으로 짐작이 된다. 이번 회담에 앞서 대한민국 외교부 최종건 1차관은 셔먼 부장관, 일본의 모리 다케오 차관과 각각 양자 간 차관 회담을 가졌다. 한미 외교부 차관회담에서는 종전선언에 대한 의견 조율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이 되나 셔먼 장관의 회견에 따르면, 구체적인 내용의 언급을 피했다. 이어 최 차관과 모리 차관과의 양자 간 회담은 아주 냉랭하게 진행이 됐다. 도쿄에서 한일 고위급이 만날 당시에도 인사 없이 진행이 된 가운데 이번에 인사는 고사하고 별도의 기자회견도 없었다.


3국 차관이 회담을 마친 후에도 한일 양측의 거부로 인해 기자회견에는 셔먼 부장관이 단독으로 진행했다. 대개 민주 국가간 회담(차관급, 장관급, 정상회담 포함)에서는 모두가 참석해 기자들의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다.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 한일 양국이 모두 기자회견을 거부한 것을 보면 한일 관계가 얼마나 경색되어 있는 지 알 수 있다. 일측에서는 최근 한국 경찰 고위 인사의 독도 방문을 아주 강하게 규탄했으며, 이전에 야기된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 불목과 함께 위안부 문제의 불거론을 여전히 주장하고 있다. 이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된 이후에도 기조는 여전하며, 오히려 이전보다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굴종하지 않는다면 양국 관계 개선을 여전히 받아들일 수 없음을 밝힌 것으로 봐야 한다. 최 차관은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한 우리 측의 입장을 전달하였으나 일측은 현재 기조를 바꾸지 않을 뜻을 내비쳤다. 또한, 최 차관은 일측의 제기는 전혀 수용할 의사가 없음을 강하게 전달한 것으로 확인이 됐다.


특히, 한미 차관 회담에서는 종전 선언에 대한 의견 조율과 함께 현재 이란의 외교적 문제 해법을 위한 한국의 중재를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현재 미국발 제재에 발이 묶여 있다. 그러나 한국은 예외적으로 이란과 교역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 이 또한 외교적으로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윤허를 받은 부분이다 .이에 이란 핵을 두고 협상에 나설 시 한국의 역할을 언급했다. 한국은 당연히 미국이 동맹이자 이란과 관계가 돈독한 만큼, 양국 사이에서 실질적인 중재자로 힘을 보태기 충분하다. 북핵 문제의 우회 경로인 종전 선언을 시작으로 이란 문제에서도 접근법을 같이 하고 있는 만큼, 한반도를 비롯한 역내 문제 뿐만 아니라 역외 문제까지도 두루 주고 받았다. 또한, 미측은 한국의 중남미 지역 통상 관계 확대를 적극 인지하고 있으며, 미측과 긴밀한 공조를 바랐다.


이 밖에도 3국 차관은 코로나바이러스 시기를 잘 지나야 함과 동시에 아세안(ASEAN)에 기반한 역내 기구의 적극적인 관여와 역할을 강조했다. 또한, 한미 간 회담에서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한국의 신남방정책의 연계와 협력을 지속할 뜻을 확약했다. 미일 간에도 미 주도의 적극적인 외교 안보 정책에 일본의 강력한 뒷받침을 요구했을 것으로 짐작이 된다. 분명한 것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한미일 결속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3자 정상회담을 요청하고 있지 않은 것을 보면, 현재 장차관급 회담에서 한일 관계의 악화를 고려하고 있다고 봐야 하며, 동시에 우리 측이 이를 유효적절하게 잘 거부하고 있다고 볼 여지도 없지 않다. 한미일이 지나치게 규합될 시 한국이 무조건 종속적인 입장이 될 여지가 많기 때문이며, 이미 이전 행정부에서 아주 잘 드러났기 때문이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번 차관 회담으로 인해 한국이 종전선언과 이란 관계 등 외교적 이익을 손에 넣었다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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