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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son Lee Mar 10. 2022

미중 사이 돋보인 한국 외교

선택이 아닌 미중 모두 인정한 한국의 전략적 가치

미중 사이 돋보였던 독자적인 외교 행위

지난 2021년에는 많은 회담이 잇따랐다. 미국에서 2020 대통령선거 결과에 따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미중 관계 심화와 한미일 구도 강화가 당연하게 예상됐다. 당연히 북핵 문제는 후순위로 밀려나는 것이 당연했으며, 이로 인해 역내 많은 국가들이 장관급 회담과 정상회담을 열었다. 비록 한중정상회담은 열리지 않았지만, 고위급에서 만나 양국의 외교적 의제와 서로 간의  위치를 확인한 부분은 의미가 없지 않았다. 결정적으로, 한미정상회담이 미일정상회담보다 뒤에 열리는 것이 당연했으나, 미 정상이 한일 양국 정상을 각각 맞이하는 온도 차는 확연했다. 이에 앞서 2021년 3월에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부장관과 로이드 어스틴 국방부장관이 도쿄가 아닌 서울을 먼저 찾은 것만 보더라도 미국이 현재 한국의 전략적 가치와 한미동맹의 기조를 어느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지 유추가 가능했다.


시계를 되돌려 보면, 미일정상회담에서는 원론적인 회담에 그쳤다. 반면, 한미정상회담에서는 백신 공여, 기업 투자, 북핵 문제, 미사일지침 해제까지 여러 가지 다양한 의제가 두루 거론이 됐고, 실질적으로 가장 많은 성과를 얻어낸 회담이었다. 이를 통해 한국은 어려웠으나 북핵 문제 지렛대를 확보했으며, 한미일 구조를 수용하되 중국과의 관계의 이해를 얻어냈다. 무엇보다, 미사일지침을 지워내면서 사거리 제한, 탄도 중량 제한, 연료 사용 제한을 한 번에 지워냈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에 세 차례 해당 지침을 개정했던 한국은 이 기회를 통해 비로소 국방력 증강을 위한 본격적인 발판으로 삼았다. 이전 행정부를 통틀어 단 두 번 밖에 이뤄지지 않았던 미사일지침을 남북이 평화 국면을 유지하는 가운데 얻어냈다는 측면에서 한국 외교안보의 상당한 성과를 이룩했다. 이를 계기로 한국은 잠수함탄도미사일(SLBM)과 국지적 미사일 방어 무기인 아이언돔을 일거에 개발해내면서 지구촌 상위권 국방 전력을 유지하게 됐다(그럼에도 여전히 대한민국 대통령선거에서는 현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이 친중친북반미라는 틀짜기에 어김없이 이용이 됐으며, 이를 보면, 가짜 뉴스 및 선전 선동이 얼마나 여전히 유효한 지 알 수 있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따로 있다. 현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지 또한 엄청난 관심사로 떠올라 있다. 실질적으로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는 상식적이지 못한 행동은 벌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이 되는 만큼,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상당히 많다. 그러나 중국은 지난 해에만 여러 차례 대만 방공식별구역을 수십 여 차례 침범하는 등 무력 시위에 나섰다. 중국의 국방력이 대만보다 앞서 있는 것을 고려하면 다소 치졸한 행위인 것은 분명하다. 게다가,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대만 문제만 나오면 어김없이 좁디 좁은 외교관을 당연하다고 여기듯이 제재로 일관했다. 2022년 초에 리투아니아가 대만 영사관을 대사관으로 상위 치환하기로 하면서 중국정부의 엄청난 반발을 샀다. 그러나 리투아니아는 중국과 교역이 거의 없는 만큼, 크게 개념치 않았으며, 중국의 조치에 당연하다는 듯이 반응했다.


문제는 역외 국가이거나 상대적으로 약소국이 대만에 대해 언급하면, 중국은 외교적인 강공을 줄곧 퍼부었다. 하물며, 미국, 유럽연합, 일본, 프랑스, 독일 등 유력 경제 선진국이 이를 거론한 적은 없었다. 특히, 1972년에 미중 수교가 달성이 된 이후 국제사회에서 공식적으로 대만을 언급하는 것은 암묵적인 동의였다. 그러나 지난 2021년 3월 말에 열린 미중 고위급 회담에서 블링컨 장관의 입에서 신장과 홍콩은 고사하고 대만까지 나오면서, 중측의 엄청난 반발을 샀다. 당시 배석한 중국의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미측의 발언에 격노했다. 이후 양측은 합의없이 해당 회담을 마무리했다. 이후 미일정상회담이 워싱턴 D.C. 에서 열렸으나 별다른 내용을 찾을 수 없었다. 일본은 미국의 외교안보전략에 항시 편승하다 못해 오히려 미국의 선언에 앞서 준비 발언을 하는 국가인 점을 고려하면, 이는 당연했다. 이후, 한미정상회담이 열렸고, 양국의 회담 후 선언에서 대만해협에 관한 문제가 포함이 됐다. 미측 언론의 질문에 대한민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질문과 마주했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행운을 빈다"라며 웃었다. 문 대통령은 물류적인 부분을 거론하면서 대답을 잘 이어갔다.


이후, 중국의 반응이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중국의 반응은 거의 없었다. 그토록 대만 거론에 민감하게 반응했던 중국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반대로, 한국의 외교적 체급 상승과 중국에서도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용인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다시금 이른 바 제재나 관계 청산을 시도할 경우 중국이 안게되는 외교통상의 부담이 점증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중국에게 네 번째 최대 교역국에 해당한다. 한국과 수출입이 그만큼 많다. 뿐만 아니라 한국이 이른 바 일본처럼 친미를 넘어 종미를 고집할 경우, 중국은 동북아에서 절대적으로 고립되게 된다. 남중국해를 통한 우회와 호주와의 그간 대외 교역이 많았기에 태평양 진출과 인도양 진입을 노릴 수 있었으나 중국은 이미 인도와 국경에서 무력 충돌을 빚었으며, 호주는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이후 독립적인 조사를 요구한 직후 강도 높은 무역 제재로 일관했기에 인도와 호주까지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과 모두 척을 지게 됐다. 즉, 남중국해를 확보했으나 태평양과 인도양으로 기동하기 쉽지 않아졌다. 여기에 한국마저 등을 돌린다면 중국은 실질적으로 아태지역에서 철저하게 외교적으로 고립될 수밖에 없다. 동남아시아가 있긴 하나 척을 지고 있는 국가도 있으며, 아세안이 아닌 이상 외교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하기에 가치는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이후, 연중에 한중 외교장관 회담이 열렸다. 해당 회담의 결과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중국이 한국의 전략적 위치를 인정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한중 양국이 외교-국방 장관 간 2+2 회담을 여는 것이었다. 그간 한국은 미국, 호주와 2+2 회담을 여러 차례 개최한 바 있다. 그러나 중국과 해당 회담을 연내에 성사하기로 한 것은 여러모로 의미가 컸다. 비록, 양국간 외교안보라인 고위급 회담은 열리지 않았으나,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이 한국의 정의용 외교부장관의 말에 수긍한 부분은 가장 큰 성과였다. 당연히 국내 언론에 보도가 되진 않았으나, 정 장관은 왕 부장과의 회담을 통해 한국의 입장을 명확하게 전달했다. 그는 한국은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대중관계에 나설 것이라 했다. 왕 부장은 이를 전격 수용한 것도 모자라 한국의 입장을 이해하며, 건설적인 관계 개선에 나설 것을 강조했다. 즉, 중측의 입장이 얼마나 급한 지, 또, 한국과의 관계 유지가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지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시작으로 왕 부장은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장관, 인도네시아 외교부장관과 잇따라 만나면서 역내 긴장 점증을 최소화하고자 했다. 만약, 한국이 이탈했다면, 중국이 안게 되는 외교적 부담은 훨씬 더 커졌을 것으로 짐작된다.


종합하면, 중국은 한국이 한미정상회담에서 대만해협을 언급했고, 외교장관회담에서 한미동맹의 우선을 내세웠다. 중국 입장에서는 충분히 서운하게 들릴 만 했을 터. 그러나 중측은 이를 전격 수용했다. 상술한 것처럼 용인하지 않았을 시 안게 되는 부담이 커지는 것이 당연했기 때문. 가뜩이나 사드 배치 이후 중국의 이른 바 강도 높은 무역 제재로 인해 중국 경제에도 피해가 적지만은 않았던 점을 고려하면, 한국이 그간 독자적인 목소리를 꾸준히 내면서도 전략적 위치를 아주 잘 활용한 탓이다. 구한말 이후 내재적인 힘의 부재로 줄기차게 외세에게만 의존하고자 했던 나라에서 이토록 독자적인 외교를 통해 전략적인 입장을 고수하면서 이른 바 양강의 윤허를 모두 얻어낸 적은 헌정 이후 단 한 번도 없었다. 그간 대한민국의 행정부는 철저한 종미만을 고집했으며, 부속으로 친일까지 잇따랐다. 그러나, 한국은 이제 외교적인 강국으로 외교안보에서 국제사회의 중요한 가늠자가 됐다. 섣부른 상상일 수 있으나 미중 양국의 충돌이 심화된다면, 한국이 중간다리 역할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올라 섰다고 볼 여지도 없지 않다.


미국도 한국이 순수하게 미측에 귀의해 이전처럼 한미일 구조에 완전 순응한다면 전술 구축이 상당히 편리하다. 그러나 한국이 만약에 중국의 제재와 이른 바 공세에 시달려 다시금 국내총생산이 요동치고 위기가 고조된다면, 미국으로서도 부담이 커지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랬기에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대만 관련 미측 언론의 질의를 받았을 때, 잘 답변하길 바랐으며, 또, 최근 러시아의 무력 도발이 동유럽에서 자행되면서 미측이 주도하는 서방과 러시아의 관계 악화와 더불어 서방의 결집과 중러가 힘을 합치는 가운데서도 최근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한국과 대만을 건드리는 나라가 있을 시에 절대로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확언했다. 반대로, 한국이 전략적 모호성을 취하고 있음에도 미측 또한 이를 전면적으로 용인하고 있으며, 잘 활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종합하면, 한국의 외교적인 역량이 얼마나 대단해졌는 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비록, 어느 나라의 언론은 거듭 한 쪽을 택해야 하고, 마치 미국이 주도하는 배에 승선하지 않는 것을 마치 외교적인 실책인 것처럼 교묘하게 보도하는 경향이 아주 짙은 데, 여기에 현혹되서는 안 된다.


중국 연구에서 국내 최고 권위자로 손꼽히는 조영남 교수(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는 미중 사이 선택에 관한 질문에 "질문이 잘 못 됐다"고 말했으며, 미중 관계에서 세계적인 석학인 정재호 교수님(서울대학교 외교학과)는 본인의 저서인 '중국의 부상과 한반도의 미래'에서 한국의 외교를 두고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전략적 모호성을 취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를 보면, 현재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지정학적 열세를 전략적 가치로 잘 발현한 것을 알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미중 사이에서 확실하게 생존하고 있으며, 나름의 외교적인 위치를 잘 수립했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여전히 이는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며, 많은 이들이 그저 현 정부가 중국에 미온적이며, 북한에 유화적이기만 하면서 미국과 갈등을 빚고 일본과 척을 지고 있다고만 강조한다. 중국에 미온적이고 북한에 유화적인 것은 틀리지 않으나 미국과는 동맹을 더욱 강화했고, 일본에게는 비로소 우리의 의사를 명확하게 드러낼 수 있는 수준이 된 것이다. 정작 보수적인 견해에 비추어도 현재의 외교가 미 민주당 정부 출범으로 인해 남북미 구도는 더는 없어진 선택지가 됐기에 아직 다 알지 못하는 스스로도 이전부터 한미일 구도에 순응하되 대중 관계 레버리지를 얻어낼 수 있어야 함을 강조했다. 그러나, 한국은 이를 잘 해냈으며, 현재 국제사회에 우뚝 서 있다.


또, 미일이 주도하는 4자 안보기구(이하 쿼드)에 한국이 가입해야 함을 강조하는 집단과 언론을 수도 없이 봐왔다. 단적인 예로 지난 해에 열렸던 한미 2+2 회담에서 서울방송 기자는 한국의 쿼드 가입 여부를 정 장관에 직접 질의했다. 그러나 미측이 공식 제안하지 않았다고 했다. 미국은 현재 한국의 현재와 같은 입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당시 한미 2+2 회담에서는 주로 북한 문제, 미일 2+2 회담에서는 중국 문제가 거론이 됐고, 미일 회담에서 중국에 대해 아주 강도 높은 어조로 공세적인 발언이 이어진 것을 고려하면 한국이 온도 조절에 얼마나 잘 임했는 지 알 수 있다. 또한 쿼드 가입은 정작 인도가 요구하고 있다.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문 대통령과도 가까운 사이로 잘 알려져 있다. 인도는 중국과의 국경 충돌이 있었으나 중국과의 관계를 전면적으로 악화히길 원치 않고 있다. 이에 한국이 쿼드에 들어와 지나친 반중으로 향하는 노선에 같이 제동을 걸길 바라고 있다. 그러나 한국이 쿼드에 가입할 경우, 한국의 역할이 커지는 만큼, 예상대로 한국의 역량 상승을 예전부터 노골적으로 꺼렸던 일측이 거듭 반대하고 있어 한국이 가입할 수 없는 상황이며, 굳이 들어갈 이유도 없어진 것이 명확하다. 그럼에도 아직 쿼드 가입이나 미중 선택을 에둘러 이야기한다면, 이는 잘 못 된 처사임이 잘 드러난 것이다. 


하기사, 한국 정상이 2년 연속 G7 정상에 초청됐으며, 실제 회담과 외교 행위에 나섰음에도, 당시 야당 대표의 당선과 추후 행보에 관해 더 많이 뉴스에 나온 것을 고려하면, 이해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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