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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son Lee Mar 25. 2022

격화되고 있는 신 냉전 구도

아직은 완연하지 않은 냉전

계속되는 경제/금융 분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서방 진영이 확실하게 결집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과 동맹인 대한민국, 일본은 물론 공식적인 중립국인 스위스까지 러시아를 전면 규탄했다. 이들 모두 미국이 주도하는 대러 제재에 전격 합류하면서 민주주의 국가 간 결속이 가속화되고 있다.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예상대로 러시아측에 서기로 하면서 양 측 진영이 확실하게 꾸려졌다. 이로써 소련 붕괴 이후 처음으로 군사, 외교적으로 다시금 세계가 확실한 진영으로 나뉘게 됐다. 다만, 아직 대러 경제 및 금융 제재가 확실하게 진행이 되고 있으나 중국과의 무역은 여전히 진행이 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까지 완연하게 20세기에서 야기됐던 것처럼 완벽하게 다른 세상으로 나뉜 것과 같은 완전한 대립 구도는 아니다.


지구촌 경제는 여전히 중국과의 무역을 통해 경제력을 유지하고 있는 측면이 상당하다.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 한국은 미중 양국과 많은 무역량을 자랑하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여느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대중 교역량이 상당하다. 이는 한국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서방 국가 대부분에 해당된다. 미일과 교역하는 총합이 중국과의 무역을 넘지 못하는 상황이 실질적으로 10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즉, 아직 완연하게 냉전 2.0이라 진단하기는 어렵다. 여기에 한국은 물론 독일, 프랑스까지 내로라 하는 경제 강국들도 중국과의 무역을 꾸준히 지속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냉정하게 냉전이라 정의하긴 어렵다. 다만, 금세기 들어 처음으로 미 중심의 서방 진영과 중러 중심의 캠프로 나뉘고 있고, 러시아의 침공을 두고 특히나 양 집단이 명명백하게 대립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외교, 안보적인 측면에서 냉전에 근접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20세기 때처럼 21세기의 대립이 완연한 냉전으로 이어지긴 어렵다. 이미 러측의 명분 없는 침공으로 유가를 비롯한 각종 물가 상승이 동반됐기 때문. 이미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충격으로 모든 가격이 일제히 뛰어 오른 가운데 러 침공으로 천연자원 가격이 오르고 있어, 여러 서비스와 공산품의 가격 상승은 훨씬 더 점증하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경제적으로 미국을 비롯한 서방 진영도 중국과 이른 바 완전한 단절내지는 단절에 준하는 조처를 취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 미국도 조 바이든 대통령과 백악관의 제이크 설리번 안보보좌관이 중측의 러 지지 철회와 교역 단절을 거론했으나 중국은 미국과 완전하진 않더라도 일정한 대립을 지속할 수 있는 수준이 된 만큼, 미측 의견을 묵살했다고 봐야 한다. 반대로, 미국이 이번 제재 시동으로 무기 판매와 자원 수출 등 많은 금전적 이익을 손에 넣었으나, 실질적으로, 이들의 영향력이 -특히, 중국에게- 이전에 비해 얼마나 줄었는 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분명한 것은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시아에는 여느 지역과 달리 강도 높은 대립이 시작이 됐다. 한국의 러 제재 합류가 공식화되면서 사실상 대륙 세력과 해양 진영이 양분화됐다. 미국과 한국은 여전히 중국과 많은 무역을 하고 있어 경제 분야에서 대립은 없지만, 정치적인 대립으로 인하여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상술한 것처럼 단절은 오지 않더라도 정치적 반목으로 인해 향후 주식 시장은 물론 물가 상승이 추가적으로 동반될 개연이 생긴 부분은 불안한 요소임에 틀림이 없다. 완연한 디커플링은 동반되지 않을 것이 확실해 보이지만, 경제 지표에 영향을 받는 것은 피할 길이 없어진 셈이다. 미측도 실질적으로 중국을 불러 들이지 못하고 있으며, 이를 매개로 중러를 같은 집단으로 몰아 세우고 있으나 미국과 유럽 모두 중국과는 자유롭게 무역에 나서고 있다. 물론 이들과 한국 모두 대내적으로 반중 정서와 중국 혐오가 심함에도 국가적으로 무역은 지속하고 있기에 섣불리 단절을 언급하는 것은 온당치 않은 처사임을 알 수 있다.


끝으로, 북측의 태도가 이해가 가면서되 이들의 선택은 여전히 장기적이지 못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당시 미측으로부터 비핵화에 나서는 조건으로 어떤 답례와 이익을 얻어내지 못했던 만큼, 미국에 여전히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에도 미측은 북한에 조건 없는 대화를 꾸준히 내걸고 있으나, 실질적으로, 미국은 북측의 인권 문제, 실무진부터 시작하는 단계적 협상, 그리고 한미일의 통합된 접근을 바라고 있다. 이는 북한이 모두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 정권 교체로 남북미 구도가 완벽하게 깨졌고, 북한이 더는 미측과 협상하기 어려워진 점은 분명하나, 여전히 외교적인 행보를 보면 근시안적임을 알 수 있다. 이번에 적극적으로 러측에 편승하지 않으면서 협상의 매개를 마련할 필요가 있었으나 그러지 못했다. 이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통해 미측의 협상 참여 독려와 한국의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무력 시위에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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