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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son Lee Apr 15. 2022

당선인 사절단, 방미가 갖는 의미

미 중심 외교 선언과 예상되는 한미일 협력

현안과 목적의 다소 상이했던 괴리

20대 대통령 당선인의 한미외교정책대표단이 이번 주초에 방미를 마치고 귀국했다. 박진 의원(강남구 을; 외교부장관 후보자)이 이끄는 당선인의 대미 특사가 행보를 마치고 돌아왔다. 이례적인 것은 정부가 발족하지 않았음에도 특사가 미국으로 향했다는 점과 특별사절단이 아닌 정책대표단으로 이름이 명명됐다는 것이다. 대개 정부가 꾸려진 이후, 특사를 파견하곤 한다. 그러나 현 당선인 측에서는 다소 이례적으로 박 의원을 필두로 특사단을 꾸려 워싱턴 D.C.로 보냈다. 


특사단에는 조태용 의원(국민의힘 비례대표)을 필두로 정재호 교수(서울대학교 외교학과), 박철희 교수(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가 포함이 됐다. 박 의원을 필두로 조 의원, 정 교수, 박 교수 모두 서울대학교 출신으로 정치 및 외교 분야에서 돋보이는 이력과 실력을 갖춘 관료이자 학자다. 박 의원은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거쳐 하버드대학교 정책대학원과 옥스포드대학교 정치학과를 거쳤다. 문민 정부 당시 김영삼 대통령의 한영 통역관으로 재직했으며, 이후 정치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국회의원 선거에서 16대부터 18대까지 내리 3선에 성공했으나, 19대에 불출마했다. 조 의원은 외무직 공무원으로 재직했으며, 지난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총선 직전에는 문재인 정부의 안보 무능 백서를 작성하는 위원으로 일한 이력이 있다. 정 교수는 미중관계와 중국연구 분야에서 세계적인 학자이며, 박 교수는 한일관계에 능통한 학자로 잘 알려져 있다. 다만, 박 교수는 국민의힘 자문을 비롯해 해당 정당이 추진하는 대일관계를 지향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번 협의단의 방미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정부가 바뀌지 않았음에도 미국으로 향했다는 점이다. 이를 보면, 다가오는 정부가 대미 외교에 상당한 방점을 두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미중관계에 밝은 정 교수가 포함된 부분은 이해가 되나 현재 일본  측이 바라는 한일관계 수립을 원하는 박 교수가 포함된 것을 보면, 현재 미 정부가 바라는 한미일 협력 강화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점쳐진다. 정 교수는 이전 저서에서 한미동맹의 근간 위에 전략적 모호성을 추진해야 하는 부분을 강조한 바 있다. 이를 보면, 오는 정부가 지나치게 대미 관계에 종속되는 것을 피하는 의도도 내포되어 있다고 볼 수 있으나 조 의원과 박 교수가 평소 펼친 논조와 논문을 보면, 실질적으로 얼마나 유효할 지는 의문이며, 정 교수가 주장해 온 것이 과연 얼마나 유효할 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거론된다. 참고로, 현 당선인은 지난해에 미 핵공유에 대해 발언했다가 미 국무부가 크게 반발한 적이 있다. 미측이 핵무기를 제공할 리는 당연히 없는 점을 고려하면, 유력 대선주자였던 당시 당선인의 발언으로 외교가에 큰 파장이 일기도 했다. 또한, 대선 토론 과정에서 미측이 당연히 제공할 리도 없고, 제공할 이유도 없는 핵 공유를 두고 단일화한 두 후보가 없는 사실로 이야기를 이어갔다는 점이다.


이번 협의단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안보보좌관과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을 만난 것으로 확인이 됐다. 우선 두 가지다. 첫째, 미 정상과 국무부장관의 정해진 일정이 있어 일정 공유가 어려워 설리번 보좌관과 셔먼 부장관만 만나기로 하고 길을 나섰거나, 둘째, 조율 중에 나서면서 만남이 제대로 성사되지 않았을 수 있다. 첫 번째 경우라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공식적인 정부의 사절단이 아니기 때문에 미측에서도 굳이 정상과 장관이 직접 나서기보다 안보보좌관과 부장관이 나서면서 외교적 결례를 최소화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두 번째라면, 이야기가 다소 달라질 수 있다. 미국도 현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여의치 않은 점과 특사단 방미 이후 곧바로 미국과 인도 간 2+2 회담이 열린 점을 고려하면, 일정 조율 중이 여의치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일정이 정해졌으나 미측에서 인도의 방미가 확정되면서 당선인의 특사단과 직접 대면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결정적으로, 아직 대한민국은 문재인 정부가 여전히 국정을 이끌고 있는 만큼, 미측에서 굳이 정상과 장관이 직접 나서지 않은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이번 협의단 구성을 보면, 섣불리 예단하긴 조심스럽지만, 서울대학교 출신이 줄을 이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선인부터 서울대를 졸업한 만큼, 서울대 출신 인사들이 외교 요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이 된다. 박 의원은 미국과 영국에서 두루 공부한 석학이기도 하며, 미 학자 및 관료와 두터운 인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 의원은 박근혜 정부 당시 외교부 1차관으로 재직했다. 정 교수와 박 교수는 장차관에 내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나 외교부장관 특별보좌관이나 정책자문을 맡을 것으로 짐작된다. 다만, 이들은 대미 중심의 외교관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정부 출범 이후에 대중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지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현재 당선인의 행보를 보면, 대통령 선거 토론 당시에도 한미일 협력과 쿼드(미일 주도 반중 안보 전선)에 가입하는 것을 우선시 했다. 만약,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면 쿼드 가입은 일측의 반대로 성사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나, 한미일 협력 종속은 다소 우려가 된다. 기존 미일, 한미 연합훈련은 각자 진행이 됐으나 만약 동시에 진행된다면, 일 자위대가 한반도 인근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물론 국가의 체급에서 아직 일본에 비해 뒤지는 한국이 박근혜 정부 당시처럼 일본에 휘둘릴 여지가 없지 않아진 탓이 결정적이다.


물론, 박 의원을 필두로 특사단에 포함됐던 인물들 모두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학교를 졸업했고, 굵직한 이력과 돋보이는 경력을 갖고 있으나 대미 종속 외교를 유지만 하는 것은 우려가 된다. 그나마 정 교수가 포함된 것을 보면 얼마나 대중 관계의 중요도가 포함될 지 지켜봐야 하겠으나 당장은 한미일 협력으로 조만간 한국이 뛰어들 여지가 커졌다는 점이다. 이는 지난 대선 결과에 따라 현재 당선인이 당선되면서 야기될 수밖에 없는 결과이기도 했다. 반면, 선거 이후 현 당선인은 싱하이밍 주대한민국 중국 대사(이하 주중대사)와 만났다. 당선인은 선거 국면에서 작심한 듯 중국을 비판해 놓고서는 싱 대사와 만남에서 건설적인 한중관계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시의 말이 얼마나 큰 의미를 갖는 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실제로 한국이 한미일 협력에 종속되고 쿼드에 들어간다면, 중국도 이에 상응하는 조처에 나설 것으로 짐작된다. 2016년 당시처럼 강도 높은 제재를 취하진 않겠지만, 2017년부터 한중관계가 일정 부분 복원된 것이 수포로 돌아갈 여지가 없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중국과 관계가 2016년 당시처럼 크게 틀어지진 않겠지만, 이후 야기될 수밖에 없는 것을 오는 정부와 외교부가 얼마나 잘 처리할 수 있을 지가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대미 중심 외교가 잘 못된 것은 아니라고 여긴다. 잘 모르는 스스로도 미국야구와 미국농구를 좋아하고, 영어를 잘 하고 싶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문화가 미 문화보다 하등하고, 국어가 영어보다 논리적이지 않은 언어라고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대개 미국을 비롯한 영어권에서 학위를 마친 이들이 미국을 비롯해 영어를 신봉하는 이들을 많이 봐왔다. 미국이 초강대국이자 한국의 든든한 동맹인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한미동맹이 우리 국익보다 우선시 할 수는 없다. 현실적은 구조상 동맹이 국익을 대변하지 않는다고 사사건건 판별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내줄 것은 내주되 얻을 것은 얻어야 한다. 그러나 지나친 종미만 고집한다면 미국 입장에서 우리를 어떻게 다루려 들지는 이미 답이 나와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이번에 바이든 정부가 당선인 측의 협의단을 직접 만나지 않은 것이 한국을 관리하기 위한 일종의 행보가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한, 미 중심 질서로 완연한 종속을 택한다면, 잃게 되는 부분을 정확히 판단하고 이를 잘 메워갈 수 있는 부분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나 프랑스와 독일도 현재 우리처럼 이른 바 중간자로 존재하고 있는 것을 보면, 오는 정부의 대미 일변 외교가 얼마나 주도적이며 유효할 지에 대한 의문은 남아 있다고 진단할 만하다. 


또한, 그 사이에는 일본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한국 외교통상에서 중요한 동반자는 중국이지 일본이 아니다. 그럼에도 한미일 종속에 나선다면, 현 정부처럼 한미일 구조에 순응하되 상응하는 지렛대를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그마저도 확보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쿼드에 들어가고, 한미일 구조에 종속된다고 해서 못 얻어낼 것은 아니라고 여긴다. 현재 인도도 쿼드 회원국이긴 하나 대중 관계에서 줄타기에 잘 나서고 있고, 유럽이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를 두둔한 중국을 규탄하고 있으나 적대는 하지 않고 있는 점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대한민국도 마찬가지다. 이를 보면, 틈을 만들 수는 있다고 충분히 여긴다. 정부가 교체된 이후에도 대한민국 외교가 꾸준히 지속되며, 지정학적인 함정을 전략적인 가치로 잘 발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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