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국양제의 한계와 홍콩의 도전
홍콩(Hong Kong)이 바야흐로 심각한 정치적 격동기를 맞이하고 있다. 시작은 홍콩의 범죄자가 이례적으로 중국으로 송환되면서부터 시작됐다. 홍콩 시민들은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곧,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홍콩에 대한 권리 억압으로 진단했고, 시민들은 너나할 것 없이 길거리로 나와 시위에 참여했다. 지난 2016년에 행정장관(수반) 선출을 위해 직선제를 두고 노란우산운동을 진행했듯, 이번에도 거리로 나와 권리투쟁과 억압반대를 외쳤다. 지난번 노란우산은 단순 정치권에 대한 문제로 시작됐지만, 이번 사태는 단순 정치권리에 대한 사안을 넘어 이제 완연한 독립국가로 나아가는 실질적인 독립운동으로 귀결되고 있다.
홍콩은 지난 1997년에 반한된 이후 공식적으로 일국양제에 의한 통치를 받고 있다. 중국의 특별행정자치구역으로 역할을 하면서도 마카오와 마찬가지로 경제적 독립체로서의 역할이 혼재되어 있다. 이에 홍콩에는 정치권이 없으며 경제사회적 자유만 보장되어 있다. 그러나 지난 선거에서 중국공산당이 내민 후보가 당선된 것도 모자라 이번에 범죄자 송환까지 이른바 중국과 홍콩 사이의 민감한 문제들이 도화선이 되면서 뿔난 홍콩 시민들이 죄다 거리로 나왔다. 홍콩은 영국 식민지가 된 이후 서양식 정치체제와 사회문화가 그대로 이식된 동방의 유럽으로 거듭났다. 시민 대다수가 영어를 모국어로 두고 있으며, 대한민국과 마찬가지로 민주주의에 기반을 둔 사고를 하고 있다.
그러나 2016년에 시진핑 총서기가 이끄는 중국공산당이 정치권에 대한 간섭을 사실상 시작한데 이어 이번에 사법권을 두고도 침해를 시작하면서 홍콩 시민들의 분노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텐안먼사건(天安門事件)과 필적할만한 사안으로 바라보고 있다. 홍콩 시민들의 투쟁이 보다 더 심화되고 있으며, 함부러 가라앉을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더 큰 문제는 중국공산당이 물러날 이유는 더더욱 없다. 이미 텐안먼사태에서도 대학생들과 민초들을 밀어내고 공산당정부를 수립한 경험이 있는데다 공산당이 이번 홍콩 사태에 대해 물러나는 입장을 보일 경우 시 총서기의 당내 입지가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하면 중국이 물러설 이유는 더욱 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관건은 이번 사안이 중국의 내부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중국이 티벳과 신장에 대한 내치의 일환으로 탄압에 들어갔을 때도 어느 국가조차 제대로 중국을 향한 발언을 하지 못했다. 중국이 이전처럼 경제적으로 약한 국가가 아닌데다 대외교역으로 많은 국가들과 얽혀 있어 선뜻 중국이 받아들이기에 부정적인 언사를 저질렀을 경우 떠안게 되는 경제적 피해가 두려웠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도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티벳과 신장은 중국 본토에 속해 있는 중국 영토인 만큼, 중국 정부에게 화살을 들이대는 것은 일정 부분 내정간섭에 속하는 부분도 있어서다.
이번 홍콩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다만 홍콩은 정치적으로 중국령이지만 경제적으로는 독립체이기 때문에 서양에서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중국이 병력을 움직이지 않을 것을 시사한 바 있다. 이는 중국이 병력을 통해 홍콩을 짓밟지 못하게 하겠다는 의도인데다 홍콩을 지금처럼 두라는 무언의 압박이기도 하다. 중국이 (그럴 리는 절대 없겠지만) 홍콩을 이른바 강제적으로 병합할 경우 대만을 비롯한 여러 체제에 대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도 트럼프 대통령이 간접적인 메시지를 낸 이상 섣불리 군을 통해 해당 사건을 진압하긴 어렵게 됐다.
이에 홍콩은 국제사회로부터 지지를 얻어내는데 성공했다. 이전부터 민주주의를 추구해온데다 경제적으로 영향력이 적지 않은, 여전히 아시아 금융의 중심지인 만큼, 서방세계를 비롯한 민주주의 진영으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를 해결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결국 시위는 길어질 수밖에 없고, 공산당이 장기전을 받아들인다면 홍콩 시민 입장에서도 두손 두발을 들게 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홍콩 시민들이 꾸준히 시위에 나서지만, 홍콩의 지위가 중국에 속해 있는 부분도 있는 것을 감안하면 무조건적으로 반공산당에 나서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나마 타협점을 찾고 협상에 나서는 것이 방법일 수 있지만, 공산당이 이를 받아들일 리 만무하다. 홍콩 시민들은 공산당과의 기나 긴 싸움에 돌입한 것이다. 이 긴 싸움은 단순한 민주주의자들의 인권 회복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보면 홍콩의 지위 및 독립에 대한 투쟁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