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를 둘러싼 서방의 이해 관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2019년에 70주년을 맞이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 정상들은 지난 2019년 12월 4일(이하 한국시간)과 5일에 회원국 정상들이 모두 조우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영국에서 열렸으며,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가 개최국 수장으로 각 국 정상들을 맞이했다. 정상회담이 특정 사건 없이 연차적으로 4년 연속 열린 것은 처음이며, 지난 1989년과 1997년에 두 번 열린 것까지 포함할 경우 4회 연속 개최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이번 정상회담은 여러모로 많은 의미가 있었다. 세계최대 집단안보공동체인 NATO가 70주년을 맞이했다는 점이다. 근대 사회가 도래한 이후 지금과 같은 국제체제가 갖춰진 이후 여러 안보동맹들이 존재해 왔지만, 북대서양조약기구만큼 오랫동안 남아 있는 안보공동체는 없다. 국제사회에 여러 동맹들이 있지만, 이처럼 범집단으로 군사 분야에 걸쳐 동맹체로 자리하고 있는 것 중에서는 당연히 최대 규모이며, 70주년이라는 숫자에서도 보듯이 역사도 가장 오래된 것이다.
또한 냉전 구도가 무너진 이후부터는 확장까지 성공해 앵글로아메리카에서 유럽 전역을 사실상 영역으로 구축하는 등 막강한 영향력까지 자랑하고 있다. 발족 당시만 하더라도 앵글로아메리카와 서유럽이 전부였지만, 이후 유럽연합의 확장과 발맞춰 유럽을 경제사회적으로 묶는 EU와 함께 NATO가 군사안보 분야까지 묶으면서 유럽은 미 주도 안보 질서에 적극적으로 편승할 수 있었다. 특히, 발트3국과 터키의 가입으로 인해 러시아의 턱밑까지 총구를 겨누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여느 회기와 달리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문제를 본격적으로 거론한 이후, 개최된 정상회담이라는 점에서 미국 입장에서 의미가 크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적으로 만족스러운 입장을 견지하며 정상회담에 나섰다. 그러나 여느 정상들은 생각보다 그를 반기지 않았다. 실질적으로 유럽이 그간 미국에 지나치게 안보 분야에 기대 있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고, 반대로 EU가 정치통합이 부재한 가운데서도 초국가적 국가체로 자리할 수 있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그러나 유럽 정상들은 방위비 부담을 넘어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들에게 취하는 태도에 대해 달갑지 않아 했다.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2018년 말에 열린 제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년 기념식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날선 반응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압박에 서슴없이 대하면서도 유럽연합의 자체적인 군대창설을 적극 거론하기도 했다(현실성이 부족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이에 이번에는 북대서양조약기구의 목적을 두고 "방향성을 상실했다"는 말을 내놓았다. 이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은 어김없이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으며, 당현히 마크롱 대통령을 조롱하는 어조로 날선 반응에 나섰다.
실제로 북대서양조약기구는 구 소련 붕괴와 구 유고슬라비아 연방이 무너진 이후 합목적성을 상실했다. 지난 2014년부터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하면서 러시아를 적국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시리아 내전 개입 당시 미 주도 아래 영국과 프랑스가 뒤를 받쳤지만, 정작 미국은 폭격 이후 시리아 사태에 개입하지 않았다. 그 결과, 러시아가 시리아 내전을 수습했고, 결국 친러 성향을 지닌 알 아사드 대통령이 정권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시리아 사태가 일단락 되긴 했으나, 아사드 정권이 유임하게 되면서 여전히 시리아를 떠나고자 하는 이들은 많으며, 이로 인해 유럽연합이 안게 되는 부담은 여전히 높다.
이에 마크롱 대통령은 NATO의 방향성을 바꿔야 한다고 강하게 말했으며, 미 주도의 현 체제에 대해 불만을 드러낸 것이라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 못지않게 안보분야에 대해서는 강성이라 할 수 있는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은 유럽의 입장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으며, 반대로 그가 유럽연합의 실질적인 수장으로 역할을 하길 바라는 것을 여실히 알 수 있다. 즉, 마크롱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강한 어조로 말한 부분은 지난해에 이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터키의 에제프 에르도안 대통령도 목소리를 냈다. 개헌을 통해 대통령이 되고 현재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균형외교(?)에 나서고 있다. 러시아의 크림 병합은 물론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내전을 통해 터키는 러시아와 관계 유지에 중점을 기울이고 있다. 또, 시리아 침공을 감행한 것을 감안하며, 현 시점에서 미국보다 러시아와의 관계에 무게감을 두고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무엇보다 에르도안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과 결이 비슷한 인물로 주장이 강하고, 이익 중심인 점을 감안하면 두 정상이 충돌하는 것은 당연하다. 궁극적으로 실질적인 리더인 미 대통령이 방위비 부담 문제와는 별개로 동맹국들을 품지 못한 부분을 엿볼 수 있다.
터키의 시리아 침공은 NATO 입장에서 보면 잘 못 된 결정이다. 군사를 움직임에 있어 일정한 동맹국들에게 일정한 동의를 구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국익이 피해를 본다고 느꼈던 것을 감안하면 이해가 되지 않은 것이 아니다 시리아는 이미 미국이 공습을 감행한 바 있다. 또한 러시아가 강하게 개임되어 있는 상황에서 터키가 병력을 투입한 것은 기존 동맹국들에게 좋게 보일 이유는 하등 없다. 즉, 에르도안 대통령도 동맹과의 관계보다는 다소 지나칠 정도로 자국 중심의 이해관계를 중요시 여기며 동맹보다는 필요하다면 동맹보다 러시아를 좀 더 중시할 수 있다는 뜻을 암묵적을 내비친 것이나 다름이 없는 셈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터키의 지정학적 가치를 알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터키를 배제하고 싶겠지만, 그럴 경우 손실이 적지 않다. 터키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이에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손익을 적절히 유지하고 있으며, 오히려 러의 국제 도발을 발판 삼아 역으로 NATO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를 통해 북대서양조약기구에서 변방에 위치한 회원국이 아닌 전방에 자리한 회원국으로서 적극적으로 행동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며, 동시에 주도적으로 문제에 개입하겠다는 뜻이다. 터키의 시리아 침공과 러시아와의 관계 재건을 통해 충분히 유추할 수 있다.
끝으로, 이번 정상회담 만찬자리에서 다른 국가들의 정상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잠시 자리를 비웠을 시 뒷담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가 이를 중재하고자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은 이미 돌아선 뒤였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예상보다 일찍 귀국길에 올랐으며, 당연히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와 같은 태도를 탐탁치 않아했다. 당연히 자리에 있었던 각국 정상들도 마찬가지였으며, 트뤼도 총리도 더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정작 차린 것이 많은 70주년이라는 성대한 자리에서도 각 국 주요 정상들의 이견이 단합되지 못했고, 이후 계획과 운영에 대해 제대로 논하지 못하면서 회담이 종료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위비 인상이라는 이익을 얻어냈으나 역시나 위신이나 명망에서는 많은 것들을 얻어내지 못했다. 이는 예고된 결과이기도 하면서도 미 대통령이 그간 이와 같은 실질적인 이익을 가져오는 것보다는 품위 유지에 신경을 좀 더 신경을 쓴 결과이기도 하다. 실용주의자인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그간 지나치게 미국이 많은 비용을 부담한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 외적으로 동맹국들의 신의를 일정 부분 잃었고, 옹졸한 언행으로 인해 그의 이미지가 얼마나 좋지 않은 지를 거듭 엿볼 수 있는 회담이었다. 북대서양조약기구가 깨질 일은 없겠지만, 이후 다자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 정상들을 어떻게 대할지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