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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son Lee Aug 04. 2022

돋보이는 인도의 독립적인 외교

현재 한국에 찾아 볼 수 없는 독자적인 외교 행보

예상 밖의 독자적인 행보

금년 들어 외교적으로 가장 돋보이는 국가는 다름 아닌 인도다. 인도는 2019년 말에 중국과 국경에서 무력 충돌이 일어날 때만 하더라도 대대적인 반중 노선으로 돌아설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인도는 국경 분쟁을 뒤로 하고 중국과 사실상 관계를 정상화했다. BT와 IT에서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하고 있는 인도지만, BT의 경우 중국에서 원자재 수입이 필요하기 때문. 뿐만 아니라 2020년을 기점으로 인도의 대중국 무역 규모가 크게 늘어난 만큼, 인도가 중국을 상대로 대대적인 반중 노선을 유지하기 쉽지 않았다. 단순 무역 규모가 2010년대에 비해 거의 네 배 가량 상승한 점을 고려하면, 인도가 중국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은 물론 오히려 함께 할 때 인도에게 얻는 이익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군사 충돌 이후 명분을 잃었다고 볼 수 있으나, 생각을 조금만 돌려보면, 영토를 상실한 것이 아닌 만큼, 이를 통해 오히려 중국을 동반자로 대할 여지도 없다고 보기 어려우며, 이를 통해 중인관계가 오히려 급전진할 수 있는 부분이 생기기도 했다. 유혈 충돌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역량이 꾸준히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인도는 중국의 지나친 팽창을 곧바로 마주해야 했던 만큼, 그간 미일 주도 4자 안보기구(이하 쿼드)에 참여해왔다. 그러나 쿼드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본격적인 반중 노선을 유지하기로 한 가운데 인도는 제동을 거는 역할을 했다. 2019년 말에 중인 간 국경 분쟁, 2020년에 중국의 호주 무역 제재가 더해지면서 중국이 쿼드를 확실한 반중 기구로 만들어 준 셈이 됐다. 여기에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정책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면서 미중관계는 악화된 체로 유지가 됐으며 2020년을 전후로 인도와 호주까지 미 중심 전력으로 편승하면서 중국에 우호적인 역내 국가는 단 하나도 없어지게 됐다. 인도도 20년대 초기에는 분쟁 여파로 나렌드라 모디 총리를 위시로 강력한 반중 노선을 유지했으나 무역량과 향후 관계 유지를 위해서 목소리를 끝까지 높이지 않았다.


그 사이 인도 무역의 대중 의존도는 훨씬 더 심화됐다. 뿐만 아니라 외교적으로 브릭스(BRICS), 상하이협력기구(SCO)에서 인도는 중국과 마주해야 하는 빈도가 많고, 잠재적인 협력대상인 점을 고려하면 인도가 반중 노선을 지나치게 고수할 이유가 없었다. 이에 한국이 쿼드에 들어오길 바랐다(물론, 일본의 반대로 성사될 일은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쿼드가 지나치게 반중 정책을 고수하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 이에 문재인 정부들어 외교안보적인 성과를 이룩한 한국이 들어와 쿼드의 반중 행보를 제어해주길 바랐던 것이다. 그러나 현재 정부의 한국이 만약에 들어간다면, 반중 노선 제어는 고사하고 미일에 절대적인 편중된 외교를 벌이는 만큼, 현재의 인도가 지금의 한국이 쿼드로 들어오길 바라는 것은 없다고 봐야 한다.


이게 다가 아니었다. 2022년 초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고, 미국을 필두로 서방 세계가 대러 제재에 시동을 걸었으며, 국제사회 대부분의 국가들이 러시아의 침공을 아주 강력하게 규탄했다. 그러나 미국과 서방이 주도하는 제재에 가세하지 않은 국가들도 있었다.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이 대표적인다. 놀랄 만한 점은 이들 모두 친미 성향인 국가들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인도는 미러 사이에서 중심을 택했으며, 사우디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다소 불필요한 인권 문제 거론과 사우디의 무하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인정하지 않았으며, 거의 따돌려야 한다는 발언을 하면서 문제가 됐다. 이에 사우디는 굳이 반러에 가세하지 않았으며, 중국이 사우디 원유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만큼, 미국의 무기 수출 및 병력 공백을 중국산으로 메우고자 하는 행보를 보였다. 이에 급하게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디를 지난 7월에 찾았으나 표면적인 성과는 없었다(내부적으로는 바이든과 빈 살만이 관계 개선의 시도가 보였다). 이스라엘도 러시아와 무역이 적지 않은 만큼, 절대적인 친미여야함에도 대러 제재에 들어가지 않았다.


이중 돋보이는 국가는 단연 인도다. 인도는 자신의 외교적인 체급을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인도마저 중국, 러시아와 궤를 함께 한다면 미국이 느끼는 외교안보적인 부담이 상당해지는 것이 당연하다. 이에 인도는 독립적인 입장을 택했다. 우선, 실용적으로는 러 침공 이후 유가 상승을 러시아산으로 메우게 됐다. 러시아는 인도에 석유와 양파 제공을 확약했다. 인도는 실생활에 원유와 양파가 중요한 만큼, 이를 통해 대내 물가 관리에 나섰다. 식용유 가격 상승도 동반된 가운데 인도는 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반면, 미국은 토니 블링컨 국무부장관이 오히려 인권 문제를 권고하는 행위(사실상 말을 들으라는 일종의 경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금년 봄에 열렸던 미국과 인도 간 2+2 회담에서 인도의 자이샨카르 외교부장관은 거듭 중간자적인 입장을 택할 뜻을 밝혔으며, 이전에 언론을 통해 받은 질문인 미국과 중국에 관한 질문에 "인도의 편에 설 것"이라는 지극히 당연한 자국 중심적인 답변을 남겼다. 이를 통해 현재 인도는 미국, 중국, 러시아의 사이 어딘가에 위치할 것을 밝힌 것이라 봐야 한다.


미국도 인도가 중국 진영으로 기울게 된다면 '중-인-러'가 함께하는 것을 바라봐야 한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란 정책의 결말로 아브라함협정(아랍에미레이트, 바레인, 이스라엘 외교 정상화)을 통해 사우디를 비롯한 수니파 국가들을 미국 쪽으로 불러들였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의 지나친 인권 고집이 사우디를 실질적인 중간자로 만들었으며, 빈 살만 왕세자가 개전 이후 바이든의 전화를 거절한 것만 보더라도 사우디가 더는 이전처럼 미국을 신뢰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인도도 해당 정세를 누구보다 빠르게 파악하고 있을 터. 이에 이번 6월 말에 열린 쿼드 회담을 매개로 창설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도 참석하기로 했다. 그러나 인태협력에 인도가 미국이 바라는 수준의 적극성을 보일 지는 의문이며, 인도도 굳이 중국 공세에 적극 나서기보다는 외교 부담을 낮추고 안보 전력을 위해 미 주도 전략에 함께 한 것이라 봐야 한다. 


참고로, 인도는 'Post China'로 떠오르는 국가이며 군사 대국이다. 인도가 차기 인구 1위를 차지할 예정이긴 하나 중국만큼 성장이 가파르진 않아 중국만큼 구매력을 가진 매력적인 시장이 되긴 현실적으로 어렵다. 또한 문화적으로 인도의 엄청난 인구가 중국이나 동남아 사람들처럼 값싼 노동자가 될 확률도 그리 높지 않다. 그러나 인도는 세계 4위의 군사력을 유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IT를 비롯한 기술 강국인 만큼, 인도는 이를 적극 활용해 미, 중, 러 사이가 아닌 독자적인 플레이어로 역할을 하겠다는 의도로 봐야 한다. 즉, 인도와 유럽연합(EU)까지 더해 현재 5집단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정세를 이끌고 있다. 물론, 여전히 미 중심 질서가 유지되고 있으나 미국의 위력이 전과 같지 않으며, 중국은 막대한 경제력으로 이미 미국의 지위를 위협하고 있다. 러시아도 이틈에 전쟁을 통해 미국의 철저한 간섭을 막았으며, 유럽의 단일화를 막진 못했으나 이권 개입을 최소화하긴 했다. 인도는 그 사이에 러시아로부터 원유와 양파, 유혈 사태가 있었으나 중국을 통해 무역량을 유지하면서, 경제 위기를 최소화하고 있다.


종합하면, 미국과 안보, 중국과 무역, 러시아의 자원을 모두 확보한 셈이다. 외교는 이렇게 해야 한다. 누군가의 말만 듣는 것이 외교가 아니다. 오히려 평균적인 경제력이 한국보다 취약한 인도가 이와 같은 외교전을 진행하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상당하다. 인도가 본격적인 빅플레이어로서 어떤 모습을 보일 지, 인도가 갖춘 잠재력이 현실적인 외교관이 더해져 보다 많은 이익을 손에 넣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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