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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son Lee Aug 05. 2022

자동차, 연속극, 아파트

단 하나도 찾을 수 없는 모국어에 대한 자긍심

아예 없는 자국 언어 존중

대한민국은 세계 10위 경제 대국, 8위 무역 대국, 6위 군사 대국이다. 하물며 문화적으로 지구촌에 끼치는 영향력은 영토와 인구 대비 엄청난 수준이며, 자랑스러운 우리말인 국어는 사실상 한반도를 벗어나면 쓸 수 없는 언어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산 작품(영화, 도서, 음악 등)이 세계적인 수준에 다다라 있다.


그러나 국산 제품이지만 이름은 영어여야 한다. 연속극은 드라마라고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제목도 영어로 붙여야 한다. 90년대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모든 극 제목이 우리말이었지만 2000년대 들어 영어에 심취한 것도 모자라서 자신의 위엄마저 내줬다고 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영어 제목이 판을 치고 있다. 단순 미국 작품이 번역이 되어 들어오지 않는 것은 물론, 우리나라 사람이 우리나라 배우로 우리말로 만든 작품임에도 이름은 "반드시" 영어로 되어야 한다.


이게 다가 아니다. 자동차 이름은 우리말로 된 것이 단 하나도 없다. 그 옛날 현대자동차가 아무 기술도 없이 외부 기술로 자동차를 만들 때는 하다 못해 이해라도 된다. 그러나 현재 한국 기업이 생산하는 자동차 대수는 엄청나다. 그럼에도 이름은 미국이나 이탈리아 도시 이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또한 "무조건" 영어로 되어야 한다. 외국에 수출해야 한다는 거창한 이유는 핑계에 불과하다. 외국인들이 한국을 찾고 우리말로 된 노래를 부르고 있는 시대에 거듭 외국어를 고집하는 차량명을 고집하는 지 이해할 수 없다. 아, 영어로 짓지 않으면 또 수준이 떨어지거나, 이름을 짓는 행위도 "네이밍"이라고 해야 할 것임을 아주 당연히 모르지 않는다.


아파트 이름은 기가 막힌다. 집단 주택이 아파트라고 번역 아닌 번역이 이뤄진 가운데 국내 건설회사들이 짓고 있는 아파트명은 죄다 영어다. 심지어 정관사도 붙이고, 발음하기 어려운 복합어로 만드는 경우가 많다. 하나씩 나열하기 힘들 정도. 우리말로 된 주택명은 찾아보기 힘든 것이 아니라 아예 없다. 심지어 아파트 외벽에 커다랗게 영어로 써놓아야 한다. 그 아파트에 사는 이들은 마치 한국어로 된 주택명에 사는 이들 보다 마치 엄청 질적으로 나은 삶을 사는 것처럼 보여야 하는가? 아 물론, 질적으로라는 말대신 "퀄리티(발음 기호에 가까운 퀄러티로 발음하지 않고, 또 퀄리티라고 해야 한다)"가 다를려나?


한국에는 관계에 기인한 문화적 행태가 많다. 그렇기에 자존이 모자라고 위엄이 부족하다. 2010년대부터 고수인 척 하는 이들이 나와 '자존감'을 부르짖었으나, 정작, 언어와 국가적인 수준에서 자존감을 높이면 아주 하찮은 이가 되어 있다. 우리말 대신 (시줍잖은) 영어를 섞어써야 하며, 한국이 선진국이라고 하면 또 마치 전임 정부 사람임을 마치 티내는 것처럼 보여진다. 자기는 주변에 받은 피해를 극복하고 자존을 고수해야 하나, 우리나라를 일본이나 중국의 위협 속에서도 당당하게 서있는 점을 고려하면 졸지에 친중반미가 되어 있는 아주 이상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오죽하면, 미 최고 명문대에서 유학했던 이들이 한국에서 동문회를 하면 영어를 쓰는 것은 물론, 한국어는 실종되어 있으며, 심지어 이름도 한국 이름은 찾아 볼 수 없다. 우리말이 영어보다 훨씬 더 대단하고 멋있고 자랑스러운 언어임에도 백인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가 구사하는 영어를 써야 마치 내가 대단하다고 여기는 부분이, 실로 부끄럽고 안타깝다. 주변에 외국인 친구들이 많아 이부분에 대해 많이 설명하고 있다. 또, 이들이 왜 한국은 영어가 공용어도 아닌 데 영어로 된 제품명, 드라마 제목이 많으며, 그렇다고 사회적으로 영어를 잘 하는 수준이 아님에도(꼭 잘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영어를 고수하는 지 묻는 이들이 간혹 있다. 질문을 받을 때면 부끄러움은 온전한 나의 몫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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