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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son Lee Aug 07. 2022

정갈한 언어 사용

영어를 써야 있어 보이는 희한한 현실

느껴지는 태도와 품격

평소에 쓰는 언어를 귀 기울여 들어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이인지 일정 부분 유추할 수 있다. 글씨가 그 사람의 두 번째 얼굴이라 불리듯 말씨 또한 마찬가지인 셈이다.


국어에는 관계에 따라 다양하게 상대를 부를 수 있으며, 예우할 수 있다. 연소자가 연장자의 직함이나 학위를 모를 경우, 직접 부를 수 없다는 아주 큰 단점 하나가 있지만, 이를 제외하면 국어는 훌륭한 문화적 양식을 지닌 언어다.


평소 어휘 사용을 통해 누군가의 교양 유무, 더 나아가 지식의 풍부함을 엿볼 수 있으며, 상대를 평소에 어떻게 부르고 예우하는지를 보면 평소에 다른 이들을 어떻게 대하고 부르는지 그 사람의 품격을 잘 알 수 있다.


국어에는 평어와 경어가 모두 존재해 대개는 연장자라는 이유로 연소자나 하급자에게 평어를 고집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대부분의 나이 많은 사람들이 그렇다. 


그러나 꼭 평어를 고집하지 않으며, 오히려 '~님'으로 존중의 의미를 가득 담아 부르는 사람이 종종 있다. 엄청 드물지만, 하급자에게도 '~님'이라고 부르는 이들이 있다. 대개는 아주 훌륭한 인격을 갖추신 분들로 평할 수 있다.


다른 경우도 있다. 지나치게 한자어를 많이 쓰는 경우다. 특히 다른 이들이 읽어야 하는 글을 에둘러 한자로 바꿔 쓰는 경우도 종종 봤다. 허진모 석사에 따르면 아주 못 배운 행위라 칭했다. 맞는 말이다. 한자 몇 자 안다고 유식한 것도 아니지만, 그걸 굳이 뽐내고자 하는 아주 잘 못 된 발상이 자리하고 있어서다.


영어도 마찬가지다. 국어의 존재가 버젓이 자리하고 있음에도 영어로 치환해 쓰는 사람이 100명 중에 100명이다. 심지어 최근에는 전염병 창궐로 온 지역에 확산된 것을 서양인들이 쓴다는 이유로 'pandemic'이라고 칭하고 있으며, 포장지를 뜯는 행위를 'unboxing'이라 하고 있으니 말 다했다.


허 석사의 견해에 적극 동조하는 입장으로서 이는 상당히 못 배운 행위다. 심지어 해당 단어를 쓰면서 국어를 쓸 때 보다 상대적으로 있어 보인다고 느낀다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특히, 공식적인 자리에서 에둘러 국어 사이에 영어를 섞어 쓰는 사람들을 상당히 많이 봤는데, 개인적으로는 아주 이상해 보인다. 심히.


정갈한 언어 사용은 우리 자신을 내보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이전에도 언급했지만, 언어는 자신을 확실하게 표현하는 도구다. 연장자라는 이유로 연소자를 함부러 언급해서도 안 되고, 한자나 영어 몇 자 조금 더 안다고 더 똑똑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 결국, 한국인은 언어 사용에서도 주객이 전도된 사회를 만들고 있다.


(2020. 6. 13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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