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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son Lee Aug 12. 2022

우크라이나전 휴전이 힘든 이유

각 집단의 이해관계 속에 사라진 우크라이나의 입장

요원해 보이는 휴전과 러시아 입장에서 당연한 요구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전으로 지속되고 있다. 러시아가 지난 2월 말에 침공한 이후 전황이 녹록치 않다. 당초 사나흘 안에 키이우가 함락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으나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세계의 엄청난 지원에 힘입어 우크라이나의 항전이 지속되고 있다. 키이우를 사수하고 있는 가운데 동부 지역과 카스피해를 인접한 남부 지역이 모두 러시아의 수중에 떨어진 상황이다. 개전 이후 러시아가 고전하고 있다는 소식이 서방 언론에서 줄을 이은 가운데 당시 소식만 보고 있으면, 러시아가 금방 패전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세계 군사력 2위이자 유럽 최대 군사력을 자랑하는 러시아가 미국의 지원이 있다고 하나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고전하고 있다는 사실이 말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어느 나라 언론에서는 독립적인 취재와 전황 보고를 하지 않은 탓에 영문판 소식을 그대로 전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역만리 이상 떨어진 이곳에서도 전쟁이 금방 끝날 것처럼 여기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전황만 보더라도 녹록치 않은 것이 당연하다. 우크라이나 단독이었다면 버티지 못했겠지만, 미국과 유럽연합의 무기 지원, 캐나다, 독일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잇따른 보급품 지원에 힘입어 우크라이나 드네프르강 이동에서 가까스로 버티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실제로 전황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면 우크라이나가 버티는 것이 쉽지 않으며, 겨울이 되면 우크라이나에게 불리할 수 밖에 없다. 땅이 얼기 때문에 전차의 진군이 훨씬 더 용이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크라이나가 금년에 농사를 (당연히) 실패했기 때문에 보급의 즉각 지원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물론, 이는 러시아도 식량 생산에 제한적일 수 있으나 러시아는 이미 대러 제재에 합류하지 않은 국가들(인도,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UAE 등)과의 거래를 통해 재화를 잘 마련했다고 봐야 한다. 즉, 우크라이나는 직접 생산하는 무기와 식량이 없는 점을 고려하면 우크라이나에 불리한 부분이 많다. 러시아도 긴 거리를 전달해야 하나 압도하고 있는 군사력과 이미 동남부 지역 대부분을 확보한 것을 고려하면 추가 진군은 시간 문제라고 봐야 한다.


이에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휴전 협상에 나설 지도 관심을 모았다. 지난 7월에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의 모하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나 유가 조정 합의(OPEC+에서 협의까지 거쳐)가 이뤄지긴 한 만큼, 이제 미러가 양 진영을 대변하는 만큼, 접촉이 있을 지가 관건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부장관의 기자회견에 따르면, 현재까지 휴전에 관한 물밑 접촉은 뚜렷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미러 간 입장 차이가 아주 명확하기 때문. 다만 미국과 달리 우크라이나, 기존 유럽 국가의 입장이 모두 다른 점을 고려하면, 미국이 막상 이를 대변해 협상에 나서는 것도 쉽지 않다고 봐야 한다. 우선 EU는 휴전을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다. 특히, 독일은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이 중단된 이후 치솟는 연료값 감당이 쉽지 않은 것이 여러 차례 확인이 됐다. 유럽 전역이 러시아산 가스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았던 점, 게다가, 독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 높은 점을 고려하면 독일이 휴전을 바라는 것은 당연하다.


독일이 연료값을 감당하지 못하면서 실물 경제에 영향을 받는다면, 같은 통화를 사용하고 있는 EU 회원국들이 안게 되는 부담 또한 증가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EU는 이번 초여름에 우크라이나와 몰도바를 EU 회원국에 지원할 수 있는 위치(Candidiate of Member State)로 올려놓긴 했지만, 현재 경제 상황이 결코 녹록치 않은 만큼, 이들을 삽시간에 회원국으로 받아들일 지 의문이다. 이미 그리스를 받아들인 이후 지난 2007년에 크게 흔들린 점을 고려하면, 이들을 받아들이는 것은 휴전 이후에 이뤄져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휴전이 답보 상태에서 EU의 확장을 논하는 것은 쉽지 않다. 게다가 우크라이나와 몰도바가 EU의 품에 들어가게 되면, 러시아와 직접 대면하는 영역이 훨씬 더 늘어난다. 당장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몰도바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자리하고 있는 트란스니스트리아에는 러시아 군대가 주둔하고 있다. 이들을 받아들이는 것이 러시아와의 긴장이 점증하는 꼴이 된다.


즉, 유럽집행위원회의 해당 결정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이에 따른 긴장이 늘어난 몰도바를 독려하고, 추가적인 위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치적인 행보로 이해가 된다. 이들이 경제적으로 돋보이는 국가가 아닐 뿐만 아니라 군사적으로 긴장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독일과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연합 내 핵심 국가들의 경제가 흔들린다면 이번 전쟁의 여파로 유럽 경제가 크게 흔들리는 것이 당연하다. 종합하면, 이에 EU는 최소 휴전을 희망하고 있는 것이 당연하다. EU 회원국으로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으며,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폴란드의 긴장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현재 전황을 보면 폴란드와 동유럽에 경제적인 투자가 이뤄지는 것은 불가하다고 봐야 한다. 즉, EU가 동부부터 서부 전역으로 흔들리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전쟁 당사국으로 휴전이 아닌 종전을 원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지금 당장 휴전하게 되면 루한스크와 도네츠크 공화국 손실이 확실하다. 이는 러측이 당연하게 요구할 것이며, 크림반도 이북 지역까지 더해 우크라이나를 실질적인 내륙 국가로 만들길 바랄 것으로 예상된다. 즉, 러시아가 점령한 현재 지역을 우크라이나가 요구할 것이 당연하다. 반대로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최소 돈바스 지역을 내준다고 하더라도 추가로 러시아군이 진주하고 있는 곳을 자신의 영토로 돌려달라고 할 것이 유력하다. 현재 전쟁 당사자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입장이 확연하다. 러군 점령지를 미측의 개입으로 중간지대로 만들면서 협상 이후로 몰고갈 수도 있겠으나 불확실성이 적지 않은 만큼, 미국이 이에 대한 개입에 나설 이유는 없다. 정확하게는 자신의 강토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종합하면, 현재 전쟁이 당장 끝나긴 쉽지 않다. 미국과 범서방의 지원이 있긴 하나 현재 우크라아니아 군사력으로 러군이 주둔하고 있는 곳을 밀어내긴 어려워 보인다. 반면, 가을이 다가오면 러군의 진군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여지도 없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우크라이나가 확보할 수 있는 영토는 줄어든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러시아 제재가 미국과 서방이 원하는 만큼 강력하긴 하나 아주 강하게 들어간 것이 아니기에 러시아가 버틸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고 봐야 한다. 이에 휴전 협상이 나선다면 미측이 러측을 얼마나 설득할 수 있을 지, 또 미국이 이를 얼마나 진행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그렇다면 러시아의 요구 조건을 무조건 거부하긴 쉽지 않다. 즉, 미국, 러시아, 유럽연합까지 각자의 입장이 모두 다르다. 무엇보다, 이들 모두 침략을 받은 당사국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의 목소리가 반영될 확률은 극히 낮다고 봐야 한다. EU도 전쟁 장기화를 원치 않고 있어 휴전 및 종전을 독려할 공산이 적지 않다.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면, 수십 년 전에 야기됐던 한국 전쟁과 비슷하다. 부족한 군사력으로 외교력이 부재한 결과, 우크라이나가 참상을 피하지 못했다. 반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전쟁 당시 한국이 아니다. 오히려 엄청난 군사력과 (현재 정부에는 안타깝게도 없지만) 외교력을 보유했(었)다. 외교가 그만큼, 중요하다(하기사 현재 여당 의원 중 국내 최고 대학에서 공부했던 이는 전임 정부 당시 한국을 아프가니스탄에 비유한 것을 똑똑히 목도했다. 아무리 야당이라도 정도가 있는 데 늘 정도가 없는 곳이긴 했기에 이해가 안 되진 않는다. 그럼 지금은 아프간보다 못한 지 설명 좀). 주변 강국에 둘러싸인 국가에게는 생존에 필수적이며, 외교는 당연히 실익에 기반으로 실용적이어야 하며, 우리의 이익을 담고 있어야 한다. 미국이 하라는 데로, 중국이 바라는 데로, 일본의 요구를 전격 수용하기만 하는 것은 외교가 아니다. 우크라이나는 부족한 상황에서 지나치게 독립성을 요구했고, 러시아가 원치 않는 것을 택하면서 전쟁을 비켜가지 못했다. 이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당장 현재 휴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머문 것을 넘어 현재 국제 정세에서 한국이 이전과 달리 외교력 상실과 마주한 점을 보면, 통탄을 금할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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