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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son Lee Sep 23. 2022

실패한 바이든의 중동 외교

자체적인 실책으로 야기된 미국의 영향력 감소

처참히 실패한 미 외교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질서가 아주 현격하게 흔들리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동맹 중심의 다자 질서 회복을  통해 다시금 이전처럼 미국이 영향력을 되찾길 바랐다. 대중 견제와 압박도 이어가야 하는 만큼,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강조하며 민주주의와 이격되어 있는 국가들의 정치 체제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았다. 결정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불필요한 인권 강조로 인해 각 대륙에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주도권을 잃으면서 각 대륙별 역내 영향력을 거의 상실하다시피 했다. 뿐만 아니라 반도체 동맹(Chip4 gathering)을 매개로 전면적으로 자국 중심적인 정책을 펼칠 뜻을 이미 밝혔다. 이를 통해 유추할 수 있는 것은 미국의 입김이 더는 예전과 같을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며, 이는 당장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물리적인 장벽을 건설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도 높은 문 단속에 나서는 것이기도 하다. 미국의 외교가 각 이권 지역에서 처참하게 실패한 면을 볼 수 있다.


먼저, 중동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국면 당시부터 사우디아라비아의 모하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사실상 저격했다. 사우디의 인권을 대대적으로 거론하며 카슈구치 기자의 피살 사건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은 물론 그를 사우디의 지도자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발언을 서슴없이 내놓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란과의 확실한 거리두기를 통해 사우디를 완연하게 친미로 불러들인 것과는 사안이 달랐다. 역으로, 바이든 대통령은 이란 핵 협정(JCPOA)을 다시 체결할 뜻을 밝히면서 사우디의 강한 반발을 샀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가 현재까지 사우디와 이란이 대결하고 있는 중동에서 얻은 외교적 성과는 단 하나도 없다. 바이든 대통령은 부임 이후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날  뜻은 고사하고 (자국은 정작 잘 지키지 않으면서도 필요에 따라 아주 이중적인)인권을 지킬 것을 촉구했다. 빈 살만 왕세자가 이를 따를 리 만무했다. 


미국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아라비아 반도에 배치했던 전략 자산을 일부 철거하는 등, 사우디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미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과 사우디의 빈 살만 왕이 체결한 경제와 안보 교환을 사실상 깬 것이다. 사우디가 반발하는 것은 당연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왕정인 국가에서 사우디의 정치 체제를 흔든 이를 두둔하는 것은 범인권적인 측면에서 잘 못 된 것이 당연하나, 사우디 자국에서 보는 입장은 완연하게 다르기 때문. 사우디는 미국이 야기한 안보 공백을 중국산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중국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이미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과 관계를 악화한 틈을 놓치지 않았던 중국은 바이든 행정부가 사우디와 척을 지는 틈을 놓치지 않았다. 사우디에 무기를 판매하기 시작했으며, 사우디는 굳이 미국산을 택하지 않기로 했다.


설상가상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자행되면서 미국이 관여해야 할 범위는 훨씬 더 커졌다. 엄청난 경제적 제재를 부과하기로 했으며, SWIFT 제재는 물론 러시아 부호들의 자산 동결까지 단행했다. 여기에 유럽이 전격 가세하면서 러시아를 시장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유럽은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수입하지 않기로 하는 등 통 큰 결단에 나섰다. 그러나 전쟁은 길어졌고 미국은 여전히 관여하지 않았다. 미 국무부가 러시아 외교부와 물밑에서 접촉하긴 했으나 휴전 협상이 나올리 만무했다. 그 사이 유가는 치솟기 시작했다. 사우디는 더욱 이 틈을 놓칠 리 없었다. 사우디는 엄청난 자산을 확보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게다가 인도와 이스라엘과 마찬가지로 미 주도 러 제재에 편승하지 않으면서 러시아와 교역을 통해 무역 공백도 없었다. 국제적으로 유가가 급등한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이 7월 중에 사우디를 방문하기로 했다. 미국이 부분 항복을 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그토록 인권을 부르짖던 이는 온데간데 없었다.


바이든이 사우디로 향한 것은 동맹국의 안위가 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미 동맹인 영국, 프랑스, 독일은 물론 파트너인 유럽연합(EU)이 유가를 감당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 바이든 대통령도 다른 해법을 전혀 찾을 수 없었기에 (물론, 미국은 쉐일가스와 기존 석유 매장량이 상당한 만큼, 큰 피해는 없었다고 봐야 한다) 리야드로 향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빈 살만 왕세자와 주먹 인사를 나눴고, 석유 증산을 요청했다. 그러나 빈 살만 왕세자는 석유수출종합기구(OPEC)+에서 결정할 뜻을 내비쳤다. OPEC+는 OPEC 회담 이후 열리며, 해당 기구에는 러시아가 회원국으로 자리하고 있다. 사우디는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유가 생산 자릿수를 바꿀 수 있는 국가이기 때문에 사우디 설득과 이들의 수긍이 중요했다. 이를 위해 바이든 대통령은 이전철머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 복원을 시도했던 것으로 보였다. 불행 중 다행으로 우려와 달리 OPEC+ 회담에서 증산이 결정됐다. 그러나 OPEC+가 결의한 증산은 이미 이달 초에 없던 것이 됐다. 미국의 입김이 얼마나 약한 지, 더 나아가 외교적 오판이 얼마나 심했는 지 알 수 있다.


그 사이 중국은 틈을 놓치지 않았고 사우디와의 관계를 격상할 기회를 얻었다. 이미 이란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이 사우디마저 완연한 친미가 아닌 일정 부분 균형을 잡고 있는 국가가 되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중국은 사우디에 다량의 무기를 수출했다. 물론, 사우디와 이란 모두 잘 지내는 것은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중국도 종국에는 미국과 같은 선택에 나설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핵심은 미국의 이른 바 불필요한 관여가 사안의 난이도를 높인 것은 물론 외교 실패로 귀결이 됐다는 점이다. 전염병 창궐과 전쟁이 야기된 사이 오스트리아 빈에서는 이전에 JCPOA를 체결했던 8개 집단 중 미국을 제외한 7개 집단(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유럽연합, 독일, 이란)이 마주했다. 그리고 EU 외교대표부가 미국과 협상장의 중간자로 나섰다. 연중까지만 하더라도 재협상 타결 여부가 이목을 끌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이란이 미국을 믿길 원치 않았다(입장을 바꿔 보면, 믿지 않는 것이 한편으로는 아주 당연하다). 이로 인해 JCPOA 2.0은 나오지 않고 있으며, 연중 타결은 불가능해 보인다. 이미 이란이 미국을 믿는 것이 어려워진 탓이 결정적이었다.


종합하면, 바이든 행정부는 오바마 행정부가 달성했던 사우디-이란 균형을 이어가지 못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란 핵 협정에서 탈퇴했고, 다시 미 주도 제재가 시작됐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가 중동에서 사우디라는 기존의 확실한 우군을 포섭한 것과 달리 바이든 대통령은 걸핏하면 불필요하게 거론하는 인권으로 말미암아 사우디와의 관계를 악화했다. 즉, 트럼프 대통령의 관여로 이란이 친중이 됐고,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로 인해 사우디도 중국과 관계 개선에 나섰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란은 바이든 행정부의 미온적이면서도 사우디를 달래는데 급급한 것을 본 이상 미국을 믿을 이유는 더욱 없었다. 언제 입장을 뒤바꿀 지 모르기 때문. 결국, 이란은 최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중국 주도 안보 협력 기구)에 전격 가입하기로 했으며, 중국을 비롯한 기존 회원국이 이란을 받아들였다.


바이든 행정부는 오바마 행정부처럼 하길 원했던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오바마 때 JCPOA가 타결될 당시에도 사우디와 미국의 이견으로 인해 관계가 예전과 같지 않았다. 이에 트럼프는 사우디를 확실하게 택했던 것이다. 이익이나 거래 중심적인 측면이라고 비판한 이가 많았는데 미-사우디 관계의 역사를 알고 있노라면 당시 트럼프의 입장이 훨씬 더 현실적인 것은 당연했다. 물론, 이로 인해 이란의 중국 편승을 비켜가지 못했으나, 이를 다시 반대로 되돌리면, 미국 입장에서도 달리 달리 방도가 없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에 바이든이 고상한 척은 다하면서 기름을 들이 부었고, 그 결과 전쟁 참화는 물론 유가 안정에도 실패했으며, 서아시아의 두 지역 패권국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강화되는 기회를 아주 시원하게 제공했다. 추후, 바이든 대통령과 빈 살만 왕세자가 워싱턴 D.C.에서 정상회담을 가진다고 하더라도 미-사우디 관계가 이전과 같아지는데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분명한 것은 현재까지 바이든 행정부의 중동 정책은 완벽하게 실패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더 큰 문제는 이제 미국이 서아시아를 바라볼 때, 늘어난 중국의 입김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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