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된 정치 행위와 체제 강화
제 20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이하 당대회)가 지난 2022년 11월에 막을 내렸다. 당대회가 끝이 난 지 시간이 다소 지났으나 이제서야 최종 정리를 하게 됐다.
이번 당대회에서는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이 확정이 됐다. 덩샤오핑이 집단지도체제를 설계한 이후 처음으로 3연임하는 지도자가 나온 것이 화두였다. 그러나 이는 예고된 수순이었다. 지난 19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중국은 새로운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에 리커창 총리를 제외한 모든 인사를 시진핑 계열로 물갈이했다. 이전에는 상무위에 9인이 자리했으며, 이중 한 자리는 부주석으로 차기 주자에게 배당이 된다. 후진타오와 시진핑이 해당 절차를 거쳐 공산당 총서기 자리에 올랐으며, 국가 주석자리를 겸한 것이다. 그러나 이미 18차 전국대표대회 이후 시진핑이 집권한 이후 부패와의 전쟁을 빌미로 상무위원인 보시라이를 밀어냈고, 추후 실질적인 정적 제거가 단행되면서 상무위원 수가 7명으로 줄었다. 19차 당대회 이후 연령 제한에 따라 은퇴해야 했던 왕치산을 부주석 자리에 앉혔따. 원래 후임자를 위한 자리였으나 자신의 왼팔에게 해당 직책을 맡겼다. 당연히 해당 직책은 상무위원이 아니었다.
상술한 것처럼 19차 당대회에서 시진핑 계열로 물갈이 됐다(이를 두고 여러 일각에서는 '시진핑 세력'이라고 말하기도 하나 엄밀히 말하면 해당 용어로 현재 공산당내 파벌을 규정하지 않고 있다.). 이미 헌법 개정을 통해 임기와 연령 제한을 없애면서 추가 연임에 대한 길을 1차적으로 닦았고, 이어 2기 정부 때 리 총리를 제외하고 자신과 일을 했거나, 승진을 시켰거나, 옆의 성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이들을 앉히기 시작했다. 이어 지난 해에 제19차 6차 중앙전체회의(이하 6중전회)에서 역사 결의를 전격 채택했다. 중국공산당은 역사상 역사결의를 많이 채택하지 않았다. 이전에는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이 이끌 당시 단행된 것이다. 이를 통해 당의 힘을 집중하는데 의미가 있다. 그러나 시 주석이 해당 절차를 밟아 자신의 권력 유지와 연임에 정당성을 실질적으로 부여했다. 이미 여러 단서들이 제시됐기에 지난 20차 당대회에서 시 주석의 총서기직 유지와 중앙군사위원회(이하 중군위) 주석, 국가주석 유지는 사실상 확정이 됐다. 이를 한 번 더 확인하는 작업에 불과했다.
이에 개인적으로는 상무위에 어떤 인물이 채워질지가 중요했다. 18차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이른 바 알려진 파벌(태자당, 공청단, 상해방 등)으로 분점하는 구조였으나, 이미 19차 때부터 해당 규율도 무너진 만큼, 시 주석과 함께 한 사람들이 자리를 채울 것이 당연했다. 그럼에도 어떤 인물이 발탁이 되고, 국정을 수행하는 직위에 있는 만큼, 중국의 목적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그 중에서도 시 주석 본인을 포함해 왕후닝(王滬寧)과 자오러지(趙樂際)가 유임했으며, 추가적으로 리창(李强) 전 상하이 총서기, 차이치(蔡奇) 전 베이징 총서기, 딩쉐상(丁薛祥) 전 중앙서기처 서기, 리시(李希) 전 광동성 서기가 새롭게 부임했다. 이들 모두 시 주석과 직접 일했거나 승진했던 이들로 오는 중국 정부의 정치 성향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자신과 함께 일한 사람들로 구성이 되어 있어 제대로 된 발언이 얼마나 나올 수 있을 지 의문이며, 이미 자행된 실질적인 공산당의 지나친 사회 탄압이 자행되고 있는 만큼, 중국 정부가 얼마나 유연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인원은 대거 교체가 됐다. 그러나 국무원 부총리와 외교부장 등 여러 직책 등을 고려할 때, 여성 인원이 배정되지 않은 것은 물론 왕이 외교부장을 필두로 장유샤(張又俠) 전 중군위 부주석을 포함해 이미 70대에 진입하게 되는 인원도 단연 눈에 띈다. 양제츠 중앙외사공작위원회 주임의 자리를 왕 부장이 승계하기로 했으며, 양 주임은 이번 임기를 끝으로 퇴진하게 됐다. 뿐만 아니라 리 총리와 함께 일했던 국무원 부총리들은 모두 물러나게 됐으며, 리 총리도 실질적인 시진핑계인 점을 고려하면 부총리와 각 국무위원과 장관들도 같은 일색으로 꾸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우려되는 부분은 집단지도체제의 붕괴를 넘어 실종될 가능성이 열렸다는 점이다. 이제 상무위원회의에서 시 주석에서 반기를 들기는 더더욱 어려워졌으며, 실질적으로 시 주석과 나머지 상무위원 간 상하 관계가 명확해질 여지가 생긴 점이다. 즉, 상무위의 꾸준한 회의를 거쳐 중국의 주요 현안과 안건이 결정되나 이는 곧 덩이 체제를 전면 개편하기 이전 마오 때의 체재로 회기할 여지가 일정 부분 생긴 점에는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중앙당에서의 인사가 시진핑계열로 명확하게 이루어졌고, 세대 교체가 다소 더딘 것은 분명하다. 이를 테면 후춘화 부총리가 이번 당대회를 통해 부주석이나 총리로 승진할 수 있을 지가 개인적인 관심사였다. 후진타오 전 주석의 후계자라 할 수 있으며, 광동성 총서기를 맡으면서 실적으로 이미 증명한 바가 많았기 때문. 지난 19차 당대회에 앞서 부주석직이 상무위에서 배제가 되면서 후춘화는 부총리에 올랐다. 시 주석의 연임이 확정된 이상 아쉽게도 총리로 승진해야 실무를 훨씬 더 크게 결정할 수 있다. 그러나 후 부총리는 이번 명단에서 볼 수 없었다. 상무위원도 대부분 5세대에서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한 이들이 많았다. 후 부총리의 승진 실패는 고사하고 실질적으로 밀려나게 되면서 국무원도 시 주석이 바라는 데로 완전 개편이 확정됐다. 정치국원이 기존 홀수(25명)에서 짝수로 된 것을 보면, 회의를 통해 결정할 때 만장일치에 자신이 있다는 뜻으로도 이해가 된다. 뿐만 아니라 68세를 이미 넘긴 왕 부장이 양 주임의 뒤를 잇게 되면서 중국의 대외 전략도 바뀌지 않는 것이 확정됐다고 봐야 한다. 왕 부장의 후임으로는 친강(秦剛)이 맡기로 했다. 친 신임 부장은 미국주재 중국대사로 일했으며, 영국주재 중국공사를 거쳤다. 외교 경험이 많지 않으며, 이를 통해 중국이 대미 중심 외교 기조를 펼칠 것이 유력시 되고 있다.
반면, 성급 및 지방 기층에서는 세대 교체가 뚜렷한 것으로 보인다. 조영남 교수(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에 따르면, 지방 기층에서는 6세대로 교체가 눈에 띄는 것은 물론 기술 관료의 전진 배치됐다고 설명했다. 즉, 이는 미국의 기술 대결에 따른 대책을 위한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며, 기술 분리와 공급망관리에서 순차적으로 배제할 때 중국의 대응 및 방안을 강구하기 위함으로 이해가 된다. 그러나 중앙직에서 교체가 빈번하지 않았고, 시진핑 1인 체제로 공고해진 점을 고려하면, 그간 중국공산당이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달리 여러 현안에 유연하게 대처했던 것을 상당 부분 잃었다고 봐야 한다. 뿐만 아니라 시 주석이 지나치게 자신이 기용한 사람을 앉힌 것을 보면, 향후 경제 정책 실패와 이후 부담은 시 주석 개인이 모두 안아야 한다. 한편, 지나치게 개인화 된 정권을 꾸린 것을 보면, 현재의 중국이 얼마나 급한 입장에 머물러 있는 지 유추할 수 있으며, 책임을 물을 퇴로가 없어진 점에 단연 눈에 띈다. 결정적으로, 한 정책이 실패하게 된다면, 덩샤오핑을 시작으로 후 전 주석까지 이어졌던 것과 달리 마오 주석 때처럼 크게 넘어질 가능성도 결코 배제하긴 쉽지 않다.
개혁개방 이후 무려 100배나 성장한 중국이나 이제 국가 발전의 기로에 서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