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인된 서열 속 다급했던 미국과 여유로웠던 중국의 상이했던 입장
미중정상회담이 지난 30일(이하 한국시간) 부산 김해공군기지에서 열렸다.
대한민국에서 미중정상회담이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봐야 한다. 특히, 중국이 본격적인 역내 패자로 도약을 넘어 세계경제 2위이자 교역량 1위 국가로 도약하며 미국의 견제를 받기 시작한 이후 미중 정상이 우리나라에서 만난 것은 여러모로 의미가 크다. 물론, 다자회의 개최국이라 열린 것이지, 우리의 전략적 의도가 내포되거나 반영된 것은 결코 아니다.
이번 회담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가 해마다 자리하는 만큼, 당연히 열릴 것으로 여겨졌다. 이미 아태 지역에서 미국이 설계한 여러 다자체제 중 대표적인 회담이 APEC인 만큼, 중국이 본격적인 강자로 부상한 이후 미중 양국 정상은 거의 해마다 APEC 개최지에서 만나왔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이른바 무차별적인 관세 부과(상호관세라는 표현은 미측의 일방적인 사용인 만큼, 우리측에서 사용할 때는 미측의 일방적인 관세라고 표기하는게 맞다.)가 시작된 만큼, 해당 사안을 두고 양 측이 어떤 결론을 내놓을 지 당연히 관심을 모았다. 미중무역은 단순 양국에 국한되는 사안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다른 나라에 미치는 파장이 실로 크기 때문. 이를 테면 미국의 기술력, 중국의 공산품 생산을 대표하는 여러 산업군 생산과 교역 전분야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촉발된 미중무역분쟁은 궁극적으로 미중을 제외한 다른 국가가 짊어지는 부담이 커지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개인 SNS에 일찌감치 미중정상회담을 예고했다. 지난 달 하순에 말레이시아에서 미중 통상분야 고위급 접촉이 있었기 때문. 양 측은 그간 회담에서 부분적인 결론만 내놓았으며,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그러나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회담에서 중국이 미국의 대두 수입을 부분적으로 재기하기로 하면서 일단락 될 것으로 여겨졌다. 중국은 그간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와 리청강 상무부 국제무역담판대표가 나섰으며, 미국에서는 스캇 베센트 재무부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가 지난 2024년부터 꾸준히 접촉했다. 그러나 유럽과 아시아를 오가며 열린 논의에서 좀체 답을 찾지 못했으나, 미중 정상이 만나기로 하는 만큼, 양측이 양보할 것을 양보하면서 고위급 대화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중국은 미측의 대두 수입을 일정 부분 재개하는 대신,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10% 더 낮추기로 하면서 접점이 마련됐다. 궁극적으로 양측이 모두 대내 물가 상승이 동반되는 만큼, 종국에는 합의점을 찾을 것으로 여겨졌다.
분명한 것은 이번 회담이 부분적인 휴전이라 봐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때까지는 유지될 것으로 짐작된다. 중국도 미국과 교역이 가장 많은 나라인 만큼, 미국과 교역에 관세가 지나치게 부담된다면 생산 단가에에서 미국 내 시장에서 비교 우위를 점하기 어렵다. 이에 관세 완화를 반드시 받아들여야 했다. 미국도 마찬가지. 미국은 대두 생산품의 절대적인 비중이 중국으로 향한다. 즉, 트럼프 대통령의 무차별적인 관세 폭탄에 미 농가가 피해를 떠안게 된 셈이다. 중국이 수입하는 미국산 대두는 세계 대두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히 압도적이기 때문. 그런데도 미국이 트럼프 대통령을 택한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수순이기도 했다. 결국, 미 유권자의 선택이 대내 수출과 시장경제에 얼마나 영향을 준 것인지 알아야 한다. 그러나 미 유권자는 한 번에 그치지 않고 그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엄청난 우를 범했다.
정리하면, 이번 회담은 미측이 좀 더 필요했다. 대신 미국이 지켜낼 것은 지켜냈다. 바이든 행정부 때 시작된 고분야 기술 제재가 아직 유효하기 때문.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다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당연히 대만 문제와 북한 이야기도 없었다고 봐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 이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통상 분야를 가장 우선으로 다뤄왔기 때문. 개인적으로는 외교와 안보는 추후에 다루는 경향이 짙었다고 인지하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기술 분야 제재도 궁극적으로 범안보 영역에 들어왔다고 판단되는 만큼, 철저하게 관세를 포괄하는 통상 분야에서 이번 회담이 이뤄졌다고 봐야 한다. 즉, 해당 분야에 국한된 합의가 나왔기에 별도의 합의문 발표나 공지가 없었다. 현재 백악관 사이트에서도 회담 결과를 전혀 게재하지 않았다. 이를 보면, 양측이 우선 급한 불을 끄는데 중점을 둔 것으로 파악되며, 반대로, 추후 야기될 충격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해결하지 못했다고 봐야 한다. 물론, 현재 합의가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하는 동안에는 양국의 경제여건상 깨지기 어렵다고 봐야 한다.
이번 회담을 통해 미국은 다시금 서열을 확인했다. 그러나 중국이 갖는 통상 분야에서의 위력이 결코 약하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 회담 자체를 미국이 좀 더 필요로 했기에 궁극적으로 중국이 만족하는 내용으로 볼 여지가 많다. 즉, 중국 국내에서도 이번 회담으로 말미암아 미국을 상대로 통상 분야에서 밀리지 않았다는 보도가 줄을 이었다. 그러나 상술한 것처럼, 기술 분야의 제재가 여전히 해제되지 않는 등, 미국이 여전히 중국의 고기술 분야에 대한 뇌관을 쥐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중국이 인공지능(AI)을 필두로 공학 분야에서 아주 발빠른 속도로 미국을 위협하고 있어 해당 제재가 언제까지 유효하며, 얼마나 효과를 지속할 수 있을지는 두고봐야 한다. 중국의 발전 속도를 미국이 억제할 수 없다면, 미국이 더 나은 무엇인가를 제시하거나 다른 방면으로 관리할 수 있는 내용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도 미국은 군사 분야에서 다른 나라가 범접할 수 없을 정도로 세계 최강의 입지를 굳건히 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기술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앞서 있다. 종국적으로 미국이 기술 분야에서 얼마나 최강자로 유지할 수 있을지에 따라 미중관계의 역학이 적어도 지금처럼 유지될 전망이다.
끝으로, 다자협의에 대한 양국의 차이가 (개인적으로는) 결정적이었다. APEC은 미국이 설계한 다자기구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이재명 대통령과 회담,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 회담을 끝으로 돌아갔다. 즉, APEC 회담을 애당초 공식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 그러나 시 주석은 회담을 끝까지 참여했으며, 이후 이 대통령과 한중정상회담을 통한 역내 관리에 나섰다. 미중 양국이 다자기구를 대하는 시선을 엿볼 수 있었다. 물론, 예고된 것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우선주의, 일방주의, 양자화를 토대로 하는 소다자주의(Minilateralism)을 줄곧 추구해왔기 때문. 그는 일전에 2019년에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담에서도 마음에 들지 않자, 곧바로 자리를 뜬 바 있다. 단순 불참이 아니라 본국으로 돌아가버린 전례가 있다. 이만하면 중국이 좀 더 역할을 할 수 있는 여지가 만들어진 셈이며, 중국이 적어도 다자제도에서 미국의 자리를 부분적으로 대체할 명분이 세워진 셈이라고 봐도 무방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