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란드 소유권 쟁점

트럼프의 불필요한 야욕이 시사하는 서방 진영이 갖는 한계

by Jason Lee
화면 캡처 2026-01-25 133424.png 트럼프로 촉발된 서방의 분열 조짐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군대를 투입하겠다는 의사를 사실상 철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일명 다보스포럼)에서 그린란드 소유권을 더는 획책하지 않을 의사를 공식적으로 내비쳤다. 이는 미국와 유럽의 이른 바 관세 및 국채 충돌로 인해 야기된 측면이 있으며, 미국도 굳이 동맹국의 영토를 공세적으로 접근해 자국의 영토로 편입할 이유가 굳이 없는 만큼, 우선 현재 수순(미국-덴마크 간 그린란드 관련 합의)으로 정리하기로 했다.


1기 때 덴마크정부에 그린란드 매입을 강하게 주장했던 그는 2기 들어 더욱 공격적인 모양새를 내비쳤다. 멕시코만의 명칭 변경과 베네수엘라 개입을 토대로 더욱 공격성을 내비쳤다. 실제로 그는 그린란드에 군대를 투입할 의사까지 숨기지 않았다. 오히려 코펜하겐에 (파렴치할 정도로) 으름장을 놓기도 하는 등 대서양파트너쉽의 균열을 사실상 야기했다. 트럼프의 그린란드 야욕에 관한 공개 발언 이후 덴마크는 군대를 파견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수가 현격하게 모자랐으며, 다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도 동조 의사를 피력한 것은 물론 군대를 보냈으나, 그 수가 지나칠 정도로 미비했다. 유럽 내 모든 국가가 전력을 다해도 미국의 군사력을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이제 트럼프 대통령이 이른 바 '마음먹기'에 달려있었다.


그러나 미 동맹인 유럽 국가들이 미 국채 매입을 중단하기로 하면서 미국에 발등이 떨어졌다. 즉, 세상의 상대성을 트럼프 대통령은 지나치게 모르고 있었다. 혹, 알고 그랬다면 무식의 반로가 얼마나 대단한 지가 새삼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꼭, 무지의 여부를 떠나 미측의 반응을 보면, 유럽이 국채 문제로 강경하게 접근할 것이라 생각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번 세계경제포럼에서 캐나다의 마크 카니 총리와 독일의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의 연설에 의하면, (트럼프로 말미암아) 규정에 기반한 자유주의적 국제질서가 크게 요동친 것은 물론, 사실상 질서의 종언을 고했다. 이를 고려하면 트럼프의 미국이 동맹이 미국에 경제/안보에서 철저하게 의존하고 있는 것을 십분 활용해 이권을 챙기고자 했음이 명백하게 드러난 것이다. 캐나다를 비롯한 유럽이 뒤늦게 반응하고 있으나, 당장 극복하긴 쉽지 않다.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다. 즉, 특정 국가에 의존하기만 하는 게 (이전에도 마르고 닳도록 거론했지만) 얼마나 위험한지 잘 드러난다.


질서 종언과 별개로 이번에 그린란드 합의를 보면, 미국의 그린란드에 병력 주둔을 늘리고 사실상 영향력을 확보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현재 NATO에서 미 영향력이 가히 절대적이다. 그러니 트럼프 대통령이 1기 때처럼 방위비 증액을 유럽에 적극적으로 요구한 것이다. 미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이에 따른 운영비 지출이 막대하기 때문. 유럽이 방위비를 증가해야 미국의 재정 부담이 조금이라도 줄어들 수 있다. 해당 부분은 이해가 가능한 측면이 많다. 그러나 그린란드 소유권에 대한 접근은 차원이 다르다. 이미 미국의 영향력은 전유럽에 걸쳐 가히 압도적이다. 하물며 미주에 자리한 그린란드는 덴마크령이긴 하나 이미 미군이 주둔하고 있어 실질적으로 전략적인 이점을 확보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를 (말도 안 되게) 강행한 것을 보면, 미국이 단순 지전략적인 계산을 넘어 다른 부분에 관심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확언하긴 이르나,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북극해에 대한 영유권 확보와 영향력 증대다. 미국은 그린란드 소유권과 함께 캐나다의 미국 편입을 (불필요할 정도로) 아주 강하게 강조했다. 캐나다는 이미 미국에 의존하는 빈도가 상당하다. 캐나다 무역의 90%가 미국과 이뤄지고 있으며, 국방도 미국에 기대고 있다. 사실상 다른 나라지 문화적으로 공유되는 부분도 많은 등 사실상 하나의 공동체라 일컬어도 이상하지 않다. 그런데도 이를 고수한 것을 보면, 미국 이북의 영토를 모두 확보하고자 했음이 드러난다. 둘째, 자원이다. 캐나다와 그린란드는 매장하고 있는 자원이 차고 넘친다. 특히, 그린란드에는 희토류 매장량이 손에 꼽힐 정도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분쟁을 대대적으로 일으킨 이후,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로 말미암아 큰 곤혹을 치렀다. 이에 따른 대응으로 희토류를 다량 매장하고 있는 그린란드를 겨냥한 것으로 이해된다.


즉, 첫 두 가지 이유를 보면, 미국이 단순 영향력을 넘어 영유권을 주장한 것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캐나다도 미국을 대표하는 동맹으로 미국이 언제든 군대를 파견해 주둔할 수 있다. 그런데도 하등 쓸 때 없는 욕심으로 오히려 미 주변 대외 관계를 확실하게 흐트러트렸다. 중국이 시진핑 행정부 2기 들어 더욱 공세적인 입장을 견지해 대외관리에 실패한 것과 같은 실패를 그대로 마주한 셈이다. 하물며 미국은 중국과 달리 캐나다, 그린란드(덴마크), 유럽 등 모두 철저한 동맹으로 중국과 입장이 다름에도 이를 활용해 오히려 동맹국 짓누르기에 나섰다. 이권과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의도로 2차 대전 이후 꾸준히 유지된 전후 관리의 상징이자 미국을 명실공히 지도자로 인정하는 기존 선진국을 확실하게 짓밟았다. 카니 총리의 발언처럼 '질서 종언'이 거론되는 게 이상하지 않다. 미국의 공세가 더욱 거세지자 카니 총리를 위시로 중국과 관계 개선이 더욱 적극적인 것을 보면, 트럼프의 판단 착오가 야기한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 지 알 수 있다.


셋째, 제국주의에 관한 내용이다. 일각에서는 새로운 제국주의의 도래를 알리기도 했다. 그러나 언론의 논평은 (어김없이) 사실에 맞지 않다. 제국주의는 유럽의 열강이 앞다투어 영토 팽창과 식민지에 대한 아주 몰상식한 착취에 기반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철저히 미국만 앞장섰으며, 당연히 제국주의라 논하긴 어렵다. 초강대국인 미국이 동맹국의 영토를 굳이 합병하겠다는 말도 안 되는 발상이 나오긴 했으나, 국제법 위의 존재가 미국인 것을 고려하면, 제국주의라 명명하기에는 한계가 많다. 더구나 트럼프의 독단적인 활동이나 사고관에 기반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제국주의라 칭하는 것은 이치에도 맞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앵글로아메리카의 완전한 미국화를 넘어 미국으로 만들고자 하는 목적이 있었음이 보인다.


2025년에 발간된 미 안보전략(National Security Strategy)에 따르면, 중국을 그간 전략적인 경쟁자로 명명한 대목이 거의 없었으며, 유럽을 한 수 아래로 보는 견해가 녹아들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단연 돋보이는 대목은 서반구에 대한 영향력 증강을 거론하고 있다. 서반구는 아시아 반대편의 진영이며, 그 중에서도 미국은 미주(the Americas)에 영향력을 확고하게 지키겠다고 기술되어 있다. 멕시코만 명칭 변경, 파나마 운하 영유권 주장, 베네수엘라 개입은 물론이고 캐나다와 그린란드에 미 합병을 자연스레 거론한 것을 보면, '트럼프발 확장주의'가 얼마나 자행되고 있는 지 알 수 있다. 하물며 이를 미 국익에 빚대고 있으며, 미 안보에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먼로주의(먼로 전 대통령의 민족자결주의)의 재림으로 볼 수도 있으나, 먼로주의는 유럽 열강의 미주 간섭 반대를 주창한 측면에서 이번과 엄연히 다르다. 즉, 이는 신제국주의도 아니가 먼로주의의 재림도 아니라고 봐야 한다.


그나마 허를 찔린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물리기로 했으나, 트럼프가 안긴 충격은 견고했던 서방 진영이 갈라설 여지를 남겼다는 측면에서 후폭풍이 클 것으로 예측된다. 유럽은 이미 군사력에서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에 지나치게 먼 길을 와버렸다. 군사 분야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안보 분야에서 격차가 실로 현격하다. 반대로 이를 본 러시아와 중국은 쾌재를 부를 것으로 여겨진다. 미국을 제외한 서방 진영이 중국과 관계 개선 및 협력 강화에 나설 것이 유력하기 때문.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것은 트럼프의 임기가 3년 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유럽이 3년을 잘 버틴다면 이를 타개할 여지는 있다. 그 어느 미 대통령도 체면을 위해 이를 깨는 일은 없었으나, 트럼프는 공식석상에서 어김없이 전직 대통령에 대한 비방을 끊임없이 말하면서 자신의 치적(이랄 것도 딱히 없지만 해당 부분)을 강조해왔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아직도 답보인 상태에서 미국과 척을 지는 것은 유럽에 심대한 타격일 수밖에 없다. 트럼프도 이점을 알고 유럽을 거세게 압박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번 그린란드 소유권 분란을 토대로 미국에게만 의존하는 것이 마치 상수인 것을 넘어 미국의 존재를 그 예전 천자인 것처럼 바라보는 이가 있다면, 외교를 모르고 싶거나 보고 싶은 것만 보거나, 그저 특정 국가를 혐오하고자 하는 파렴치한 발상이 자리한 것이라고 밖에 이해가 되지 않는다. 우리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어느 정도는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하고, 기술과 국방에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필요한 조각임을 인지시킬 수 있을 정도의 역량은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준비가 되어 있어야 기회가 왔을 때, 도약할 수 있는 것처럼, 내가 의존하기만 하는 삶을 살고 있다면, (꼭 그렇지는 않겠지만) 자칫 대가를 치러야 할 때가 올 수도 있음을 직시할 수 있어야 한다.

작가의 이전글미국이 베네수엘라 공격한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