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이라 자부한 곳도 막지 못한 바이러스
서양사회가 코로나바이러스를 비껴가지 못했다. 최초 중국에서 발원됐고, 한국을 지날 당시만 하더라도 서양인들은 동양인들에 대한 멸시와 괄시를 보냈다. 그토록 훌륭할 것만 같은 서양사회에도 여전히 많은 인종차별주의가 성행하고 있으며, 다른 문명에 대한 폐쇄적인 사고관으로 일관하는 이들은 많다. 사람 사는 곳이 너나 할 것 없이 크게 다를 바가 없듯, 서양에도 맹목적인 이유로 타인을 혐오하고 천대하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동양인에 대한 (혐오라 쓰고 두려움이라 읽어도 되는) 외포를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나, 서양은 늘 동양을 슬하에 두고 있는 듯한 행동을 보여왔다.
그러나 훌륭한 편제와 사회 인식을 갖추고 있다 하는 서방사회도 이번 전염병으로 인해 그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우선, 탁월한 건강보험 체계를 갖추고 있는 영국은 물론 미국과 캐나다까지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확진자를 찾는데 애를 먹고 있다. 이탈리아발로 시작된 유럽의 증폭은 이미 언급하기 무안할 정도다. 이탈리아에만 10,0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왔으며, 독일, 프랑스, 영국까지 바이러스 전염세가 뚜렷하다. 뿐만 아니라 바다 건너 미국과 캐나다까지, 안정된 사회보장제도를 갖추고 있다고 자부하는 곳에서 바이러스 확산이 도드라지고 있다. 이제 더는 특정 지역에 편중된 것이 아니라 온 지구촌이 중국에서 시작된 이번 바이러스를 피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각 국 정상들은 최근 곧바로 성명서를 내놓았다. 미주 최대 선진국인 앵글로아메리카 양국이 바이러스에 신음하고 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비상상태를 선언했다. 미국에서 확산이 도드라질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이 아닌가에 대한 의구심이 많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음성으로 판정났다. 미국에는 이미 대다수의 주에서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주별로 확진자들이 늘어나고 있어 미 사회가 비상에 빠졌다. 이미 많은 국민들이 생필품 사재기에 나서는 등 일대 혼란이 쥐속되고 있다. 캐나다도 심각하다.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코로나 사태에 대해 공식적인 발표를 하면서 부인이 코로나바이러스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직접 발표했으며, 트뤼도 총리도 14일 간 자가 격리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유럽은 더욱 심각하다.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는 "사랑하는 가족들을 잃게 될 수도 있다"면서 영국 사회의 경각심을 불러 일으켰다. NHS라는 최고 수준의 의료보장제도를 갖추고 있는 영국이지만, 확진자를 찾아내고 전염세를 잡는데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 무엇보다, 확진자 대비 사망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영국 사회의 우려가 보다 증폭되고 있다. 독일도 마찬가지다. 독일의 안젤라 메르켈 총리는 독일에서도 확산되는 이번 바이러스에 대해 "심각한 수준"이라며 바이러스 증폭이 심해지고 있다고 선언했다. 이탈리아는 가장 심각하다. 이미 확진자 수의 증폭이 가장 가파르다. 시간이 다소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전염세가 좀처럼 가라안지 않고 있어, 이탈리아 북부가 크게 마비됐다. 1910년대에 스페인 독감이라는 치명적인 전염병을 경험했던 스페인도 이미 사실상 경계태세에 돌입한지 오래다.
한국에서 일대 증폭이 야기됐을 때만 하더라도 각 국은 한국을 주목했다. 전염세가 지나치게 빠르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은 정부 주도 하에 질병관리본부가 철저하게 파악에 나섰다. 가장 빠른 속도로 확진자들을 찾아냈으며, 곧바로 자가격리에 나서게 하는 등 사회망과 정부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 확진자 수색 및 동선 확인에 나섰다.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까지 발빠르게 나서면서 확진자 분류 작업은 물론 의심 여부까지 확인하고 있다. 이에 서방사회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되기 전부터 한국의 동향을 주시했으며, 서양 언론들은 앞다두터 한국의 사례를 알리기 시작했으며, 한국처럼 방역체계와 확진자 수색에 전념을 다해야 한다고 알리기도 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미 서구 사회는 확진자 수색에 실패하면서 온 사회로 번져가고 있는 상황이라 실질적으로 확진자 파악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어디까지 확진이 이뤄졌는지 파악이 어렵기 때문이다. 존슨 총리의 말처럼, 현실적으로 확산 방지가 어렵기 때문에 개별적인 이동 자제와 행동 점검을 통하는 것 외에 별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이미 전염이 본격적으로 확진자들이 양산되기 전부터 이미 기저에 전염이 된 것으로 보이며, 이로 인해 확진자와 함께 사망자가 급증한 것으로 이해된다. 정부와 사회가 손을 쓸 수 있는 방법이 떠난 가운데 서방사회를 구성하는 각 국 시민들이 주의를 기울이고 대대적인 자가격리에 나서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