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에도 지속되는 현실적인 문제
대한민국 정부가 일본과의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연장하지 않기로 하면서 졸지에 한미동맹이 화두(?)로 떠올랐다. 대한민국 정부는 이미 한일 갈등과 관련해 미국의 중재를 요청했다. 하지만 미국의 반응은 양국이 알아서 해결하길 권고했다. 물론 군사정보보호협정이 연장되지 않으면서 미국의 부담이 이전에 비해 좀 더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이 안게 되는 피해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이로 인해 한미 관계를 넘어 한미동맹의 약화를 우려하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제 3국 과의 문제로 인해 동맹이 약해지는 경우는 대개 동맹이 적으로 내세우는, 적성 국가와의 접촉 빈도가 높아지거나 적성 국가와 불가침 조약을 맺는 등 동맹국과의 관계를 흐트러 트릴 여지가 있는 경우다. 하지만 이번 군사정보보호협정 연장 만료로 인해 한미일 안보협력이 흔들리는 것도 아니며, 더더욱 한미동맹이 흐트러질 이유는 없다.
이미 한미일 3국은 2016년 이전에도 사실상 안보협력체로 역할을 했다. 당시 한국은 늘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했다. 한일 갈등이 붉어질 경우 일본은 늘 미국을 찾아 한국을 다그치길 바랐다. 정재계 엄청난 로비력과 일본의 입지의 중요성을 내세워 미국을 움직였다. 미국의 여러 사립 연구기관들도 일본 정부로부터 지원금액을 상당부분 받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어렵지 않은 유추가 가능하다. 이에 한국은 미국이라는 동맹국이지만 상위국의 말을 듣지 않을 수 없었고, 종국에는 일본에 굴종 아닌 굴종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다르다. 미국이 한국의 연장종료에 유감을 표하긴 했지만 거기까지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한국이 언제 군사안보 분야에서 미국과 일본의 말을 거슬렀던 적이 있었던가. 이를 다시 되돌리면 그동안 미국과 일본에 기대서만 안보를 의존했고, 이 때 기득권을 꿰찬 이들은 당연히, 이른바 자주적 정신을 두려워할 수밖에 없다고 인지된다. 종합해 보면, 연장 종료로 인해 걱정하는 것은 이해되나 다른 국가와 엮는다면, 마찬가지로 반대를 위한 반대이거나 이번 연장 종료에 가장 노발대발했던 국가의 편으로 이해가 될 수밖에 없다.
정작 한미동맹의 쟁점은 일본과의 군사정보보호협정 연장종료가 아니라 다른 곳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부임한 이후 늘 재기했던 방위 문제가 대표적이며, 이어 미국과 이란이 다시금 적대국으로 돌아서면서 긴장이 고조된 호르무즈 해협이 국군의 파병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 끝으로 여전히 폭죽놀이에 여념이 없는 북핵 위기까지 이 세 가지가 현재 한미 관계의 가장 큰 쟁점이다.
1. 주한미군 방위비 문제
트럼프 대통령은 어김없이 과장된 수치로 주한미군의 방위비를 최대 6배까지 올려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미군을 한반도에 상주시키면서 미국이 안고 있는 이익도 상당하다. 한국이 군사안보에서 미국에 가히 절대적으로 편승하고 있는 것도 맞지만, 미국이 병력을 주둔시킴으로 인해 러시아의 전려분산과 중국의 양대 도시를 사정권에 두면서 북한을 곧바로 타격할 수 있는 위치에 자리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다시 말해 주한미군 방위비 문제는 50%를 기준으로 서로의 이익에 따라 늘 협상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며, 미국의 일방적인 방위비 상승 및 압박을 무조건 들어줄 필요도 없다.
이전에도 거듭 언급했지만, 협상이 매듭지어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미군이 철수를 택할까. 물러날 일이 절대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이 좀 더 주도권을 가지면서 미군의 전력무기와 자산을 보다 확실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실제로 미군을 주둔하는데 대한민국 정부가 지출하는 비용은 준천문학적인 금액이다. 쉽게 설명하면 우리 스스로 국가를 지키는데 100원이 들고, 미군과 연합해서 지키는데 90원이 든다면 후자를 택하는 것이 맞다. 또 미군의 전력이 워낙에 독보적이면서 압도적인 것을 감안하면 호가호위할 수 있는 지략과 전술을 갖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미국이 지나치게 모든 것을 한국이 부담하길 바란다거나, 미군이 한국을 지켜주고 있는 것에 비해 기여가 적다고 하면 이는 어불성설이다. 현실적인 관점에서 힘의 차이가 워낙에 나는 만큼, 동맹 양국이 정확히 5대 5로 이권을 누리는 것은 어렵고 불가능하다. 미국의 전력이 워낙에 탁월한 만큼, 우리도 얻는 이익이 있기에 한국 대통령은 늘 미 대통령을 당선 직후 먼저 예방한다. 안보에 있어서 미국과는 반드시 함께 해야 하기에 당연하고도 필요한 절차다. 하지만 미국이 마치 한국을 지나치게 편승만 하는 국가로 치부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기나긴 시간을 두고 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다.
지난해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말도 안 되는 금액을 예산서로 내밀었다. 크게 질러 놓고 이후에 금액 조율을 통해 종국에는 방위비 분담금액을 한국에게 좀 더 지출하게 하겠다는 의도이고, 이는 실제로 적중했다. 지난해에 협상했을 때 1년 계약을 맺었기에 이번에 다시 협상시기가 다가오고 한미 양국은 다시 주한미군의 비용부담을 놓고 계산기를 두드려야 한다. 한국은 비용도 부담하는데다 부지도 제공하고 있어 결코 적은 금액을 지불하는 것이 아니다. 즉, 한국이 지출하는 부분도 금전 이상으로 많다는 뜻이다. 안보 위에 있는 가치가 없다는 것을 감안하면, 우리가 주장할 것은 주장하면서 큰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 매듭지어야 한다.
2. 호르무즈 병력 파병
호르무즈 파병은 또 다른 문제다. 공교롭게도 지난 2000년대 초반 참여정부 시절 조지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파병을 요청한 것과 별 다를 바가 없다. 동맹에 의한 기본으로 한국은 미국이 필요할 때 병력지원에 나설 수 있다(미국이라는 국가가 침략의 위기에 처할 일은 없기 때문에 외부 파병이 전부다). 이에 지난 이라크 파병 때도 한국은 일정 병력(자이툰 부대)을 보냈다.
당시 보면 파병을 해야 하는 대통령을 야당과 언론이 파렴치한으로 몰아갔으며, 국민들 또한 대통령의 결정에 실망스럽다고 이야기했다. 복기해 보자. 미군 주둔은 허용이 되고 미국의 요청시 우리는 파병이 안된다? 이건 동맹에 대한 논리의 오류다. 물론 서아시아라는 험지에 군대를 보내는 만큼, 국가는 물론 국민들도 부담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동맹국의 요청인 이상 어쩔 도리가 없다. 아니면 미국과 동맹을 맺을 이유가 없다. 다시 말해 권리는 누리되 의무는 다하지 않겠다는 것과 엇비슷하다.
당시가 기억난다. 대통령은 어김없이 시민과의 대화에 나섰다. 시민은 물었다. 자기가 아는 대통령은 그렇지 않다고. 토론 마지막 무렵, 노 대통령은 한신의 일화를 꺼냈다. 과하지욕. 약소국의 대장이자 지도자는 늘 강대국에 머리를 조아려야 한다. 우리 역사가 늘 그랬다. 당시 대통령이 중국과 동반자 관계를 맺었기에 반미(?)로 보였고, 반미 정신을 가진 이가 왜 그랬는가라고 묻는다면 지나친 초보적인 발상이다. 결국 대한민국은 가장 안전한 지역(전쟁 앞에 안전하다는 표현이 말도 안 되지만)에 파병했고, 참전국들로부터 작은 질타를 받기도 했다.
이번 안건도 마찬가지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핵협상을 파기했고, 다시 제재가 시작됐다. 이에 이란은 호르무즈해협을 막아세웠고, 이로 인해 영국과 미국의 유조선들이 이런저런 피해를 입었다. 이에 인도양을 관할하는 미 해군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으며, 자연스레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은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어 있다. 현실적으로 미국과 이란의 관계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의 항행을 방해하는 행위는 웬만하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호르무즈 해협으로의 파병은 미국이 추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한국이 파병에 나설 경우, 뜻하지 않게 중국이 불쾌감을 드러낼 수 있다. 난이도로만 치면 지난 2004년보다 더 높은 셈이다. 미국의 인태전략은 중국의 일대일로를 봉쇄하는 목적이다. 즉 패권국으로서 신흥국을 철저하게 견제하겠다는 의도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 홍콩을 언급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이 인태전략에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된다면, 미중관계에서 오는 딜레마를 다시 피해가기 어렵게 된다. 꼭 피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미중 양국의 보다 냉혹한 질문과 마주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파병이 결정되어야만 할 경우, 외교부는 중국 정부 설득에 주력해야 한다. 중국을 제어하는 것이 아니라 호르무즈 해협의 안정과 서아시아 정세 안정을 위해 국군이 미군과 함께 역할을 하는 것이라 강조해야 한다. 물론 중국 정부가 (파병이 결정됐을 경우) 얼마나 한국 정부를 신뢰할지 의문이지만, 자칫 대중 관계가 악화될 경우 국가 경제가 내려앉을 수도 있는 만큼, 상당히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 그러니 파병을 지나치게 찬성하거나 반대하기도 쉽지 않은데다, 에둘러 한 쪽 편에 무조건적으로만 서고자 한다면 나라를 환란의 위기로 몰아넣는 것이나 진배없다.
3. 중거리 미사일 배치
중거리 미사일 배치는 가장 큰 사안이다. 만약 배치가 확정된다면, 중국과의 교역은 전면 중단된다고 봐야 한다. 사드 때와는 차원이 다르다. 사드의 핵심은 레이더와 상대 수비다. 그러나 미사일은 공격용이다. 중국은 다시금 (미국이 아닌) 한국에 안보 문제와 함께 불만을 제기할 확률이 100%다. 다시 말하면, 미 보호 아래 전술핵 배치를 주장하거나 미사일 배치를 언급한다면 국내 굴지의 기업은 물룬 더 나아가 국가 경제에 위기가 올 수밖에 없다.
실제로 사드 배치가 이뤄졌을 때 대중 교역이 차단됐고, 항만, 조선, 철강 분야에서 중국의 성장세가 도드라지면서 한국의 국내총생산에 영향을 미쳤다. 아직 확실하지는 않지만, 미사일 배치에 다소 적극적으로 찬성한다면 안보에 골몰한 나머지 경제통상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이를 최대한 분란을 일으키지 않고 막는 것이 외교이고, 그렇기에 미중관계, 더 나아가 국제관계가 중요한 이유다. 동북아에서 상대적 약소국인 이상 한국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냉혹한 현실이다.
이미 지난 사드 배치도 사실상 무의미하다는 것이 잘 드러났다. 당시에는 북한이 핵실험에 나선다는 명분이 있었지만, 지금은 북미 관계가 예전에 비해 개선된 것을 감안하면 명분이 취약하다. 물론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있다는 잠정적인 확정을 거론한다면 중국도 북미 관계 개선에 중국이 그간 역할을 해왔다고 강조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럴 경우 한국이 중국측에 내세울 수 있는 주장은 빈약할 수밖에 없다. 우리 주장이 명확해도 대화와 합의가 명확하게 이뤄지기 쉬운 상대가 아닌 것을 감안하면, 현 상황에서 중거리 미사일 배치는 실로 위험한 처사다.
미사일 배치 반대가 안보 경색과 친북과 친중만 고집하는 것이 아니다. 중심을 잡아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이미 일본, 중국에 둘러싸여 있고, 폭죽놀이에 나서는 북쪽의 이상한 국가까지 감안하면 이미 외부 조건이 복잡다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당연하다. 게다가 한국은 경제분야에서 중국없이 생존율을 높이기는 쉽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애석하지만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니 중거리 미사일 배치는 아직 성급할 뿐만 아니라 배치로 인해 얻는 이익보다 손실이 더 크다.
(2019. 8. 29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