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군사 강국의 정면 충돌
중국과 인도가 국경에서 충돌을 피하지 못했다. 중국군이 인도군을 사살하며 군사적 긴장이 치솟은 가운데 인도의 대응이 이어지면서 자칫 분쟁이 더 커질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해마다 작은 부딪힘이 있었지만, 현재와 같은 규모는 아니었다. 더군다나 중국과 인도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대국인데다 엄청난 경제력을 지닌 국가들로 이들의 분쟁을 단순 헤묵은 이야기로만 치부하긴 쉽지 않다.
중국과 인도의 국경은 해마다 작은 분쟁들이 쏟아지곤 한다. 아직 국경 문제가 완벽하게 매듭지어지지 않은데다 양 국이 주장하는 범위의 격차가 상당히 크기 때문이다. 중국과 인도가 각각 정부를 수립한 이후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특히 히말라야산맥 양 끝단에서 중국과 인도의 주장이 크게 엇갈리고 있으며, 티벳의 영토와 맞물려 있어 중국이 티벳을 포기하지 않는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실제로 인도의 국경은 보기와 달리 상당히 복잡하다. 뱅골만에 방글라데시와 인도차이나반도 서쪽의 미얀마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그러나 이곳은 지도에서 단순하게 보이는 것처럼 국경이 그어져 있지 않으며 복잡 외부지역(enclaves)과 내부지역(inclaves)이 공존하고 있다. 이를 테면 인도를 지나 방글라데시에 들어갔으나 곧바로 인도의 지역과 마주하게 되는 셈이다. 이와 같은 곳이 상당히 많은 이면에는 영국의 식민지 경영으로 인한 인도의 분리정책이 자행되는 과정에서 해당 사안을 제대로 결정하지 않은 이유가 크다. 영국이 물러간 이후에는 인도와 다른 국가들의 주장이 어긋나 있는 경우도 있어서다.
그러나 중국은 사안이 다르다. 그간 중국은 자국의 영토와 영해 측정에 있어서 훨씬 더 크게 주장하고 있다. 카슈미르도 인도와 파키스탄의 분쟁지역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중국이 주장하는 영유권도 포함되어 있다. 최근 중국과 파키스탄의 협력 관계가 지속되고 있어 도드라지진 않고 있지만, 중국의 주장 또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카슈미르 인근의 악사이친은 중국이 예전부터 자국의 영토임을 거듭 주장하고 있다. 만약, 악사이친을 내줄 경우, 중국은 상당 부분의 영토를 잃게 된다. 이에 인도와의 국경 책정 문제에 있어서는 여느 지역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
다만 인도도 중국 못지 않은 군사 강국인 만큼, 유혈 충돌을 최대한 피하고자 했다. 또한 인도는 미국과 함께 중국의 해양 진출을 가로 막을 수 있는 가장 큰 국가 중 하나로 인도를 잘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자칫 인도가 완연하게 미국으로 돌아설 경우 인도가 안게 되는 외교적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에 중국은 인도와의 직접적인 충돌을 피해온 부분도 있으며, 지난해에는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전격적으로 인도를 방문해 중인정상회담이 열리기도 했다. 실제로 인도는 중국과 브릭스(BRICS)에 속해 있어 이전부터 신흥발전국으로 분류됐다. 즉, 경제사안에서는 중국에 편승해 있으나 외교적인 부분에서는 미국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중국에게 인도는 한국만큼이나 중요한 상대다.
다만, 중국이 여태껏 이웃 국가들과 빚은 국경 분쟁을 보면 사뭇 이해하기 쉽지 않다. 황해, 동중국해(센가쿠/다오위 분쟁), 남중국해(군사기지 건설)까지 해양 영토는 물론 인도와 빚고 있는 대륙 영토 문제까지 파격적으로 대부분의 분쟁지역이 중국의 것임을 강조해왔으며, 남중국해를 예로 들면 한나라 때부터 중국의 것이었다는 아주 이해하기 어려운 주장도 서슴지 않고 있다. 물론 중국이 이와 같은 주장을 하는 이면에는 미국이 국제법을 지키지 않고 있어 역내 패권을 자처하는 중국이 거듭 강한 행보를 거듭하는 결과이기도 하다.
인도 입장에서 사뭇 충격적인 이유는 이미 다수의 인도군이 희생됐기 때문이다. 많은 인도인들이 분개하고 있다. 인도는 민주주의 국가로 여론의 동향이 상당히 중요하다. 이에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도 강력하게 대응할 뜻을 밝혔으며, 다수의 인도군이 국경지대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 일찌감치 포착됐다. 인도가 전투적인 대응에 나서진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인도가 병력의 상당 수를 국경으로 배치한 것만으로도 해당 지역의 긴장이 점증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이번 충돌로 인해 양국 관계가 크게 냉각될 것이 확실하다.
지난해 열린 중인정상회담 이후에도 인도는 시 주석이 떠난 이후 대뜸 중국의 의사와 함께하지 않을 뜻을 피력하기도 했다. 정상회담이 끝난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야기된 일로 인도의 대중국 시선이 긍정적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국경 분쟁 외에도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서도 거듭 타국의 의견이 동조하지 않고 있다. 동남아국가연합(ASEAN) 10개국과 6개국(중국, 일본, 한국, 인도, 호주, 뉴질랜드)가 체결하길 바라지만, 인도의 거듭된 반대로 만장일치가 형성되지 않아 발족이 해마다 미뤄지고 있다. 이는 인도가 다자무역은 바라고 있으나 중국이 주도하는 RCEP의 형태를 바라지 않은 것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처럼 양국의 관계는 국경분쟁을 빌미로 그간 편승과 반목을 반복하고 있다. 특히 인도가 중국이 주도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함께 하는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으며, 이는 중국이 인도가 아닌 파키스탄과 좀 더 주도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한 것에 대한 외교적인 전략으로 이해된다. 파키스탄은 인도의 적성 국가로 양국의 협조는 부담스러운 것이 당연하다. 이에 인도는 우방인 미국과 함께 공조하고 있으며, 남아시아 역내 문제 해결에 골몰하고 있다. 중국이 파키스탄과의 경제협력을 통해 인도양으로 진출이 본격적으로 가시화될 경우 인도의 부담도 당연히 커지기 때문이다. 이에 선택적 편승을 통해 중국을 대해왔다.
그러나 인도군의 행동이 있었던 것으로 예상되나 중국군의 격발로 인한 인도군의 사살로 이어지면서 양국 관계는 수일 내에 거듭 악화되고 있다. 단번에 해결하긴 어려워 보이며, 현실적으로 보다 물리적인 충돌이 자행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양국이 향후 외교전에서 대립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또한 중국이 주도하는 브릭스 정상회담에 인도가 참석하지 않거나, 참석하더라도 중인 간 정상회담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만큼, 양국의 관계는 얼어붙었으며, 추후 군사적인 분쟁이 지속될 확률은 더욱 많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