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경제 위해 2조 달러 투입

돋보이는 유럽연합의 통 큰 결정

by Jason Lee
캡처.PNG 초국가기구의 국가적인 결정

유럽연합이 역사상 유례 없는 규모의 금액을 투입하기로 했다. EU는 코로나바이러스 창궐 이후 야기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했다. 7월 중순부터 4일 동안 진행된 회원국 정상회담에서 전격 결정된 사안이다. 27개국 정상이 모여 의견을 맞대는 만큼, 선뜻 결정이 쉽지 않았을 수 있다. 그러나 생각보다 이른 시각에 엄청난 양의 자본을 쏘다붙기로 결정한 것이다. 더 놀라운 사안은 특정 국가에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불문하고 재난지원이 필요한 지역에도 해당 자본을 투입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만하면 중앙정부가 통크게 결정해 각 취약 지역에 정책 집행을 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러나 EU는 경제통합까지 이뤄졌지만, 회원국들의 입김이 상당하다. EU를 이끌고 있는 집행위 위원장과 이사회 상임의장이 자리하고 있지만, 이들은 EU를 대표하고 있고, 재정 집행에 대한 권한이 있지만, 구체적인 결정은 회원국들의 정상회담을 통해 결정된다. EU내 안건이라면 대개의 경우 집행위가 정책을 입안하고 의회가 결정하고 이사회가 결정하는 수순이라고 보면 된다. 그러나 이번 시기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엄청난 경제사회적 재앙이 야기된 만큼, 각 국 정상들이 모여 특단의 조치를 위한 정상회담을 벌였고, 이 회담에서 엄청난 공적자금 투입이 결정된 것이다. 이만하면, EU가 기존 초국가적 국가체를 넘어 사실상 국가로 기능하고 있음을 완벽하게 입증한 셈이다.


EU를 하나의 국가로 치환해서 해석하자면, 지방정부들의 정상들이 모여 이번 안을 결정했고, 중앙정부의 수장이 공식 발표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전부터 언급했지만, 미국은 강한 연방정부의 주도 아래 주정부들이 운집해 있다면, 유럽연합은 미국과 달리 연방정부가 아닌 각 국 정부가 주도해 나가는 일종의 준연방제를 차용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그러나 완전 준연방제라고 보기도 어렵다. 엄연한 지도부와 의회가 기능하고 있어 유럽은 미국과 영국 사이의 어느 형태의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셈이다. 더군다나 미국이나 영국처럼 정치체제의 통합이 이뤄지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EU의 기능은 물론 당장 이번 예산 집행을 전격 결정한 부분에서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회원국 정상회담에서 궁극적으로 독일의 안젤라 메르켈 총리와 프랑스의 이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당연히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했겠지만, 반대로 회원국 중 선진국 정상들이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린 부분이 사뭇 놀랍다. 반대로 영국이 회원국으로 남아 정상회담이 이어졌다면, 사사건건 반대했을 가능성이 많겠지만, 오히려 영국이 탈퇴한 탓일까, 예상보다 훨씬 이른 시각에 초대형 예산을 국가 구분에 상관 없이 필요한 지역에 집행하기로 결정했다는 것만으로도 놀랍다. 즉, 현 상황을 보면 기존 27개국 모두 오히려 강하게 응집해 있으며, 각 국의 종주권보다도 초국가체인 유럽연합의 결정이 우선시한다는 것을 이내 유추할 수 있다. 반대로 보면, 브렉시트와 코로나 사태가 역으로 EU의 결속력을 보다 촉진한 것으로 해석할 만하다.


독일과 프랑스 정상은 다자회담 이후 별도로 공동 발표를 통해 이번 예산 집행을 전면 결정한 것에 대해 설명했다. 회원국들 중 가장 큰 힘을 갖고 있는 국가답게 당연히 별도의 발표를 통해 이번 정책 결정을 설명했다. 유럽지도부가 기자회견을 통해 설명한데 이어 독프 정상의 설명으로 이번 집행이 어떤 목적을 갖고 정해졌는지, 회원국들이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덧붙였다. 양 국이 별도의 발표를 한 것을 봐서는 이들의 입지가 어떤지 당연히 알 수 있으며, 동시에 EU가 향후 어떻게 운영되고 회원국들이 어떤 역할을 할지를 보다 분명하게 했다. 종합하면, 유럽연합이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 귀추가 더욱 주목된다.


이번 결정을 보면 보다 선진지라고 불리는 곳에서 재난에 어떻게 대처하는 지 엿볼 수 있다. 경제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추가예산을 가불 받아 적극 부양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훗날의 빚으로 남아 있겠지만, 당장 살아야 한다면, 일정 부분을 가불받아 현재를 살아가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과할 정도로 과소비하면 안 되겠지만, 일정 부분 현실을 영위하기 위해서, 코로나 확산이라는 미증유의 사태를 맞아 대처하기에는 이 방법 밖에 없었다. EU의 이번 결정은 국가가 아님에도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린 점을 눈여겨 봐야 한다. 하물며 국가에서도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리는 것은 당연하다. 코로나로 인해 재난지원을 넘어서는 기본소득에 대한 의제가 보다 확실하게 떠올랐고, EU는 선진기구답게 이를 확실하게 결정했다. 이들의 결정을 세계시민 모두가 지켜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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