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불가피한 대치 상황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격해지고 있다. 미국이 휴스턴의 중국 영사관을 폐쇄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중국도 청두에 자리한 미국 영사관의 문을 닫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코로나바이러스 창궐 이후 점증된 양국의 외교 문제는 더욱 악화일로로 치닫게 됐다.
미국의 경우, 코로나 전염 원인을 중국에게 돌리면서 대내 민심 결집에 나섰다. 실제로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야기된 사이 미국은 바이러스 정국을 제대로 통과하지 못했다. 50개주로 나뉘어 진 국가적인 특성상 국가가 마련한 규정(protocol)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았고, 여기에 미국민 특유의 반발심으로 인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확진자 수가 100만 명을 돌파한 가운데 어느덧 300만 명을 넘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더 놀라운 점은, 최근 들어 증가폭이 더욱 가파르다는 점이며, 이로 인해 대통령 선거를 앞둔 미 민심이 극도로 출렁였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연병의 원인이 중국임을 거듭 꼬집으며, 이번 바이러스 시국에서 중국의 잘못이 결정적이라 못박았다. 이른 바 미 행정부의 다소 안일했던 시국 관리를 외부 원인으로 돌려세움으로써 급한 불을 끌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감염자 수가 더 늘고 있어 더는 중국탓만으로 돌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며, 대선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급박한 심리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엄청난 기여금을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보건기구(WHO)가 더는 미국의 잣대로 움직일 수 있는 곳이 아니고, 중국발 자본에 오염됐음을 강조하며 탈퇴하는 강수를 뒀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의 관리 실패와 범국가적인 확산이 지속된 점을 고려하면, 이 부분에서 WHO가 책임을 면하긴 쉽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의 적극적인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바이러스 발발 이후, 역으로 중국 견제의 명분을 찾은 듯, 외교적인 전략을 통해 중국 때리기에 적극 나섰다. 그 이전 '인도-태평양 전략'을 통해 중국 가두기의 서막을 알린 그는 이번 코로나 사태를 맞아 중국 인점국들을 미국이 주도하는 다자회담으로 불러들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인도, 호주를 G7 정상회담에 초청했으며, 추후 G10으로 확대 개편을 시도할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선진국이 아닌 인도까지 포함된 것으로 봐서는 철저하게 목적이 무슨 이유인지 알 수 있다. 더군다나 최근 중국과 인도의 국경에서 무력 충돌이 빚어지며 긴장도가 높아지면서 인도는 더더욱 미국의 초청에 꾸준히 응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여름에 인도를 찾아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졌다. 미인 관계가 우방임을 여전히 알렸으며, 이에 앞서 2018년 초에 열린 중인정상회담에서 인도가 비준을 거절한 것을 보면 인도의 노선은 곧바로 알아차릴 수 있다.
미국은 중국이 그간 외교적으로 인접국들과 우호적이지 못한 틈을 제대로 노렸다.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국가들 중 중국과 국경분쟁을 벌이지 않은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심지어 인접국인 대한민국도 이어도와 황해 주변 수역을 두고 중국과 암묵적인 마찰을 겪고 있으며, 아직도 역사 문제는 좀처럼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러자 중국도 서서히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중국은 미국의 공식적인 반발에 대꾸조차하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은 2022년에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홍콩보안법을 통과시켰으며, 사실상 더욱 더 공고해진 시진핑 국가주석의 권력을 보다 확실하게 알렸다. 홍콩 사안을 두고 서방의 정치적 개입을 철저히 막을 뜻을 피력했으며, 이를 통한 외부의 목소리를 철저히 배제하겠다는 의도를 보였다. 중국은 그간 다른 국가들의 문제에 적극 관여한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이율배반적임을 알 수 있다.
이후, 미국이 연초에 타결된 미중무역협상의 재조정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코로나로 인해 야기된 피해를 중국을 향해 적극적으로 겨냥하자 중국도 서서히 의견을 개진하기 시작했다. 더는 미국의 요구에 응할 이유가 없다면서 오히려 미국에게 중국을 적극 견제하는 것을 멈춰줄 것을 언급하기도 했다. 동시에 중국 문제에 목소리를 내는 것은 내정간섭에 해당한다는 것을 알렸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우위에 있는 미국이 중국의 반응에 대응할 이유는 전혀 없었으며, 이를 계기로 명분을 확실하게 잡은 듯 국제사회의 여론을 이끌어 가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도 이례적으로 공세적인 발언을 쏟아내면서 중국에서 야기되는 문제에 대해 좌시하지 않을 뜻을 강하게 피력하기도 했다. 사실상 전쟁을 제외하고 모든 전력을 쏟아붇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당연한 수순을 거치고 있다.
미국의 공세는 계속됐다. 지난해부터 여러 차례 언급했던 화웨이를 적극 겨냥했다. 화웨이는 중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어느덧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해 있다. 5세대 산업에서 엄청난 가성비를 자랑하면서 세계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다. 비단 중국 기업이라고 보기도 어려운 것이 이미 다수의 다국적 연구진들이 포진하고 있는 등 이미 국제적인 역량을 지닌 곳으로 탈바꿈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화웨이를 겨냥해 거듭 거친 발언들을 내놓았다. 안보적인 이유를 꺼내들며 화웨이를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주요 골자였다. 이에 유럽연합도 동참하는 등 미국과 함께할 뜻을 내비쳤으며, 캐나다도 미국과 협력에 나섰다.
한 동안 잠잠하나 했지만, 미 정부는 화웨이가 생산한 제품을 사용하지 말 것을 동맹과 우방을 넘어 국제사회에 거듭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에 말레이시아에서 자주적인 결정을 내리기도 했지만, 만약 미국이 작정하고 화웨이를 주시하고자 한다면, 지구촌 내 많은 국가들이 막상 사용을 주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막상 미국의 목소리가 힘을 얻기는 어렵다. 미국이 화웨이의 대주주인 것도 아닐 뿐더러 기업들이 효과적인 생산을 위해 화웨이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것을 막는 것은 쉽지 않다. 심지어 미국 기업도 해당 부분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모든 기업이 담합해 화웨이 제품에 대한 대대적이고도 전면적인 보이콧이 진행되지 않는 등 화웨이 견제는 쉽지 않다. 서방 국가들이 동조하고 있지만, 막상 가격에서 열위에 처한 제품을 쓰면서 손해를 보려할지는 의문이며, 미국과 같은 의견을 보인다고 하더라도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궁극적으로 보면, 미국의 중국 때리기는 미중무역분쟁을 시작으로 코로나 정국을 거치면서 더욱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졌던 화웨이 사태도 마찬가지이며, 바이러스 확산과 중국의 공식 사과 거부를 틈 타 미국이 보다 확실하게 대내외적인 명분을 획득하면서 꾸준한 동력을 얻고 있다. 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전략과도 잘 부합하고 있어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통한 선거전에서 필승 전략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트펌프 대통령이 재선된다면, 지난 1월에 미중 양국이 관세에 일정 부분 합의를 도달한 것처럼 미국의 지위를 이용해 중국과 또 다른 의미의 조약을 체결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한 번 더 서열 점검에 나설 경우, 중국이 더는 미국에 도전하긴 쉽지 않아 보이며, 중국 또한 경제 타격을 입을 수 있어 선뜻 미국을 향해 돌을 던지긴 어려울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 이후 중국 견제라는 카드를 보다 확실하게 사용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재선에 성큼 다가 서 있으며, 동시에 미국이라는 국가의 힘을 정치적으로 한번 더 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