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적 이기주의의 발현
영국이 아직도 유럽연합에 어설프게 발을 걸치고 있다. 영국은 유럽연합 탈퇴를 자국 의회에서 의결했으며, 대대적으로 영국이 비로소 완연하게 독립했다고 선포했으며, 탈퇴론자들은 지난 1월 말에 축제를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공식적으로는 아직도 영국은 EU에서 탈퇴하지 않았다. 아직 탈퇴 협상이 매듭지어지지 않은 탓이며, 영국이 최대한 자국의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탈퇴하려는 탓에 좀처럼 협상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한 실무진 협상과 정상 간 접촉이 쉽지 않다 보니 영국의 이른바 의도적인 탈퇴 지연이 계속되고 있다.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는 총리 부임 이전에도 거듭 강경한 탈퇴론을 펼쳤으며, 합의 없는 탈퇴(No Deal Brexit)를 주장했다. 즉, 존슨 총리의 발언들을 종합하면 언제든, 당장에라도 탈퇴할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탈퇴는 아직까지도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이를 테면, 법적 절차가 남았다는 핑계를 대면서.
이에 유럽연합은 강하게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영국이 코로나바이러스 정국을 제대로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핑계가 되지 않는다. 이는 유럽연합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EU는 코로나19가 확산된 이후, 잠시 수그러 든 사이 중국, 한국과 화상으로 정상회담에 나섰다. 즉, 영국과도 이와 같은 절차를 통해 의제 조율이 필요했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해 양 쪽의 이해관계가 일정 부분 바뀌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염병 창궐 이후 무역의 절대적인 양은 물론 흐름이 확실하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EU 입장에서 보면, 나가겠다고 그렇게 발악하던 영국이 아직도 통산 분야에서 여러 이유를 제기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에 실무진이 분개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영국은 통상환경 변화로 인한 새로운 탈퇴 조건 수립을 바라는 것으로 이해된다. 영국 내부 사정이 지나칠 정도로 많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를 종합하면, 영국이 추진하는 탈퇴는 결코 노딜이 아님을 알 수 있으며, 최대한 EU와의 관계 개선내지는 추후 통상 재교섭의 여지를 남겨두거나 최대 곧바로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는 조건을 두면서 탈퇴하려는 것으로 이해된다. 영국 통상에서 EU와의 양자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EU가 훨씬 더 큰 시장인 만큼, 굳이 영국과의 통상에 적극적일 이유는 없다. 이에 유럽연합이 보다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특히, 임기가 종료되어 지도체제 교체(샤를 미셀 상임의장과 폰 라이덴 집행위원장)된 이후 유럽연합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대로 보면, EU의 입장이 꼭 바뀌었다고 보기보다는 영국의 고집으로 인해 EU가 영국과의 협상을 더는 지연하고 싶지 않은 것으로 이해된다.
그런데도 영국은 느긋한 입장이다. 느긋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기도 하다. 일단 코로나바이러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전염병 관리에 실패한 것이 명명백백하게 드러났다. 특히, 잉글랜드에서 확진자가 상당하다. 잉글랜드를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는 인구가 적은 이유도 있겠지만, 자치정부에서 관리가 상대적으로 원활하게 이뤄졌다. 그러나, 현재 잉글랜드에서만 28만 명에 육박하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상황이다. 이는 영국 전체의 확진자 수(417,000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가뜩이나, 영국의 경제적 여건이 좋지 않은데다 브렉시트 여파로 주가에 영향을 받는 등 그간 부정적인 요소들이 많았다. 여기에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영국도 당연히 국내 경제사회 활동이 마비되면서 큰 충격을 피하지 못했다. 이에, 영국은 상황을 최대한 관망하겠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유럽연합이 영국의 탈퇴 조건 고수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만 보더라도 영국이 현재 입장을 제대로 조율하지 못하고 있으며, 아직까지도 제대로 탈퇴할 생각이 없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