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결속한 반중안보체제의 도약
미국이 주도하는 4자 안보기구(Quadrilateral Security Dialogue)로 2007년에 일본이 주장해서 창설된 일종의 외교 채널이다. 일본은 민주주의를 구축하고 있는 국가들을 불러 모으는 포럼의 형태로 제시한 것이나 미국이 대중 압박을 위한 안보 통로로 활용하고 있다. 발족 당시 함께 했던 호주는 2007년에 해당 기구에서 탈퇴했다. 호주 입장에서는 중국과의 무역이 중요했기에 친중 성향을 띄고 있는 호주의 케빈 러드 당시 총리는 해당 채널에서 빠지게 됐다. 그러나 이후 중국의 부상이 가속화됐고, 호주 주변의 도서 국가에 자리한 항구들을 조차하기 시작하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이에 호주는 미중 사이에서 전략 전술 수립을 두고 고심했으며, 이후 정권 교체와 함께 다시금 4자 기구에 함께 하기로 하면서 현재까지 4자 체제를 고수하고 있다.
미국은 일본과 지구촌에서 가장 탄탄한 양자 동맹 관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호주와는 혈맹으로 자리하고 있다. 인도와도 같은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등 최근 외교 사안을 두고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당초, 미일 중심으로 북태평양을 견제할 것으로 여겨졌으나, 중국이 선제적으로 제시한 구상(일대일로)이 인도양을 지나가는 통로인 만큼, 미국은 이후 인도-태평양 전략(이하 인태전략)을 통해 대중 견제에 나섰다. 이전에도 인도와 우방으로 자리했기에 인도를 해당 채널에 불러들이는 것은 아렵지 않았다. 이에 미국-일본-인도로 이어지는 3자 체제가 구성됐다. 호주가 재가입한 이후에도 주로 3개국이 안보 분야에 있어 대대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변수가 생겼다. 호주가 인도와 국경 충돌을 빚은 사이 호주와의 관계에서도 경색됐다. 중인 양국의 국경 충돌은 다소 우발적으로 일어난 부분이 없지 않으나 호주의 전면적인 4자 기구 가세는 예상 밖이었다. 바로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호주가 중국인을 막기로 전격 결정했고, 중국은 어김없이 호주와의 무경에 대한 엄청난 제재를 결정했다. 중국과 호주와의 관계가 급속도로 경색된 가운데 호주는 당연히 미국과 혈맹인 만큼, 미 주도 안보기구에 몸을 싣기로 했다. 중국으로서는 오히려 섣부른 제재로 하여금 적국의 단결을 도운 꼴이 됐다. 물론, 호주가 미국의 혈맹인 만큼, 종국에는 반중으로 돌아설 것이 유력했으나, 중국 입장에서 보면 외교력을 통한 상대 결속을 느슨하게 하면서도 준비할 시간을 마련하지 못한 부분은 중국의 한계일 수밖에 없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2012년에 센카쿠/다오위 분쟁을 두고 중국과 대대적으로 대립했다. 이미 반중 기조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던 일본은 센카쿠를 두고 중국과 세차게 부딪혔다. 당시 경찰과 어선의 충돌이 빚어지는 등 양국의 국경 분쟁에 결정적인 신호탄이 됐다. 가뜩이나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달갑게 바라보지 않았던 중국은 일본과 거의 손절하려 들기로 했다. 그러나 일본이 여전히 역내 강국으로 자리하고 있는데다 국제무대에서 아시아 최고이자 세계 수준급의 외교력을 갖추고 있어 중국이 섣불리 적극적인 행보에 나서긴 쉽지 않았다. 사드 배치로 한국에 엄청난 무역 제재를 가한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이후, 중일 양국은 화해 국면에 접어들었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연내 방일이 예고되어 있었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일본 내 민심이 돌아섰다. 단순하게 일본 민심이 돌아섰다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 적극적인 반중을 고집하고 있어 종미가 수단이자 생존의 가장 필수적인 방법인 일본으로서는 당연히 미국과 함께 하기로 했다. 이에 미일 양국은 인도와 함께 하기로 한 안보 포럼을 좀 더 격상 발전시키기로 하면서 외교부 장관회담을 거의 정례화했다. 여기에 호주까지 가세했고, 호주마저 중국과 척을 지게 되면서 해당 안보기구의 결속력이 보다 더 단단해졌다.
중국으로서는 엄청난 체구를 자랑하는 국가들이 미 주도로 응집하고 있는 것이 부담이다. 반대로 중국이 자초한 부분도 없지 않다. 일본의 대미 일변도 안보 편승은 어쩔 수 없었다고 하더라도 인도와 호주의 경우에는 여지를 남겨둘 만했다. 인도는 중국 중심 국가 결속체인 브릭스(BRICS)와 상하이협력기구(SCO)에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지난 2019년에 뉴델리에서 열린 중인정상회담에서 인도의 급변하는 태도에 거듭 실망감을 드러냈으녀, 이로 인해 중인 관계는 현재 영토 분쟁까지 더해 악화일로를 거듭하고 있다. 호주도 마찬가지다. 굳이 제재를 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호주라는 시장을 잃지 않았을 것이며, 호주는 한국처럼 균형을 통해 미중 양국을 대할 여지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눈앞의 결정이 더 중요했다.
이번에 4개국은 도쿄에서 외교부장관 회담을 열기로 했다. 코로나바이러스 창궐 이후 대중 접근법을 공유하기 위함이다. 회원국 외교장관이 공식적으로 모인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이 코로나 확산 이후에도 오히려 사과는 고사하고 강경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고, 인도와 호주는 중국과의 관계에서 사실상 엄청난 내상을 입은 만큼, 이른 바 반중동맹에 적극 편승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에 미국의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을 필두로 4개국이 회담 이후 어떤 성명을 내놓을 지가 기대된다. 정황상 미 주도의 인태전략에 적극 협력할 것이 유력하며, 이에 대한 전갈이 뒤를 이을 것으로 짐작된다.
참고로, 4자 안보기구는 아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로도 볼 수 있으나, NATO처럼 적극적인 안보공동체로 거듭나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중국의 행보를 고려하면 추후 군사훈련 공유를 넘어 대대적이 안보동맹에 준하는 기구로 상향 조정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이번에 인태전략에 전격적인 편승이 결정된다면, 중국으로서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중국은 인접국과 단 하나의 예외 없이 국경분쟁이나 충돌을 겪은 바 있어 제 아무리 막대한 부를 유지하고 있더라도 얼마나 많은 국가가 중국과 엇비슷한 입장을 피력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게다가, 큰 역할을 하긴 어렵지만 대만까지도 친미반중을 아주 확실하게 표명하고 있어 중국 고립이 보다 더 가속화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