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충지가 힘이 약할 경우 안게 되는 문제점
사이프러스(Cyprus)는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아나톨리아(터키 반도) 아래에 위치한 작은 섬으로 고대 때부터 많은 외침에 시달렸던 곳이다. 북쪽으로 터키 반도, 서쪽으로 발칸 반도와 인접해 있어 옛날부터 크고 작은 침탈에서 자류옵지 못했던 곳이다. 근대가 도래한 이후에는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았으며, 영국 식민지배 이전에도 그리스와 터키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곳이다.
예전부터 그리스와 터키는 동지중해를 두고 다투는 대표적인 역사적 라이벌로 자리했다. 그 지점이 충돌한 곳이 바로 사이프러스다. 예전부터 강대국들의 외침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사이프러스는 이후 오스만투르크와 영국의 지배까지 받아야 했다. 상당한 군사력과 경제력을 갖추고 있는 이들의 지배 속에서도 현재 독립국으로 남아 있다.
다만 근대 이전에는 지금처럼 얼마 전처럼 긴장관계가 고조되지 않았다. 그리스계열과 터키계열 모두 서로가 이웃으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제 1차 세계대전을 치르는 도중 오스만투르크를 견제하고, 식민지 경영이 필요했던 영국이 개입하면서 분쟁이 촉발된 부분이 없지 않다. 결국 영국과 오스만이 대립하는 구도가 됐고, 자연스레 그리스계열은 영국쪽, 터키계열은 오스만에 포함되면서 지금과 같은 분단 및 대립 구도가 보다 본격적으로 형성된 것이다.
현재 사이프러스는 남북으로 분단되어 있다. 남쪽은 그리스계열로 우리가 알고 있는 정식국가인 사이프러스(Republic of Cyprus)다. 북쪽은 터키계열로 북사이프러스 터키공화국(Northern Cyprus Turkish Republic)으로 국제사회에서 공식 국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한반도에서는 대한민국과 북한이 모두 국제연합 회원국으로 자리하고 있지만, 정작 사이프러스는 남쪽(사이프러스)만이 국가로 인정받고 있으며, 북쪽은 오로지 터키만 국가로 승인하고 있다.
이게 다가 아니다. 남북으로 분단되어 있는 이곳에는 한반도 중앙을 가르는 비무장지대(Demilitarized Zone)처럼 국제연합 완충지대(UN Buffer-zone)가 존재하고 있다. UN이 사이프러스 분쟁해결에서 이렇다 할 역할을 하지 못한 이면에는 터키의 존재가 결정적인데다 더 이상 확전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1970년대 터키는 사이프러스를 본격적으로 침입했다. 이 때 국제연합이 중재에 나섰고, 그 결과 완충지대가 설립됐고, 지금 남북의 경계선이 구축된 것이다. 수도인 니코시아는 예루살렘이 동서로 분단되어 있듯, 남북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긴장관계가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남북 모두 국방력이 취약한 만큼, 현재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영국 해군기지도 사이프러스에 있다. 영국은 식민지배를 종식하면서도 해군기지를 사이프러스에 두기로 결정했다. 아크로티리(Akrotiri)와 데켈리아(Dhekelia)에 위치하고 있으며, 특히 데켈리아 위치한 해군기지는 국제연합 완충시대의 동쪽 경계와 마주하고 있어 남북 경계의 민감한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사이프러스 정부는 영국군의 철수를 바랐지만, 영국은 지정학적 위치에 속해 있는 사이프러스에서 철군을 원치 않았다. 주둔 초반부에는 사이프러스 정부를 지원하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독자적으로 존재하고 있다. 사이프러스 내에서도 국내정치적으로 영국군을 바라보는 것은 흡사 대한민국이 주한미군을 응시하는 것과 별 다를 바가 없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렇듯 사이프러스라는 작은 섬에는 남북이 분단되어 있으며, 영국군대와 국제연합까지 도합 네 개의 조직(국가 및 기구)이 자리하고 있다. 영국이 이베리아반도 끝의 지브롤터와 지중해 중심에 위치한 몰타 그리고 동지중해의 사이프러스를 장악한 이면에는 인도로 향하는 물자 관리가 가장 큰 이유이다. 특히 사이프러스는 수에즈운하를 조망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데다 근대 당시 오스만투르크를 견제할 수 있는 위치였던 만큼 영국에게는 지전략적(Geo-strategic) 요충지로 가치가 상당했다. 그 결과 아직도 군대를 내보내지 않고 잔존하고 있으며, 해군기지를 통해 지중해에 군대를 보유하고 있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갖고 있다.
사이프러스는 유럽연합에도 가입되어 있는 회원국이다. 지난 2004년에 동유럽에 속한 10개국이 가입할 때 사이프러스도 들어가는데 성공했다. 경제적으로 크게 안정적이라 보기 어렵지만, 쉽지 않은 와중에도 EU가 제시한 조건들을 상당 부분 맞춰가면서 끝내 유럽연합 회원국 자격을 얻었다. 동시에 통화동맹과 국경개방조약에 모두 포함되어 있는 유럽연합에서는 상당히 적극적인 회원국이다. 지중해의 작은 섬인 몰타와 사이프러스 모두 같은 회원국으로 자리하고 있다.
(2019. 4. 10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