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오바마의 진검 승부
2020 미국 대통령선거(이하 미 대선)의 막이 올랐다.
치열하게 선거운동을 펼친 양 후보는 이제 선출된 선거인단의 득표를 기다리고 있다. 미 대선의 제도는 익히 잘 알려져 있는 만큼, 각 주에서 누가 당선되어 인단의 표를 가져가는 지가 관건이며, 당연히 경합주에서 누가 선출될지가 중요하다. 단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곳은 펜실베니아, 플로리다, 미시건이 될 전망이다. 펜실베니아와 미시건은 간발의 차이로 지난 2016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후보가 근소하게 앞서면서 표를 독식했고, 다수의 인단을 확보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것이다. 이번에는 플로리다도 많은 이목을 끌고 있다. 라틴계 인구 비중이 상당히 높은 곳이라 민주당의 조 바이든 후보 지지세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나, 공화당의 트럼프 후보에 대한 지지도 적지 않은 만큼, 플로리다의 향방이 차기 정부의 수장을 결정할 것으로 일찌감치 예견되고 있다.
두 후보는 현 정부와 전 정부를 대표하는 인물로 일찌감치 여러 현안과 정책을 두고 확실히 다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의 대결 구도가 지속되고 있다. 현직 대통령과 전직 부통령의 대결인 만큼, 바이든 후보는 당연히 오바마 행정부의 입장을 계승하고 있다. 단순, 외교적인 측면만 보더라도 동맹과의 관계 복원은 물론 다자 체제로의 복귀를 적극 선언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국력을 적극 활용해 소다자주의를 펼쳤다. 즉, 외교관에 있어서도 확실히 다른 노선을 보이고 있다. 특히, 북한에 대한 입장도 확연하게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화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나, 바이든 후보는 오바마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적대적인 관점을 숨기지 않았다. 중국을 확실하게 견제해야 한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외교관의 확연한 차이를 엿볼 수 있다.
대내적인 정책 또한 마찬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적인 문제를 두고 엄격한 법 집행이 필요하다고 약속하고 있다. 그 이면에는 지지층 결집과 어차피 확보할 수 없는 표를 얻는 데 큰 관심이 없는 부분이 눈에 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대선 후보 시절부터 꾸준히 보여준 것으로 강력한 갈라치기를 통한 백인 노동자, 고령자, 보수적인 라틴 계열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 이들 중 대부분은 사전투표가 아닌 선거당일에 일제히 투표소로 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면, 바이든 후보를 두고는 백인 지식인, 흑인, 젊은층이 지지를 보내고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이들이 대거 바이든 후보를 지지하고 있어 이번 선거에서는 확실한 전현직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아주 강력하게 표출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 대선에선에는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 대한 비호감도가 지나치게 높았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층이 투표소로 가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선거인단 선출을 두고도 엄청난 투표율을 자랑하고 있어 바이든 후보에게 사뭇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미국에는 역대 어느 대통령도 총기 규제에 성공하지 못했다. 금년에 일어났던 대대적인 총기사고에 대한 여파로 바이든 후보에게로 표가 이어질지는 지켜볼 여지가 많다. 또한, 기존에 오바마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흑인층의 실망감 또한 많았던 점을 고려하면, 역으로 바이든 후보가 많은 표를 갖는다고 마냥 낙관하긴 어렵다. 미 정가는 흑인을 평등의 대상이 아닌 우월한 백인이 흑인에게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으며, 이를 대대적으로 드러낸 인물이 클린턴 전 후보이며, 민주당이다. 이에 흑인들의 표가 바이든 후보로 얼마나 모일지는 큰 변수다.
역으로, 코로나바이러스 관리 실패로 미국이 엄청난 확진자와 사망자를 야기시킨 측면이 있지만, 중국의 부상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관세 문제로 일정 부분 정리했고, 북핵 위기를 현 상황에서 일정 부분 동결한 측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표방하는 이른 바 '강한 리더십'도 통할 부분도 충분히 많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경우 중국의 성장과 북핵 개발을 방조한 측면이 적지 않은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이 부분을 적극 파고들 필요가 있다. 그러나, 무분별한 행정명령과 이에 따른 감세를 통해 미 정부 재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약점으로 절차가 일정 부분 결여된 측면이 없지 않다. 바이든 후보는 이를 잘 공략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지난 두 번의 대선 토론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근소하게 우위를 점했다. 화제전환에 확실한 인물인 만큼, 불리한 질문을 곧바로 뒤집으면서 역공에 나섰으며, 끝내 자신의 치적에 좀 더 집중했다.
기후변화에 대해서도 입장은 확연하게 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캘리포니아 산불로 인해 캘리포니아를 찾았을 때도 당시 공무원의 질의에 '기다려 보자'면서 기후변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반면, 바이든 전 부통령은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할 뜻을 시사했다. 물론, 미국 내 여론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대처를 미국이 주도할 것 같지는 않다. 궁극적으로 지성과 반지성의 비율을 보면 기후변화에 반대하는 인물이 상대적으로 많을 것으로 유추되며, 반대로 미국이 왜 책임을 져야 하는지에 의문을 품고 있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으로 사료된다. 단순, 지성과 반지성의 대립을 떠나 기후변화의 할당을 고려하더라도, 기후변화의 심각성은 인지하나 미국의 책임감을 지나치게 강조할 필요는 없다고 여길 이들 또한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대선은 진보와 보수의 대결로 보기 어려우며, 오히려 정책적인 사안을 두고 확연하게 다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인물의 대결이다. 어느 대통령 선거도 마찬가지겠지만, 지나치게 좌우의 틀로 보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번 대선은 여태 선거와 달리 전 정부와 현 정부의 진검승부이면서도 견해가 확고하게 다른 인물의 대결이다. 단, 하나 일치하는 점은 대중 견제에 적극 나서야 하며, 이를 위한 다자 체제 구성에는 양 후보가 실질적으로 똑같은 입장을 내놓았다. 반대로 보면, 행동방식을 둔 크고 작은 차이는 존재하지만, 미국은 적극적인 위기가 감지되면 일치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정국을 보듯이 미 사회의 단면 또한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자유가 우선인 탓에 타인에게 전염이 될 수 있음에 대한 인지도는 지구촌에서 가장 현격하게 낮았다고 하더라도 틀린 말이 아니다. 이를 보면, 미국적 사고방식은 우선하면 그만이라는 부분도 간과할 수 없으며, 이는 곧 지성층의 여집합의 무게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관건은 경합주가 될 전망이다. 서부 연안은 민주당, 서부 내륙은 공화당 성향이 명확한 것은 이미 100년 넘게 바뀌지 않고 있다. 반면, 동부에서는 상대적으로 많은 경합주가 있어 이들의 선택에 따라 향후 미국을 이끌 인물이 결정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4년 더 이어질 지, 바이든 후보가 지난 4년을 뒤로 하고 사실상 오바마 행정부의 3기 출범을 알릴지가 조만간 정해진다. 역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다음에는 재선을 노릴 필요가 없기에 좀 더 공격적인 행보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당선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했던 행정명령을 되될릴 것으로 짐작되며, 이는 곧 ABT(Anything But Trump)가 될 것으로 어렵지 않게 짐작된다. 과연, 향후 4년 동안 백악관에서 살아갈 이는 누가 될지, 미 대선 정국이 어김없이 요동치고 있으며, 국제사회 또한 이번 미 대선에 유례가 없을 정도로 촉각을 곤두세우고 집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