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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미국 대선 상황

선거를 넘어 법적 문제로

by Jason Lee
캡처.PNG 예측된 상황과 도래한 현실

2020 미국 대통령선거가 어느덧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다. 50개 국가에서 일거에 투표를 진행해 연방정부 수장을 뽑는 선거인 만큼, 미 대선이 최종 결과를 맞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간접선거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상 주별로 책정된 선거인단을 확보하는 선거로 이해하면 훨씬 알아가기 용이하다. 이에 기존 민주당주와 공화당주를 제외한 경합이 치열한 곳에서의 결과가 상당히 중요했다. 미 기성 언론과 미 언론의 예단을 받아 적는 곳이 대부분인 만큼, 누군가가 예상하긴 쉽지 않지만, 이미 기존 방송사가 예측한 것과 달라진 결과만 마주한 것 만으로도 미국에는 일대 혼란이 예고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려를 뒤로 하고 플로리다에서 깃발을 꽂았다. 공화당 우세가 예상되는 텍사스주를 필두로 미 중서부 내륙에서 모두 선거인단을 확보했다. 그 사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서부 연안과 북동부 연안을 모두 잡아가면서 우위를 점했다. 민주당은 55명의 인단을 보유하고 있는 캘리포니아를 늘 잡고 시작하는 만큼, 좀 더 유리하게 출발하는 것이 사실이다. 즉 3~40명 이상 앞서 있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우위를 점한다고 보기 어렵다. 물론, 공화당도 알래스카과 미 내륙 지방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만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으나 선거 국면 초기에는 민주당 후보가 앞서는 양상이 도드라지곤 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아니나 다를까 개표 작업 초반에 모든 언론이 일제히 바이든 후보가 당선권에 있다고 보도했다.


경합주에서 트럼프 후보의 약진이 도드라진 가운데 위스컨신, 미시건, 펜실베니아에서 근소하게 앞서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 예상됐다. 그러나 4일 밤(이하 한국시간)부터 경합주에서 또 한 번의 반전이 일어났다. 경합주 세 곳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추월을 허용하면서 선거 양상이 일거에 뒤바뀌었다. 그 사이 민주당이 유리할 것으로 여겨졌던 애리조나가 경합 양상으로 치닫으면서 공화당이 숨 쉴 틈을 마련하나 했다. 하지만 예상대로 네바다주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의 강세가 이어지면서, 바이든 후보가 선거인단 과반인 270명 확보 초읽기에 돌입했다. 네바다 결과가 나온다면, 선거 국면에서는 바이든 후보가 당선을 확정짓게 된다.


곧바로 트럼프 후보가 소송전에 돌입했다. 선거에 앞서 루스 베이드 긴즈버그 연방대법관 서거에 따라 새로운 대법관을 보수 성향으로 지명한 가운데 법적 쟁송으로 진입할 경우, 상대적으로 유리한 국면을 마련했다. 각 주별 대법에서 원활한 판결이 나오지 않을 경우, 당연히 연방대법에서 결정하게 된다. 특히나 대선은 주별 사안이 아닌 만큼, 연방대법에서 한 번 더 결정할 권한을 갖는다고 봐야 한다. 게다가 미시건과 펜실베니아는 이미 우편 투표 반영 일자가 다른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파고들 여지가 많았다. 이미, 예견된 것이나 마찬가지인 사안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자신의 계획대로 현안을 주도하고 있다. 박빙만 만든다면 법적으로 이를 가를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모든 언론이 바이든 후보의 당선이 유력하다고 일찌감치 전망했고, 개표 초반 양상을 떠올려 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은 애당초 시작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하지만, 선거전은 확실하게 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근소하게 뒤져 있었다. 백인노동자가 많은 러스트벨트에서 바이든 후보가 앞서자마자 곧바로 소송전에 돌입했다. 이미 준비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농후하며, 이를 통해 다시 한 번 반전의 계기를 만들 공산이 상당히 커졌다. 우편 투표의 불확실성 거론은 일찌감치 예견됐으며, 검표 과정에서 중복 계산이 이뤄졌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선거 자체의 정황을 보면 바이든 전 부통령의 당선이 상당히 유력한 상황이며, 트럼프 대통령의 낙선이 확실시 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각 주 대법에서의 결정을 연방대법이 얼마나 수용하느냐에 따라 판이 뒤바뀔 수도 있으며, 우편 투표 제외 여부와 법적 불확실성을 근거로 소송전에 돌입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변수를 만들 여지가 없다고 보기 어렵다.


반대로, 바이든 후보는 모든 언론이 예상했거나 희망했던 것처럼 가급적이면 넉넉한 격차로 이길 필요가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성정과 그간 준비 작업을 고려하면 법적 문제로 야기될 사안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이든 전 부통령은 예상과 달리 큰 폭으로 이기지 못하면서 아직 여지가 남아 있는 상황이다. 물론, 경합주에서 재검표를 하더라도 큰 이변이 없는 이상 그의 당선이 유력한 것은 사실이나, 연방대법의 결정이 중요한 만큼 아직 안심만 하기는 이르다. 혹, 미시건이나 펜실베니아에서 재검표를 통해 바이든에 유리했던 우편 투표가 배제되고, 알 수는 없으나 네바다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엇비슷한 문제를 제기한다면, 상황이 다시금 급반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아직 바이든 후보다 제대로 된 승리 선언을 하지 못하는 것이며, 반대로 트럼프 대통령도 아직 승복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실제로 개표 과정에서 박빙의 양상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섣불리 예상이 쉽지 않다. 그러나 국내 언론에서 지나치게 당선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장면이 없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며 이로 인해 개표 중반 이후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과 이후 행보를 점치기도 했다. 그러나 바이든 후보가 경합주 세 곳 중 한 곳이라도 내줄 경우 낙선이 확실했던 상황에서 가까스로 세 곳 모두 인단을 독식하면서 양상이 다시금 급변했다. 심지어, 아직 연방대법원의 결정과 헌법에 따른 해석 여부 등 비교 및 검토해야 하는 사안이 남아 있는 만큼, 아직도 대선 결과를 섣불리 예단하긴 이르다. 지난 2000년에 조지 부시 후보와 엘 고어 후보의 쟁점이었던 플로리다 사례처럼 개표를 요구했으나 연방대법이 기각할 수도 있으나, 이번에는 사안이 심각하고, 미시건의 경우 격차가 0.6%에 불과한 만큼, 재개표와 함께 우편 투표 반영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를 전망이다.


아직 시간은 남아 있다. 그러나 선거 구도에서 이미 바이든 후보가 선거인단 과반을 독식하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어떤 조치를 취할 지, 이제 모두가 연방대법의 결정과 이후 재검표 과정에 달려 있다. 다시 한 번 반전이 일어날 지, 바이든 후보의 당선이 최종 결정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방식으로 정권 이양에 나설 지도 단연 많은 이목을 끌고 있다. 온 지구촌이 미 선거를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안을 통해 민주주의 약점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는 점 또한 부인할 수 없다. 다양한 의견을 다수결로 수렴하나 반대로 대립과 갈등을 부추기는 측면 또한 없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에서 미국의 민낯을 제대로 엿볼 수 있었다. 그리고 미 선거 제도는 독특한 것이 아니라 연방공화국인 미합중국에 가장 맞는 제도인 점 또한 확실하게 알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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