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해리스 체제의 출범
2020 미국 대통령선거가 사실상 종결될 상황에 이르렀다. 아직 완벽하게 끝난 것은 아니다. 대개 막바지가 되면 상대 후보의 승복선언과 당선확정이 동시에 진행된다. 그러나 아직 애리조나와 조지아에서 개표가 완료되지 않았고, 펜실베니아의 검표가 중단된 상황이다. 펜실베니아는 우편투표로 인한 구분이 남아 있어 아직 여지는 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결과를 뒤집긴 어려워 보인다. 우편 투표의 중복 계산이라는 여지가 남아 있으나 현실적으로 결과가 뒤바뀔 확률은 없다고 봐야 한다. 이미 위스컨신관 미시건에서 패한 트럼프 대통령은 펜실베니아 확보와 애리조나 수복이 필요했으나 이마저도 어려운 상황이다. 두 곳을 포함해 조지아까지 1% 안팎의 초박빙 양상을 보이고 있으나, 개표가 거의 막바지에 다다랐고, 조지아에는 군인들의 부재자 투표가 진행된다면, 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즉, 트럼프 대통령이 펜실베니아(20), 조지아(16), 애리조나(11)에서 모두 깃발을 꽂는다고 한다면, 결과는 뒤바뀌게 된다. 그러나 이미 대세가 기운데다 개표 작업이 종반에 다다른 만큼, 이변이 생길 확률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즉, 바이든 전 부통령이 앞서 언급한 세 곳의 선거인단을 모두 확보한다면, 바이든 후보가 308, 트럼프 후보가 230으로 선거 결과가 확정되게 된다. 아직 트럼프 대통령의 소송전이 남아 있고, 이로 인해 펜실베니아의 결과가 뒤바뀐다고 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은 과반 확보에 실패하게 된다. 펜실베니아와 조지아가 동시에 바뀐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이에 바이든 후보의 당선이 확정됐다고 보는 것이 틀린 것은 아니다.
결국, 이번 대선은 '말'이 갈랐다. 트럼프의 강한 언사는 늘 양날의 검이었고, 이는 그를 싫어하는 진영을 결집한 결과이기도 하다. 무조건적인 해석이라 보기 어렵지만, 그를 두둔하거나 지지 않는 이에 대해서 이른 바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 조지아주에는 군인들이 많이 기거하고 있다. 미 군부대가 위치하고 있기 때문.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군인을 향해 때로는 거친 인사를 내뱉은 적이 다수 있었다. 이로 인해 군인들도 등을 돌린 부분이 뼈아팠다. 또한, 예상과 달리 북부 경합주(위스컨신, 미시건, 펜실베니아)에서 단 한 곳도 이기지 못한 것이 뼈아팠다. 세 곳 중 한 곳만 따냈어도 판세가 달라질 수도 있었으나 여의치 않았으며, 공화당 성향의 주라고 볼 만한 네바다를 따내지 못하면서 큰 격차로 밀려나고 말았다. 플로리다를 따내면서 이변을 연출하나 했으나, 초박빙으로 전개된 경합지역엥서 1만표내지는 3만표 미만으로 패하면서 패배의 쓴잔을 들이키게 됐다.
일단 투표 성향을 보면 도농간 대결이 뚜렷했다. 상대적으로 공부를 하고 도시에 기거하는 이들이 민주당을, 도시가 아닌 곳에 살고 있는 이들이 공화당을 택했다. 이는 경제논리와 함께 그간 냉전 이후 미국이 주도한 세계화(혹은 미국화)의 결과이기도 하다. 자유무역을 근간으로 하는 세계화로 인해 이른 바 지성집단이 많은 이익을 창출했으나, 농공업에 종사하는 이들의 경우는 달랐다. 미국사회는 다양하나 부의 재분배가 유려하게 일어나는 곳은 아니다. 이로 인해 빈부 격차는 오히려 냉전을 지날 때보다 좀 더 심화됐으며, 이로 인한 유권자의 성향이 결정됐다고 봐야 한다. 반대로 미 내륙 지역이 우리가 생각하는 발전되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이른 바, 다소 정형화된 선진국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미국과 다른 지를 알 수 있었다. 선진국이라고 모든 지역이 똑같은 의견과 발전상황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50개의 주(국가)로 구성된 미국의 인식적, 의식적 신장이 얼마나 다른 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 이변의 결과로 지난 2016년 대선에서 러스트벨트(위스컨신, 미시건, 펜실베니아)에서 아주 근소한 차이로 트럼프 당시 후보가 앞서면서 선거에서 승리했으나, 두 번의 기적은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실적으로 다음 대선을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대통령으로 군림하면서 무소불위의 힘을 내뿜었던 그가 추후에 도전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다만, 이번 선거판에서 드러났다시피 미 민심의 반트럼프 성향이 상당히 짖다는 것을 보면 우려스럽기는 하나 스윙스테이트에서 초경합이 이뤄졌고, 플로리다에 깃발을 꽂은 것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크게 패했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이를 고려하면, 다음 선거에서 한 번 더 진검승부를 걸어볼 만하다. 하지만 관건은 공화당에서의 민심이다. 이번 선거 불복과 대통령 재임기간 동안 당과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으면서 당내 입지가 그리 탄탄하지 못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대선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우선 경선을 뚫어야 한다. 다음 대선에 나선다면, 짐작건데 카멜라 해리스 부통령과 경쟁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당선인은 최고령 당선자인 만큼, 이후 도전이 쉽지 않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금 공화당 경선을 뚫는 다면, 다음 대선은 바이든 당선인의 출마 여부와 상관 없이 다시금 엄청난 주목을 받을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개인적으로, 이번 대선의 최고 승자는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이다. 해리스 상원의원은 이번 선거를 통해 자신이 전국구 정치친임을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다음 대선에 나서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이후 도전자가 될 유력한 후보로 급부상하게 됐다. 바이든 당선인이 팔순을 앞둔 고령인 점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점을 고려하면, 당장 다음 대선에서도 위력을 떨칠 것으로 예상된다. 관건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그녀가 얼마나 지지율을 유지할 지다. 초선의원임에도 부통령 후보로 지명되면서 인지도를 쌓은 그는 상원의원을 넘어 졸지에 부통령으로 부임하게 됐다. 1964년생으로 아직 대권주자로서 젊은 축에 속하는 만큼, 이후 인지도와 지지율 유무에 따라 차기 대권주자로 도약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더군다나, 여전히 양당에 뚜렷한 후보가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이 다가오는 선거에서 대권주자로 발돋움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리스 당선인은 미 헌정사상 첫 여성 부통령이 됐으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 이어 처음으로 흑인 지도자로 백악관에 입성하게 됐다. 캘리포니아 법조인으로 잔뼈가 굵은 그는 지난 2017년에 처음으로 상원의원에 당선되면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검사로 일한 그는 이후 캘리포니아의 법무부장관으로 선임됐다. 캘리포니아의 게빈 뉴섬 지사는 검사 시절 다양하면서도 진보적인 색채를 보인 해리스 검사를 장관자리에 앉혔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민주당 경선이 끝난 이후 바이든 대선 후보의 선택을 받으면서 한 번 더 존재감을 뽐냈다. 바이든 후보는 흑인 인권 문제가 금년 들어 유달리 심각한 수준으로 대두된 만큼, 해리스 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앉히면서 흑인 민심잡기에 나섰고, 이는 주효했다. 확인하긴 어려우나, 2008년에 오바마 당시 후보 때처럼 흑인들의 표가 상당히 결집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후보는 선거국면에서 꾸준히 코로나바이러스 단속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반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이 걸핏하면 코로나19를 거론하고 있다고 말한 것 자체가 현 행정부의 전염병 관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로 코로나 국면을 지나면서 사망자가 20만 명을 넘어섰을 정도로 많은 이들이 소중한 가족을 잃었다. 그러나 주 정부의 말을 떠나 연방정부가 제대로 된 대응은 고사하고 "미국은 잘 해내고 있다"고만 말한 셈이니, 트럼프 대통령이 이골이 났을 것으로 어렵지 않게 짐작된다. 이미 늦었지만, 차기 바이든 행정부가 코로나 방역에 심혈을 기울일 경우, 미국이 이른 바, 이전처럼 초강대국다운 모습을 보일지도 의문이다. 이번 바이러스 정국에서 드러난 미국의 민낯은 내부가 생각만큼 튼실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앞서 거론했다시피 도농 간 격차가 곧 빈부의 차이를 뜻하는 만큼, 미 사회 기저에 깔린 의식절 발현과 전염병에 대한 인식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었다.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데다 트럼프의 대척점에 서 있는 인물과 결을 같이하는 후보가 얼마나 코로나 관리에 만전을 기할 수 있을 지도 관건이다.
무엇보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말했던 것처럼 소위 '미국의 정상화'가 얼마나 빨리 진행될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나간 지난 4년 동안 미국은 연방정부와 하원의 갈등이 도드라졌다. 이번 대선에 가려졌지만, 현재 의회 선거를 보면 상원은 공화당이 다수당 지위를 확보한 것으로 보이며, 하원에서도 공화당이 이전보다 의석을 좀 더 얻어냈다. 즉,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여소야대로 진행되는 점을 고려하면 의회의 선택을 행정부가 얼마나 잘 이행할지도 관건이다. 한국과 달리 미국은 의회의 선택을 행정부가 집행한다고 보는 편이 맞다. 미 의회가 양원제로 구성되어 있는 면만 보더라도 잘 알 수 있으며, 50개 국가가 택한 연방정부의 수장은 미합중국을 대표하는 성향이 짖기 때문이다. 다만, 외교와 국방에서는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의 결단이 가장 중요한 만큼, 미국의 정권 교체는 당장 미국의 대전략을 넘어 지구촌 외교의 결을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온 지구촌이 집중하는 것이다. 바이든 후보는 동맹 복원을 약속한 만큼, 방위비와 관세를 통한 압박을 철회할 것으로 보이며, 동아시아에서는 다시금 미일동맹을 중심으로 전력을 재편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