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사회 인식 부재가 야기한 엄중한 결과
2020 미국 대통령선거가 사실상 끝이 났다. 재개표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고소에 따라 법률적으로 어떤 투표까지 적용되어 다시 검표될지가 관건이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당연히 아직은 승복이 이르다고 보고 있으며, 소송전의 진행 여부에 따라 이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조 바이든 후보는 승리 선언을 통해 사실상 당선인 행보에 돌입했다. 미 대선의 행보가 엇갈린 가운데 결정적으로는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미국에는 현재 확진자만 1,000만 명을 넘어섰으며, 사망자도 24만 이상으로 조만간 25만을 넘엉설 예정이다. 누적 확진자가 여전히 많고, 사망자 또한 적지 않은 가운데 2차 유행에 아직도 끝나지 않고 있음은 물론 확진 속도가 실로 가파르다.
대선 토론에서도 드러났다시피 코로나19는 이번 선거를 가른 결정적인 사안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여전히 괜찮다고 말했으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심각한 수준이라 말했다. 반대로 이 민심이 반영된 선거였다. 사망자와 확진자 가족들이 보기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마음에 들 수가 없었다. 가족을 위로 하기는 커녕 자신이 확진된 이후 오히려 신의 축복이라는 말을 내뱉는 등 현 백악관과 정부의 관리가 전혀 허술하지 않음을 에둘러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미 최고 시설에서 감염 관리를 받았다. 여느 시민들은 병원에도 가지 못했으며, 검사가 늦어 감염된 지 파악조차 쉽지 않았다. 오히려 늘어나는 사망자를 제대로 관리하기 쉽지 않았다. 이로 인해 미 대도시는 병원이 부족해 큰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그러나 대통령은 괜찮다고 말했다.
사망자 유가족들이 보면 기가 찰 노릇이다. 그렇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민생행보에 적극적으로 나선 인물도 아니었다. 피해가 큰 지역을 찾아 민심을 듣고, 이를 반영하겠다는 이른 보여주기도 나서지 않았다. 즉, 미 민심은 이번 바이러스 전염으로 인해 미 연방정부 수장이 그가 되지 않길 바랐다고 봐야 한다. 바이든 당선인이 결코 좋아서 선뜻 선택했다고 보기 어려운 부분이 적지 않다. 반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무감각했던 것인지, 선거 방어를 위해 다소 비현실적인 자세를 취한 것인지 자세한 파악은 어려우나 준전시에 해당하는 상황에서 연방정부가 제대로 진행한 것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하며, 이에 미 민심이 분노한 것이다. 결국,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진검승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패한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불운한 부분도 존재한다. 미 사회구조를 고려하면 어느 누가 연방정부를 이끌더라도 이번 코로나 정국을 다루기 쉽지 않았다는 점이다. 미 보건사회체제를 감안하면 무조건적으로 감염 확산을 피하지 못했을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의료보험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며, 보건문제에 대한 인식 수준은 미 사회가 형편이 없었다. 일예로 오바마 전 대통령 재임시기에 전염병이 창궐했다고 하더라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기존 백인을 포함한 미국인들이 코로나19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여느 국가들 중 가장 저조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즉, 반대로,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방식으로 국제질서를 주도하면서 얻었던 지지표를 상당 부분 잃은 셈이다.
종합하면, 미국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대대적으로 퍼지고 있는 이면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다소 안일했던 대응과 함께 기존 미 사회의 무감각한 인식이 크게 작용했다고 봐야 한다. 미국민들의 전염병에 대한 인식은 실로 저조했으며, 여기에 수준급 의료보험의 부재가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연방정부는 50개주의 합의체로 미국을 이끄는 곳이지만, 각 주에서 마주하는 현실은 현격하게 달랐다. 보건 체계가 여느 선진국처럼 정비되어 있지 않는 가운데 지나치게 민간 자본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은 점을 고려하면, 미 사회 인식이라도 따라갈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미국은 여느 서방사회처럼 마스크 착용을 비롯한 바이러스에 대한 인식을 지나칠 정도로 터부시했으며, 오히려 마스크를 쓰는 것을 꺼리면서 확산이 지나치게 증폭된 부분이 없지 않았다.
무엇보다, 미국은 확산에 대비할 시간적 여유를 갖고 있었다. 중국을 넘어 한국, 이란과 이탈리아, 전유럽으로 퍼지는 시기를 고려하면, 제대로 된 준비에 나설 수 있었다. 그러나 시애틀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미 확진자는 급증했으며, 초기 단계를 지나 현재는 늘어나는 숫자를 좀처럼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미국은 유럽연합이 시행했듯, 주간 경계를 강화하고 이동을 최대한 금지했어야 했다. 그러나 경제활동을 고려해 미국도 이를 검토했을 수도 있으나 제대로 시행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미 사회와 정부, 의회를 비롯한 여타 성명을 보면, 오히려 바이러스에 대한 인식 자체가 온전치 못했음을 알 수 있다. 종합하면, 100년 간 유지했던 전성기와 미 본토에서 위기가 없었던 미국이 얼마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결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