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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CEP 타결 ... 최대 FTA 출범

자유무역으로 시작된 아태지역 통합

by Jason Lee
rcep-e1501743837807.jpg 세계 최대 다자 자유무역협정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이 전격 타결됐다. 종전 협상대상 16개국에서 중국과 관계악화와 무역적자 우려를 표한 인도를 제외한 15개국이 최종적으로 이번 협정에 최종 합의했다. 이로써, 지구촌에서 가장 큰 다자 자유무역협정이 태동했으며, 이로 인한 엄청난 경제 파급 효과가 예상된다.


RCEP은 당초 중국과 일본의 통상 전면 대결 구도에서 시작된 것이다. 중국은 ASEAN+3(동남아국가연합+한중일)를 기치로 내걸었으며, 일본은 ASEAN+6(ASEAN+3+호주, 뉴질랜드, 인도)를 제시했다. 동남아라는 한 데 묶인 시장을 토대로 경제 확장을 통해 역내 무역 창출과 이권을 모두 확보할 수 있는 만큼, 기존 ASEAN 국가들과 한중일 3국은 통상환경 주도를 위해 해당 구상을 제시했다. 추후 동남아국가연합에서 이를 RCEP로 우선적으로 틀을 잡았으며, 최종적으로 동남아국가연합 10개국과 기존 한국, 중국, 일본는 물론 호주, 뉴질랜드, 인도까지 가세하게 됐다. 일본으로서는 +6를 통해 민주진영 국가들을 불러들이면서 중국 견제를 시도했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인도가 최종 비준을 두고 최근 수년 동안 회의적인 모습을 보인 가운데 지난해 열린 회담에서도 제대로 의견을 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최근 중인관계 악화로 인해 사실상 제외가 예상됐다.


RCEP은 중국이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태동은 ASEAN이 주도한 것이다. 이후 한중일이 가세하면서 중국은 중국 중심의 역내 무역주도를 위해 +3을 제시했으며, 일본은 우군을 불러들이면서 중국 견제를 원했던 만큼 +6를 주창한 것이다. 또한, 미국이 오바마 행정부 당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rans Pacific Partnership)을 체결했으나, 트럼프 행정부의 탈퇴로 CPTPP(Comprehensive and Progressive TPP)를 체결하게 되면서 동력을 잃었다. 그러나 미 정권교체를 기다린 기존 TPP 참여국은 다시금 TPP에 발을 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동남아가 최초 시도한 RCEP에서 중국이 역내 통상 환경 주도를 우려해 TPP를 조기에 타결한 것이다. 이전에 TPP는 뉴질랜드, 싱가포르, 브루나이 등 기본 4개국이 FTA를 체결하고자 한 것으로 미국이 일본과 손을 잡고 개입하면서 판이 커진 것이다. 이에 동아시아 역내 통상질서를 두고 미중이 대립한 것이라 볼 여지도 많으며, 먼저 완성된 TPP와 달리 미국의 탈퇴로 주춤한 사이 RCEP이 먼저 통과됐다.


사실, 미국의 우방인 인도가 RCEP 타결에 사실상 큰 걸림돌로 역할을 했다. 중인정상회담에서도 인도는 중국과 합의한 사항을 곧바로 거부하기도 하는 등 이번 협정에서 줄곧 협상의 문턱을 제공했다. 그러나 중인관계 악화와 이전부터 중국과 무역조건을 두고 거센 줄다리기를 벌인 인도는 끝내 이번 파트너쉽에서 빠지기로 사실상 결정됐다. 이에 기존 15개국이 협상안을 두고 줄기차게 협상을 벌인 끝에 세계에서 가장 크며, 엄청난 영향력을 미칠 자유무역지대가 설립된 것이다. 가뜩이나 지구촌의 경제와 무역 중심지인 동아시아 역내 국가들이 모두 가입한 이번 협정으로 RCEP은 경제규모와 교역량에서 이미 각각 약 1/3을 차지할 정도로 거대한 다자무역협정이다. 또한, 인구도 지구촌의 1/3을 차지할 정도로 엄청난 시장규모를 자랑하고 있어 개정된 북미자유무역협정(USMCA)과 유럽연합(EU)을 넘어서는 경제블럭을 구축했다. 이번 협정으로 인해 미중 양국의 통상분야를 둘러싼 대결은 보다 더 점증할 것으로 보이며, 미국이 TPP 복귀와 함께 언제 최종 타결될 지에 따라 구도가 보다 본격화될 전망이다.


동아시아는 가뜩이나 취약한 역사 문제와 늦어진 발전으로 인해 역내 통합을 추진하기 어려웠다. 뿐만 아니라 안보 문제를 두고 한중일이 적극 대립하는 양상을 보이는 등 경제통합은 고사하고 적극적인 협력구조가 좀처럼 이뤄지지 않았다. 그나마 동남아 국가들이 운집해 취약한 경제력을 보완하기로 하면서 동남아 시장 접근과 향후 무역 주도를 위해 ASEAN을 두고 한중일 각국이 협력에 나선 것이다. 이어 한중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됐고, 사드 배치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한중관계가 양호했던 만큼, ASEAN+3이 일정 부분 기능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일본의 목적과 추가적인 시장 확대를 두고 역내 국가들이 동조하면서 최종적으로 호주와 뉴질랜드까지 가세하게 됐으며, 이로 인해 아태지역에서 가장 큰 경제권역이 오랜 시간 협상기간을 거친 후에 전격적으로 성립된 것이다.


이로써, 한국은 한중자유무역협정과 한아세안자유무역협정에 이어 이번 메가 FTA를 통해 경제적 활동반경을 더 넓히고 관세 문턱을 더 낮추었다. 기존 양자협정 외에 호주, 뉴질랜드, 일본까지 가세한 큰 규모라 오히려 한국이 농산물을 비롯한 취약 품목 유지가 쉽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나 한국은 여태껏 그래왔듯이 농산품에 부과된 관세장벽을 유지하기로 하면서 손실을 최소화했으며, 당연히 일본과 처음으로 처음으로 자유무역협정에 한 배를 타게 되면서 안게 될 위험요소 또한 줄였다. 한국은 그간 일본보다 자동차나 기초 부품에서 열위에 있는 만큼, 굳이 일본과 양자 간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도 정부가 최대한 보정했으며, 관세장벽을 낮추지 않으면서 우리 상품 보호에 앞장 섰다. 즉, 한국은 이번 협정에서 자칫 시장 개방에 따라 열위에 처할 수 있는 품목들을 모두 지키면서 이번 합의를 전격적으로 이끌어 낸 것이다.


특히나, 한국은 지난 2019년 말에 세계무역기구에서 선진국 대열로 강제 진입(?)됐다. 미 트럼프 대통령의 강한 요구에 힘입어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한국은 국내총생산 2만 달러 이상을 달성한 이후에도 농산물에 대한 관세는 끝까지 잘 유지하면서 자국 농산물 보호에 가장 앞장 선 국가다. 이후 2019년 중후반에 GDP 3만 달러를 달성한 이후에도 이를 유지하길 원했으나, 미국의 강한 압박에 힘입어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었지만, 그간 정부가 꾸준히 농산품에서 후진국 지위를 꾸준히 유지해 온 점을 고려하면, 그간 농산품을 최대한 잘 방어하면서 관세장벽을 유지한 것이라 보는 것이 맞다. 그러나 이번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체결로 인해 오히려 한국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다양한 분야에서 이익을 누릴 수 있게 됐다.


더 대단한 점은 코로나 시국임에도 불구하고 화상으로 이번 협정이 합의된 것이다. 각 국 정상들과 통상교섭본부장의 입회 하에 화상으로 서명식이 진행됐다. 또한, 현 정부가 추진하는 남방정책의 일환으로 RCEP 타결은 중요했다. 이는 동남아와 인도와의 관계 구축이 중요했다. 비록, 인도의 불참이 예고되긴 했으나 기존 한아세안 FTA와 이번 협정을 통해 동남아 시장접근이 보다 더 용이해졌으며, 통상을 통해 시장 밀착도를 사실상 자국시장화했다. 물론,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겠지만, 동남아 뿐만 아니라 호주와 뉴질랜드까지 더해 이제는 사실상 역외 국가이며서도 잠재적인 역내 국가들과도 접촉할 수 있는 기회가 증대됐다. 민주주의에서 최선진국으로 입지를 다진 한국은 최근 경제영토(FTA 규모)도 가장 넓힌 국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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