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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한국 선박 억류

이유가 있는 이란의 조치와 돋보이는 한국의 대응

by Jason Lee
캡처.PNG 이란의 전략적 대처

이란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란은 미국발 대대적인 제재에 맞서 두 가지 조치에 나섰다. 우선, 그간 중단했던 우라늄 개발을 20%까지 끌어올릴 것이라 전했다. 이란은 JCPOA(이란핵협정) 체결 이후 별도의 핵개발이나 우라늄 성능 촉진에 나서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발 제재가 끊임없이 이어지는데다 한국에 있는 이란 자본의 유동을 막으면서 이란이 이와 같은 행동에 나서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이어, 이란은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는 한국 선박을 억류하기로 했다. 한국은 미국이 시작한 대이란 제재에서 예외적인 지위를 허용받아 꾸준히 이란과 제한적이나마 교역에 나섰다. 이란 제재가 시작된 이후 미 동맹국 중 이란과 직접 교역에 나서는 국가는 사실상 한국 밖에 없다고 봐야 한다. 대한민국정부의 외교가 돋보였던 대목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란은 한국 선박을 억류하면서 우라늄 증폭과 함께 미국에 시위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이를 두고 "이란이 대미 시위에 나서는 것으로 조 바이든 당선인에게 보내는 신호일 것"이라며 이번 행동을 진단했다.


이란은 이전에도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는 미국 선박에 일정한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 선박은 안정적으로 교역에 나섰다. 반대로, 이번에 한국 선박을 억류한 것을 보면, 맥락으로는 미 선박을 억류할 경우 파장이 커지는 만큼, 일단 자국과 교역하고 있는 미 유일한 미 동맹국인 한국을 택하면서 이에 따른 미국정부의 행동촉구에 나선 것이라고 봐야 한다. 한국 정부는 이란의 이른 바 예상치 못한 행동에 놀랬을 수 있으나, 그간 한국과 이란은 미국과 서아시아가 대립하는 와중에도 꾸준히 교역과 외교를 이어온 실질적 우방인 점을 고려하면, 더 이상의 조치는 취하지 않을 것이며, 사실상 미국의 시선을 돌리게 하기 위한 행동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사안과는 별개로 선박이 피압된 만큼, 한국 정부는 곧바로 이란 대사와 주변에 상주하고 있는 영사를 급파했으며, 현재 외교부의 최종건 1차관이 관련 팀을 꾸려 이란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동시에 한국 정부는 이란에게 선박 억류 해제와 선원 신원 보장을 적극 요구했으며, 곧바로 주한 이란 대사를 초치하면서 적극 대응에 나섰다.


현재, 이란이 이와 같은 강수를 두고 있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핵협정 타결 이후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인 탈퇴로 인해 이란이 위기를 맞았다는 점이다. 핵협정으로 인해 이란은 핵동결과 제재 해재를 확보했다. 그러나 미국읠 탈퇴로 안전보장에 위기가 생겼고, 제재가 시행되면서 경제상황이 녹록치 않아졌다. 안보와 경제에서 모두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해 이란이 직격탄을 맞았다. 이란은 중국, 한국, 이탈리아와 이란, 유럽, 미국으로 차례로 확산되는 사이 실질적 3단계에 위치해 있었으며, 정부 고위급 인사가 모두 확진되는 등 큰 위기를 맞았다. 가뜩이나 미 제재로 인해 경제가 얼어붙은 가운데 코로나19로 인해 경세사회가 상당히 혼탁한 상황이라고 상싱적으로 유추할 수 있다. 이로 인해 경제 유지가 쉽지 않은 상황으로, 이란은 미 차기 정부에 제재 해제에 나서줄 것을 적극적으로 권고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둘째, 이란은 2년 연속 서방으로부터 고위 인사가 피습됐다. 지난 2019년 말에 카즘 솔레이마니 장군이 이라크에서 미 공군의 피격으로 목숨을 잃었으며, 2020년 말에는 이스라엘 정보당국인 모사드의 소행으로 이란 본토에서 차관급 인사인 모센 파크리자데 개발자가 피습됐다. 2년 연속 미국과 이스라엘의 독단적인 행동으로 정부 인사가 목숨을 잃은 만큼, 이란 정부는 미국과 이스라엘을 강하게 규탄하고 있으며, 이란 사회는 당연히 미국과 이스라엘에 적대적인 태도를 꾸준히 표출하고 있다. 솔레아미나 장군이 목숨을 잃은 이후 이란은 곧바로 미군 시설을 공격하는 등 (약속된) 대응에 나섰으나, 이스라엘의 악행 이후에는 국가적인 상황이 녹록치 않은 점과 이스라엘 타격이 어려운 만큼 적극적인 반응에 나서지 못했다. 어차피 이스라엘과 미국이 밀월 관계인 점을 고려하면, 이란은 어설프게 이스라엘을 건드리기 보다는 미국과 적극 대화에 나서 이번 국면을 정면 돌파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이란은 미국과 이란 사이의 한국을 택했다. 정황 파악은 어렵지만, 억류 직후 이란 정부가 한국 정부에게 암묵적인 신호를 보냈을 수 있으며, 한국 정부의 외교 역량과 추후 관계를 고려하면 이란도 금도를 넘지 않을 것이 확실시 된다. 그러나 선박이 강제조치로 이동된 점을 고려하면 해당 선박에 승선하고 있는 선원들이 놀랐을 것이며, 이들을 안전하게 본국으로 송환해야 하는 만큼 한국 정부는 다시금 난이도 높은 외교 숙제를 안게 됐다. 최 차관이 이란 정부와 어떤 대화를 하느냐에 따라 달렸지만, 이란이 한국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미국을 불러내기 위한 조처였음을 고려한다면, 상호가 원만하게 합의점을 찾을 것으로 보이며, 반대로 (예상 밖의 상상이긴 하지만) 한국에게 미국과의 중재를 맡길 가능성도 아예 없다고 보기 어렵다. 종합하면, 한국이 자국의 상황을 미 동맹 중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며, 이에 선박 억류를 통해 국제사회에 이를 알리고, 우라늄 개발 착수에 나설 것을 알리면서 미국과 국제사회가 움직일 것으로 아주 강하게 촉구한 것이라 봐야 한다.


한국은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끼인 느낌이지만, 그간 제재 대상인 이란을 상대로 꾸준히 교역에 나섯으며, 또 미국이 군사 배치를 요구했을 때 후방 배치를 통해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실리를 잘 챙겼다. 이를 고려하면 (이란의 편을 들겠다는 것이 아니라) 이란도 아쉬운 마음을 에둘러 표현한 것일 수도 있다. 물론 수위와 행동을 고려할 때, 우방인 한국에게 온당치 못한 태도를 취한 것이지만, 한국이 군사 배치에 응한 점을 고려하면 상응하는 수위로 일정 부분 이해할 여지는 있다. 게다가 한국이 미국과 동맹인 만큼, 한국을 해당 국면으로 끌어들일 시 미국이 움직일 여지가 다분하다 못해 차고 넘치는 점을 고려하면, 지극히 이란 입장에서 보면, 이번 결행을 통해 JCPOA에 준하는 국제사회의 촉구를 바란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안을 통해 한국이 분쟁을 일정 부분 매듭짓고 추후 미국과 대화를 이어간다면, 의외로 한국이 외교무대의 보다 전면에 나설 여지도 생긴 셈이다. 무엇보다, 당연한 것이지만, 억류된 선원들이 크게 놀라지 않길 바라며, 무사하게 고국으로 돌아오길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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