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의견 vs 뒤따르는 부작용
미국 정가가 크게 요동쳤다. 지난 7일(이하 한국시간) 워싱턴 D.C.에 위치한 백악관 앞에 운집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이후 곧바로 국회의사당을 점거하는 등 폭동으로 대응했다. 이만하면 거의 반란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조 바이든 당선인도 이를 확실하게 규명했다. 국회의사당이 특정 폭동 세력이 점거된 것은 미 헌정에서 손에 꼽을 정도다. 남북전쟁 이후 백악관을 비롯한 워싱턴이 이토록 혼란에 빠진 것은 처음이라고 봐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필요 이상의 행정명령으로 꾸준히 최고 민주정을 자부하는 미국이 흔들리지 않는 이면에는 삼권분립과 양원을 토대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은 민주제도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의 패배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파렴치한 행동을 저지르며 최고 선도 국가인 미국의 이미지를 확실하게 갉아 먹었다. 반대로 미국의 드러나지 않은 사회적인 민낯이기도 하며 정치적인 수준을 대변하는 결과이기도 하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패한 트럼프 대통령이 인수인계에 나서고 있으나 공식적으로 승복하진 않으면서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가뜩이나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앞뒤가 없는 강성인 점을 고려하면 더욱 선거 패배를 알릴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강한 미국'을 표방하면서도 이에 따른 관리나 행동에 전혀 나서고 있지 않고 있어 미국은 물론 지구촌의 민주정을 꾸리고 있는 많은 시민들로 부터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더군다나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앞에서 열린 연설에서 지지자들의 시위대 전환을 촉발하는 말을 남기기도 해 큰 파장이 일고 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운집한 이들이 얼마나 무분별한 상태인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지만, 지지아의 개념이 없는 행동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입지가 더 불안해진 점을 고려하면,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정치인을 따르는 지지가 더 문제일 때가 많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당연히, 트럼프 대통령도 막중한 책임이 있다. 흡사 어느 나라의 전직 대통령 마냥 지나칠 정도로 자신의 지지자만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히려 확실한 패배 인정과 정권 교체에 나설 경우 다음 대선에서 비빌 만한 여지를 마련할 수도 있었다. 굳이 대통령을 하지 않아도 되는 재력과 성정을 갖고 있는 그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공화당 내 민심이 크게 돌아섰으며, 2024년 대선에 출마는 더욱 어려워졌다고 봐야 한다. 공화당에서도 일찌감치 잇따른 불복으로 인해 그에 대한 동정이 사라진지 오래이며, 오히려 미 근간인 민주주의를 흔들고 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즉,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대선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경선을 통과할 지도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고 봐야 한다. 당내 새인물이 부족한 편이지만, 또 선거 국면이 다가오면 어떤 이야기가 만들어질 지 점치기 어려운 만큼,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다음 선거를 스스로가 막았다고 봐야 무방하다. 지난 대선에서 조지아를 포함한 대표적인 경합주에서 그리 크지 많은 표 차이로 패한 점을 보면, 여전히 다음 대선에서도 승부수를 던질 만하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의 다음 선거 전망이 다소 어두워 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무엇보다, 조지아주 상원선거 결과 민주당이 배정된 두 석을 모두 석권하면서 공화당이 상원에서 다수당의 지위를 잃고 말았다. 대표적인 레드스테이트인 조지아가 민주당 상원의원을 배출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입지는 갈수록 더 줄어들고 있다. 반대로, 민주당은 하원, 상원, 대통령까지 행정부와 입법부를 주도할 틈을 마련했다. 이를 고려하면,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의 패배에 국한될 수도 있었으나 이후 행동으로 인해 의회 선거도 내준 꼴이 됐다. 다른 주의 선거결과가 나온 가운데 조지아가 이번 선거에서 막판에 결정되면서 상원의 다수당 지위을 갖는 캐스팅보터가 됐다. 조지아에서 한 석만 얻더라도 치명적이었던 공화당은 두 석 모두 내주면서 그간 유지했던 상원의 우위마저 내주고 말았다. 즉, 군인이 두루 포진해 있는 조지아주에서 민주당 상원의원이 나온 것을 보면, 그간 조지아주의 민심이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으로부터 확실히 돌아섰음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공화당의 대표적인 인물인 밋 롬니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와 같은 행동에 탐탁지 않아 하고 있다. 민주주의가 흔들리는 것은 물론 자칫 공화당이 조지아처럼 다른 텃밭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책임이 결코 적지 않다.
이번 폭동으로 미 정치의 모든 것을 대변한다고 보는 것은 온당치 않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민주주의가 여러 차례 흔들린 점을 보면, 미 정치에 대해 시사하는 바는 엄청나다고 봐야 한다. 불경기가 야기된 이후 코로나바이러스 충격으로 인해 지구촌이 허덕이고 있는 만큼, 미국도 이를 피해가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미국의 시민의식과 이후 대처를 보면 관리가 쉽지 않았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자유에 대한 선택적이면서 불필요한 자부심이 코로나19 관리 및 방역에 결정적인 장애물이 됐으며, 이는 곧 미 사회의 이른 바 붕괴를 야기했다고 봐야 한다. 이전에도 언급했지만,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서방이 이번 바이러스 국면을 지나면서 자신의 정치적인 의견을 표출하는 도구로 삼고 있으며, 더 나아가 음모론을 비롯한 현실적이지 못한 주장으로 일관하고 있음을 보고 있노라면 서방의 한계도 어김없이 느껴지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