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서랍 맨 안쪽에 초콜릿이 있다. 편의점에서 산 싸구려 초콜릿. 하나에 천 원도 안 하는 것. 하지만 이게 나를 버티게 한다.
오후 3시쯤, 슬럼프가 온다. 점심을 먹고 나면 몸이 무겁고, 머리가 멍하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진다. 모니터 앞에 앉아 있지만 집중이 안 된다. 이메일을 읽다가 멍 때리고, 문서를 작성하다가 창밖을 본다.
그때 서랍을 연다. 초콜릿을 꺼낸다. 포장을 뜯는다. 한 조각을 입에 넣는다. 천천히 녹인다. 단맛이 입안에 퍼진다. 이 작은 단맛이 오후를 버티게 해 준다.
누군가는 말할 것이다. "그런 걸로 위로받으면 안 돼.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지." 맞는 말이다. 근본적으로는 이 일을 그만두거나, 환경을 바꾸거나, 삶의 방향을 전환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그럴 수 없다. 그래서 초콜릿이다.
이 초콜릿은 내게 작은 보상이다. '여기까지 버텼어. 잘했어.' 스스로에게 주는 상. 대단한 건 아니지만, 없으면 허전하다. 이 작은 것들이 하루를 이어가게 한다.
서랍에는 항상 여분을 준비해 둔다. 초콜릿이 떨어지면 불안하다. 마치 생명줄이 끊어진 것 같다. 그래서 편의점에 갈 때마다 몇 개씩 사둔다. 다른 사람들은 모른다. 이 서랍 안에 내 비밀 무기가 있다는 걸.
가끔 동료가 "초콜릿 있어?" 하고 물으면 나눠준다. 하지만 마지막 하나는 절대 안 준다. 그건 내 것이다. 오늘을 버티기 위한 내 몫이다.
초콜릿을 먹고 나면 조금 힘이 난다. 다시 키보드를 두드린다. 이메일에 답장을 쓴다. 문서를 완성한다. 오후 6시까지, 퇴근 시간까지, 그렇게 버틴다.
어떤 사람들은 커피로 버틴다. 어떤 사람들은 담배로 버틴다. 나는 초콜릿이다. 각자의 방식이 있다. 판단할 일이 아니다. 그냥 각자 살아남는 방법이다.
책상 서랍 속 초콜릿은 내 작은 비밀이다.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생존 도구. 이 작은 달콤함이 쓴 하루를 조금 달게 만든다.
버티기는 때로 작은 보상이다. 스스로에게 주는 작은 위로, 작은 상. 초콜릿 한 조각이 오후를 견디게 하고, 오늘을 넘기게 하고, 내일을 준비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