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거울 앞에 선다. 형광등 불빛 아래 내 얼굴이 보인다. 피곤해 보인다. 눈 밑 다크서클, 칙칙한 피부, 처진 입꼬리. '언제부터 이렇게 됐지?'
물로 얼굴을 씻는다. 찬물이 정신을 차리게 한다. 수건으로 얼굴을 닦는다. 다시 거울을 본다. 여전히 피곤해 보인다. 화장으로도 가려지지 않는 피곤함.
회사 화장실은 나만의 대피소다. 회의 중간에, 업무 중간에, 잠깐 도망치는 곳. 여기서는 표정 관리를 안 해도 된다. 아무도 보지 않는다. 5분이든 10분이든,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변기 뚜껑을 내리고 앉는다. 핸드폰을 꺼낸다. 아무 의미 없이 스크롤한다. 이것도 쉼이다. 아무 생각 없이 화면을 내리는 것.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
누가 화장실 문을 연다. 발소리가 들린다. 칸 안에서 조용히 있는다. 물 흐르는 소리, 손 씻는 소리, 나가는 소리. 다시 조용해진다. 나만 남았다.
거울 앞으로 다시 간다. 머리를 정돈한다. 옷을 매만진다. 표정을 연습한다. 웃는 얼굴. 괜찮은 척하는 얼굴. 밖으로 나가면 쓸 얼굴. 몇 번 연습하고 나서야 문을 연다.
복도로 나온다. 다시 사무실로 향한다. 내 자리로 돌아간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앉는다. 모니터를 본다. 일을 계속한다.
화장실 왕복 시간, 10분. 이 10분이 오후를 버티게 한다. 잠깐의 도피, 잠깐의 해방, 잠깐의 나만의 시간. 이게 없었으면 나는 사무실에서 무너졌을 것이다.
버티기는 때로 잠깐 도망치는 것이다. 화장실로, 옥상으로, 계단으로. 짧은 탈출이 긴 인내를 가능하게 한다. 돌아올 거면서 도망치는 것. 이것도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