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편. 퇴근 후 편의점 맥주

by 또바기

퇴근하고 편의점에 들른다. 냉장고를 연다. 맥주 캔을 집는다. 500ml 하나. 계산하고 나온다. 집으로 가는 길, 손에 든 맥주 캔이 차갑다.

집에 도착한다. 신발을 벗고, 가방을 내려놓고, 소파에 앉는다. 맥주 캔을 딴다. 따는 소리, 치익. 이 소리가 좋다. 하루의 끝을 알리는 소리.

첫 모금을 마신다. 시원하다.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느낌. 탄산이 혀를 자극한다. 한숨이 나온다. 긴 하루였다. 정말 긴 하루였다.

텔레비전을 켠다. 아무 채널이나 돌린다. 화면을 보지만 내용은 들어오지 않는다. 그냥 소리가 있으면 덜 외롭다. 배경음악처럼.

맥주를 천천히 마신다. 급할 것 없다. 내일 또 출근하겠지만, 지금 이 순간은 온전히 내 것이다. 아무도 간섭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다.

혼자 술 마시는 게 문제라고 누군가 말할지도 모른다. 친구들과 마시거나, 아예 안 마시거나 해야 한다고. 하지만 나는 혼자 마시는 게 편하다. 말하지 않아도 되고, 표정 짓지 않아도 되고, 그냥 마시면 된다.

맥주 반쯤 마셨을 때, 몸이 조금 풀린다. 어깨의 긴장이 풀리고, 머릿속이 조금 가벼워진다. 이 느낌을 위해 마시는 건지도 모른다. 잠깐의 해방감.

다 마시고 캔을 버린다. 씻으러 간다. 샤워하고 잠옷으로 갈아입는다. 침대에 눕는다. 오늘도 버텼다. 내일도 버틸 것이다.

편의점 맥주 한 캔이 나를 버티게 한다. 대단한 위로는 아니지만, 없으면 허전하다. 이 작은 의식이 하루를 마무리하게 하고, 내일을 준비하게 한다.

버티기는 때로 작은 사치다. 편의점 맥주, 치킨, 아이스크림. 비싸지 않지만 나를 위한 것들. 이런 작은 것들이 버티는 이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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