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을 집어 드는 손이 무겁다. 어제와 똑같은 천장, 똑같은 알람 소리, 똑같은 하루가 시작된다는 사실이 몸을 침대에 붙들어 놓는다. 이불 밖은 차갑고, 해야 할 일들은 이미 머릿속에서 무게를 갖고 쌓여있다.
그래도 일어난다. 발을 바닥에 딛는다. 화장실로 걸어간다. 세수를 한다. 이 단순한 동작들이 어떤 날은 엄청난 노력을 필요로 한다는 걸, 나는 30대 중반이 되어서야 인정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힘내"라고 말한다. "긍정적으로 생각해"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는 게 힘든 날은, 긍정도 부정도 아닌 그저 '무거움' 자체가 문제다. 존재하는 것의 무게. 하루를 시작해야 한다는 사실의 무게.
작년 가을이었다. 회사 프로젝트가 엉망이 되고, 팀장이 바뀌고, 내가 맡은 일의 의미를 도무지 찾을 수 없던 시기였다. 아침마다 침대에서 일어나는 데 한 시간이 걸렸다. 알람을 끄고 다시 눕기를 반복했다. '오늘은 그냥 결근할까' 하는 생각이 매일 아침 찾아왔다.
결국 한 번 결근했다. 아무 핑계도 대지 않고, 그냥 "몸이 안 좋아서요"라고만 말했다. 그날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천장을 봤다. 죄책감이 들 거라고 예상했는데, 이상하게도 안도감이 먼저 왔다. '아, 나는 지금 힘든 상태구나'를 인정하는 순간이었다.
다음 날, 다시 일어났다. 여전히 무거웠지만, 어제와는 조금 달랐다. 내가 무리하고 있었다는 걸 인정한 뒤에는, 일어나는 행위 자체가 작은 성취처럼 느껴졌다. "오늘도 일어났네" 하고 중얼거렸다. 대단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해냈다.
버티기는 거창한 게 아니다. 아침에 눈을 뜨고, 발을 바닥에 딛고, 화장실로 걸어가는 것. 누군가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이 작은 동작들이, 어떤 날은 전부다. 그리고 그걸 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하다.
요즘은 침대 옆에 작은 노트를 둔다. 일어나자마자 "Day 1", "Day 2" 이렇게 숫자만 적는다. 아무 의미 없는 숫자지만, 쌓여가는 걸 보면 묘한 힘이 생긴다. 200일을 넘긴 지금, 여전히 힘든 아침은 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일어나는 것 자체가 버티기의 시작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