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별은 점점 우리 일상의 일부가 되었다.
비가 오면 우산을 챙기는 것처럼, 사람들은 자신에게 의미 있는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너 뭐 샀어?”
“외장하드.”
“난 씨앗.”
“난 그냥 적금 넣었어.”
각자 자기 방식으로 미래를 준비했다.
학교에서는 ‘대피 훈련’ 대신 ‘기록 방출 훈련’이 진행되었다.
아이들은 종이에 이름과 오늘의 기분을 적고, 조심스레 물었다.
“선생님, 이거 누가 읽어요?”
나는 잠깐 숨을 고르고 말했다.
“아마 미래의 누군가가 읽겠지.”
“그게 누구예요?”
“아직 모르는 사람.”
아이들은 서로 눈을 맞추고 작은 미소를 지었다.
천문대 강연 날, 나는 사람들 앞에 섰다.
“행성들은 서로 영향을 줍니다. 아주 조금씩요.”
두 행성이 하늘이라는 무대 위에서 스치듯 지나가면 그 사이에는 미세한 중력의 끌림이 생긴다.
반복되는 공전 주기 속에서 나타나는 아주 가는 흔들림은 관측하는 이에게 현기증처럼 아찔했다.
그리고 가끔, 궤도를 벗어난 나그네별이 예기치 않게 지나가면 시뮬레이션 곡선은 낯선 방문객 한 명으로 쉽게 어긋났다. 그 순간을 나는 강연장 문이 열렸다 닫히는 차가운 바람에 비유했다.
아버지에게 말했던 바람과 신문지처럼, 이해시키려 했지만 결국 이해하기 힘든 방식을 선택했다. 기만이었을까 아니면 선의의 거짓말이었을까.
“얼마나 조금이요?”
누군가 물었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문이 열릴 때 들어오는 바람 정도요.”
질문이 이어졌다.
“우리 죽나요?”
“이거 막을 수 있어요?”
“언제 와요?”
숨을 고르고, 단어 하나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아무도 상처받지 않을 단어를.
“우리는 늘 움직이고 있어요. 그래서..”
잠깐 멈췄다. 다음 문장을 천천히 골랐다.
“이건 멈추는 문제가 아니라, 같이 움직이는 문제예요.”
그때 한 소녀가 손을 들었다.
“선생님.”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봤다.
“그럼 우리도 나그네예요?”
사람들이 두려워하지 않도록 말하고 싶었지만,
그 질문을 받는 순간, 이상하게도 내 마음이 먼저 놓였다.
잠깐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우리도 누군가의 하늘에서는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야.”
소녀가 웃었다.
“그럼 예쁘게 지나가야겠네요.”
나는 그날 이후로, 그 문장을 자주 떠올렸다.
‘예쁘게 지나가는 것.’
그게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라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