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자마자 조금 먼 테이블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약간 '라'음계에 가까운 소리, 평소 '레'에 가까운 나의 목소리와 너무나 대비되는 음성.
"오늘 새벽 5시에 첫눈 왔어요."
'젠장, 새벽 5시에 일어나서 대체 무슨 일을 하는 걸까.'
나의 '첫눈'이 시끄러운 소음에 묻혀버렸다.
'나는 그럼 첫눈을 지나쳐버린 걸까?'
잠시 이런 생각을 하다가 살짝 억울해졌다.
며칠 후 밤에 창밖을 내다보다 가로등 불빛을 가로지르는 새햐안 선들이 보였다.
창문을 열고 보니 눈이 내리고 있었다.
나에게 첫눈이었다.
그날 휴대폰 알림창에는 수도권과 강원에 대설 특보가 내렸고, 중대본 1단계가 가동되었다는 소식이 떴다.
난로에서 아른거리며 피어나는 열기와 블루투스 스피커에서 들리는 캐럴 재즈에 그건 다른 나라 이야기 같았다.
정말 나에게 이 눈은 '첫눈'일뿐이었다.
모두가 자신의 기준으로 판단을 내린다.
나의 첫눈은 누군가에게는 이미 내린 눈이었고, 다른 이에게는 퇴근길 악몽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모두가 비슷한 외로움을 가지고 살아간다고 하지만, 서로를 위로하기 힘든 이유는 아마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