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너무 깊고, 좁아. 인간관계가."
그가 말했다.
나는 무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이 물결쳤다.
"웃으며 술 한잔 하고, 다음 날엔 업무로 싸우기도 하고, 책상 위 아무거나 하나 포장해서 아, 미처 선물을 준비 못했네요라고 말하는 그런 능청스러움도 필요해. 너의 마음, 그렇게 아껴서 뭐 할래?"
속사포처럼 내리 꽂히는 그의 말에 어질어질했다.
그래서인지 어릴 적 외할머니 댁에서 먹던 무지개떡이 갑작스럽게 떠올랐다.
사실 맛은 전부 백설기였지만 빨강, 노랑, 초록, 보라색이 선명한 부분은 왠지 다른 맛이 났다.
나에게 필요한 건 무지개 떡 같은 감정의 층위일까.
(무지개 떡 같은 감정.. 무지 개떡 같은 감정!)
어느새 내 마음은 온통 백설기처럼 변했다.
질감은 남아있지만 색이 사라진 마음.
"마음을 여는 게 먼저일까?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나는 게 먼저일까?"
나의 뜬금없는 질문에도 그는 진지하게 말했다. 그는 그런 사람이었다.
“마음을 열면 여러 사람이 들어올 수 있어. 반대로 아무도 안 들어올 수도 있고. 그래도 열어두는 연습은 해야 해.”
나는 농담처럼 되물었다.
“너무 많이 들어오면 어떻게 해?”
“그중에 네가 고르는 거야. 정말 좋은 사람을 추려내는 건 너의 몫이지.”
그는 늘 대상이 아닌 ‘태도’를 먼저 이야기했다.
마음을 여는 연습을 해보라고.
나는 늘 마음에 드는 사람이 생긴 후에야 겨우 열쇠를 찾곤 했는데.
그렇게 나는 겨우 한 겹의 감정을 가지고도 쩔쩔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