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불면의 밤

나는 누구에게서 도망치고 있었을까.

by 고양이

자다가 깨어 시계를 보니 새벽 3시.

방 안은 고요하고 심장은 이유 없이 빠르게 뛰고 있었다.


분명 꿈속에서 나는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었다.

숨이 가빠질 만큼 달렸다.

어디든 숨어야 할 것 같았는데 눈을 뜬 순간, 이상하게도 그 ‘누군가’의 얼굴이 떠오르지 않았다.


귀신이었을까. 아니면 흉악한 범죄자였을까.

그것도 아니라면 그 누구도 아니었을까.


방금 전까지 그렇게 필사적으로 도망쳤는데

정작 누구로부터 도망쳤는지가 기억나지 않았다.

아무리 기억하려 해도 방안의 어둠처럼 머릿속도 깜깜했다.


대상은 흐릿한데 도망치던 감각만은 또렷하게 남아있었다.

발바닥에 전해지던 차가운 바닥의 촉감,

뒤에서 따라붙는 기척,

붙잡히면 끝이라는 막연한 두려움 같은 것들.


이불을 끌어당기며 생각했다.

어쩌면 꿈속에서 쫓아오던 건 특정한 누군가가 아니라

그 상황 속에서 무너질 것 같았던 ‘나’였을지도 모른다고.


도망치고 싶었던 건 위험이나 무서움이 아니라

그 앞에서 버티지 못할 것 같은 나 자신이었던 걸까.


시계는 4시를 지나고 있었다.

다시 잠들기엔 마음이 너무 선명하다.

천장을 올려다보며 이번엔 어디로도 도망치지 말자고,

적어도 이 생각으로부터는 달아나지 말자고 생각했다.




도망치고 싶은 순간들이 참 많았다.

그때는 그 상황이 무섭다고 생각했다.

벅차고, 감당할 수 없다고, 갑자기 무언가가 불쑥 튀어나와 나를 삼켜버릴 것만 같았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정말 무서웠던 건 상황이 아니라 그 안에 있는 나 자신이었다.

그 감정을 견디지 못할까 봐.

그 순간의 나를 감당하지 못할까 봐.

스스로를 지켜낼 자신이 없어서 도망을 선택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그때 도망친 건 '그 일'이 아니라 '그 일 앞에 선 나'였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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