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저는 사람 말을 그렇게 열심히 듣는 편은 아니에요.
적당히 고개를 끄덕이고 지나가듯 웃고 스무스하게 넘겨요.
일종의 저전력 모드로 살아가요.
그런데요,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제 안의 모든 센서가 다 켜져요.
눈동자 초점이 자동으로 맞춰지고요.
목소리 높낮이를 분석해요.
표정의 아주 작은 떨림까지 감지해요.
단어 선택 알고리즘도 풀가동돼요.
그 사람의 말을 듣는 저는 사람이기보다는 프리미엄 상담 챗봇에 가까워요.
문제는 그 상태가 두 시간을 못 넘겨요.
집에 오면 그대로 침대에 누워요.
눈을 감으면, 아까 그 사람의 표정이랑 말투랑 멈칫했던 0.3초가 하이라이트처럼 계속 재생돼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따뜻하기보다는 텅 빈 느낌이에요.
배터리가 3%예요.
충전기는 어디에 있을까요.
잘 들어주는 것, 그 사람을 향해 온 마음을 여는 것, 저는 그게 사랑이라고 생각했어요.
좋아하니까 애쓰는 거고 애쓰니까 더 사랑하게 되는 거라고요.
잘 보이고 싶고, 실망시키고 싶지 않고, 혹시 제가 더 좋아하는 쪽일까 계산도 해봐요.
그런데 그건 편안함이 아니라 아주 미묘한 긴장이에요.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저는 항상 120% 버전으로 존재해요.
평소에는 하지 않던 농담을 조금 더 크게 하고요.
리액션도 조금 더 과해져요.
제 이야기는 조금 덜 꺼내고요.
그렇게 그 사람의 하루를 다 받아주고 나면 제 하루를 챙길 자리가 없어져요.
저는요, 60%만 꺼내 보여도 무너지지 않는 관계를 원해요.
침묵이 흘러도 초조하지 않은 온도를 원해요.
사랑이란 배터리를 태워서 증명하는 게 아니라 서로의 충전기가 되어주는 일이라는 걸, 저는 알고 있어요.
그래서요, 당신 앞에서는 120%가 아니라 100% 그대로이고 싶어요.
아니, 가끔은 70%여도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